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은 이야기
제임스 로이 지음, 황윤영 옮김 / 청어람메이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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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책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국은 서로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기도 한데 누구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은 이야기는 그렇게 주연이었다가는 조연이되고, 조연이었다가는 주연이 되고있는 10대 청소년들의 삶 13편이 아주 리얼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이야기는 아이들의 개학과 함께 시작한다. 2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날 학교 교정에서 한번쯤 겪었음직한 소년이 소녀에게 향하는 마음을 시작으로 다달이 주인공이 바뀌고 이야기의 주제가 바뀌어가며 호주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네의 정서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버거웠던 사실감과 너무도 리얼할게 표현된 아이들의 세계와 아픔들은  청소년에 막 입문한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였던지라 읽는내내 무겁게 다가온다.  한국과 호주라는 배경은 무시한채 말이다.
 
그렇게 13명의 아이들이 보내고있는 청소년기의 주제들을 들추어보면, 이성,연예, 첫사랑, 술,담배,성문제,자존심,우정등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이다. 양지의 밝은 모습이 아닌 음지의 숨겨진 이야기들,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의 정확한 사실들로 표현해놓고 있었다. 이 즈음쯤 되면 이런 이야기를 쓴 작가는 누구일까가 궁금해지는데,  작가 제임스 로이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파푸아뉴기니와 피지에서  낮에는 모험을 하고 밤에는 책을 읽으며 보냈으며 죽은 사람들이 쓴 책을 읽는 게 지겨워져서 직접 책을 쓰기로 결심했단다. 그렇게 조금 남다르게 느껴지는 동기에서 이야기의 주제와 사실적인 표현들을 이해해본다.

다음 줄거리는 어떻게 이어질까가 궁금해지는 장편과 달리 단편에서는 각각의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주제가 선명하게 느껴져온다. 한 사람의 특별했던 시간, 강렬했던 순간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고 자아를 완성해가게되는 것이다. 그러한 호주의 10대들의 이야기엔 감히 우리아이들이 드러내지 못했던 아니 상상할수 없었던 모습들이 적나라하다.
 
화학식의 완성에서 비롯된 실험실의 폭발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무마해 가는 아이들의 대범함은 그나마 약했었다. 개학식날 작업을 걸었던 여자아이가 미술선생님이 되어버린 현실은 읽는이로 하여금 해프닝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민 친구간의 자존심으로 도래한 한 친구의 죽음, 소문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여학생에 대한 인식을 엿볼수 있었던 이야기, 가정불화로 인한 아이들의 아픔등은 많이도 아픈 현실이었다. 

이해하기엔 버겁고 그냥 넘기기엔 너무도 아팠던 상황들을 만나며 우리 아이들의 현실도 이러한것은 아니었을까, 들춰내지 못하고 감추어야만 하기에 더욱 힘든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된다.   누구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은 이야기라는 제목이 그제서야 와 닿는다.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었지만 인정하지 못했던 현실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렇게 아프고 슬프기에 이 책을 읽는 데는 다소의 시간이 걸렸었다. 우리 아이에게 읽혀야 하는걸까 말아야하는걸까라는 고민과 함께,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지금의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희망 또한 볼 수 있을듯하다. 현실이란것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달콤한 미래만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좀 더 튼실하게 자라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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