15번 진짜 안 와
박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힘들때면 외치곤 한다. 뭔 인생이 이렇게 힘드냐....
행복하기 위해 사는 삶이건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 인생인 듯 고난과 아픔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혼자만의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빠뜻하고 힘든 것,   쉽게 풀리지 않겠다는 듯 복잡하게 엉켜버린 실타래를  하염없이 풀어가는 반복된 과정이 인생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정녕 삶은 고난스럽기만하겠지요. 하지만 거기엔 기다림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행복해지겠지, 여유로와지겠지, 기쁘기만 한 날도  있겠지 라는 희망으로 가득찬 기다림 말입니다.  그렇게 아프고 힘든 청춘시절 마음과 의지와는 달리 세상이 잡아끄는 미로속에 갇혀 버린채 허우적 거리는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를 만납니다.

그 이야기에 앞서 작가의 약력을 펼쳐내게 만드는 이 책, 바로 그 저자의 이름은 박상입니다., 독특한 문체와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정감어리게 느껴지는 파격적인 시선과 스토리는 작가 개인의 성향에 주목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소개글 또한 여느 작가들과는 다르네요.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걱정이 늘었음. 2008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기금 수혜로 걱정이 심화됨. 2009년 첫 소설집 『이원식 씨의 타격폼』 출간으로 걱정이 극에 달함. 자유분방 한 삶을 추구하는 삶 속에서도 세상이 나의 모습이 어찌 보고 있는걸까 걱정이 많아지는 이 시대의 청년의 모습 인 듯 보여집니다.

락정신으로 똘똘뭉칭 순수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고남일, 그 남자를 향해  어느날 갑자기 대체없이 마구마구 악재들이 쏟아집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들은 저주받은 운명이라 치부해도 뭐라 말 할 수 없는 극한으로 한 남자를 철저히 몰아 세웁니다. 무차별 다수를 향해 누구든 간에 인생은 그럴수 있다는 듯 말입니다.

사랑하던 애인 미영도 떠나버린 후 옴쌀달싹 못하도록 죄어오는 현실을 도피하기로 결정한 고남일은 평소 동경했던 도시 런던으로 향합니다. 어떻게라도 살아야만 했던  그가 새로운 희망을 찾을수 있다 생각했던 도시였지요. 그리고는 우연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된 옛 애인 미영과 일본인  켄세이,  그리스인  로잔나가 얽혀가는  4명의 청춘 남녀들의 기다림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보통 실패한 사람들을 향해 게으르고 무기력하다 비난을 퍼붓고는 하지요.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건 그러한 잘못된 편견을 벗어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실제의 현실이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안되고 있음을,  그럼에도 달리고 또 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목숨줄과도 같았던 기타를 팔아 치우고 할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떠난 런던,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이는 그 현실앞에서 고남일은 다시금 락정신을 정비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위해 죽어라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할만큼 런던의 현실 또한 버겁기만합니다. 간신히 따낸 알바자리를 지키기위한 피나는 노력에 한푼의 생활비라도 절약하기위해 비싼 전철 대신 죽어라 안오는 15번 버스를 매일 매일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일상에 잠깐의 햇살이 비치는가 싶었건만  결국  불법 체류자가 되어 서는 이빨이 깨어지고 교통사고가 나는 피해자가 되어서도 도망을 쳐야 했고  마침내는 깡패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뒤에도 혼자만 억울하게 강제 출국까지 당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청춘들은 어찌 되었을까, 켄세이와 로잔나는 마약에 빠져 들고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던 미영은 그토록 불쌍한 남일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사랑도 인생도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던  시간, 하지만 죽어라 안 오는 상황에서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보면 오기 마련인 15번 버스처럼 자신들의 인생에 비쳐들 서막을 기다립니다. 사그라 들 듯 하다가도 다시 삐어져 나오는 고남일의 락 정신에는 그러한 기다림의 미학이 있었습니다. 순수한 열정을 지향 하다가는 사회의 부조리속에 갇혀 힘들고 버거운 방황의 시간 아픈 청춘들의 멋진 이야기에서 우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