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방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보면 재미있어 후다닥 순식간에 읽게되는 책이 있는가하면 지루함에 매우 더디게만  느껴지는 책도 있다. 거기에 하나를 더 덧붙이자면 혹시나 끝이 보일까? 두려운 마음까지 들면서 야금야금 책장을 뜯어먹듯 천천히 한문장 한문장 한구절 한구절 되씹어보면서 오랜시간 잡고 싶어지는 책이있다.  ' 선생님 달밭마을을 떠난 소희는 어떻게 되었어요 ' 라는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어린 독자가 그책의 작가인 이금이 선생님에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후 완성되었다는 소희의 방은 그러한 책을 대하는 의미에 있어 마지막에 속했다.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듯한 심리묘사와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사회적 문제들의 적나라한 지적들은 아이들이 공감하며 위안을 삼아야 할 이야기였건만 내가 그 감정에 몰입되어 갔다.  딸과 엄마의 관계를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해 놓은 책이 있을까 싶었지면서 우선은 내 마음을 위로받고는 남은 여력으로 각자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보면서 서로를 마음으로  이해하게된다, 열다섯살이 되어 처음으로 친엄마를 만나,  열다섯해동안  소희의 굴레였던 가난을 벗어던지게 만든 상류층으로의 진화된 삶에서 우리는 이 시대의 모든 아픔들을 맛본다. 엄마와 딸의 관계, 한번 깨졌던 가정이 재조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건들 슬픔들은 한명의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주며 그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랑을 갈구하며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하늘말나리야의 마지막부분에서  13살, 달밭마을의 착하고 공부잘하던 모범생 소희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의 죽음으로인해 그곳을 떠난다. 그리곤 2년의 시간이 흘러  열다섯살이 된 소희를 우리는 지금 만나게 되었다.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믿음으로 일찍이 돌아가신 아빠와 자신을 떠난 엄마를 원망 없이 살아갈수 있었던 소희는 작은집에 얹혀살면서 혈연과 가족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 공부를 잘해도, 공부를 못해도, 밥을 많이 먹어도 적게먹어도 모든 상황들이 불편하기만 한것이 더부살이였던것이다. 군식구가  늘었다는 핑계로 특별히 잘해주는것없이, 집안일에 미용실일까지 떠안기는 작은엄마의 눈초리는 따갑기만하다. 거기다 학교에서나마 그녀를 지탱해준 공부잘하는 모법생이라는 허울조차도 무상급식대상자임이 알려지면서 힘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힘들기만 했던 1년 반의 시간을 보낸 소희에게 뒤늦게 찾아준 엄마는 왜 버리고 갔냐 원망할 틈도 없이 무조건 반가운 구세주였다.

   

하지만 첫만남부터 그 둘의 관계가 순조롭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었으니 자신의 존재를 잊은듯 앞만보고 운전하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소희는  '인간에게 새끼를 뺏긴 어미 원순이를 죽인 다음 살펴보았더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더라" 라는국어시간에 들었던 중국의 옛이야기를 떠올려야만했다. 보이는것과 달리 엄마의 마음도 그러하겠거니 속깊은 소희는 엄마를 그렇게 이해했다. 그후 윤소희에서 정소희로 이름이 바뀌고, 무상급식 대상자에서  명품으로 도배한 부잣집 공주님으로 단시간에 변신한것과 달리 허드렛일을 하며 연명하던 작은집의 더부살이 소녀는 친엄마곁에서도 여전한 더부살이로 연명하고 있었다.

 

이유없이 적대시하던 우혁, 정겹게 건네는 살가운 말 한마디 없이 냉랭하기만한 엄마, 부드럽고 인자한 말을 해줌에도 가까이 다가갈수 없던 아저씨, 그나마 그 숨막히는 틈바구니에서 순수한 어린마음으로 자신을 따르는 우진과 혼자만이 숨어들수 있는공간인 방이 존재하고 있어 위안이 된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사이 난 작가가 들려주는 명언과도 같은 문장들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그렇게 융화하지 못하는 가정에서 버거울때나 , 때때로 복잡해지고 가끔은 슬퍼지는 소희의 마음과 달리 부잣집의 행복한 공주님으로 알고있는 친구들이 보내는 부러운시선의 혜택을 누리다가도 어쩔수없이 가슴 한켠 차지하고있는 그 묵직함이 커져올때면 소희는 영화 카페의 디졸브를 찾는다. 누구인지 모르기에 만날일이 없다 생각하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과 고민을 유일하게 전할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에게  내내 무관심한듯한 엄마를 원마하는 소희를 향해 디졸브는 목숨까지 바친 대다한 엄마의 사랑을 말하면서 반대로 자신을 항해 숨이 막힐만큼 조여오는 엄마의 기대와 사랑을 호소한다.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쩌나 겁나요.

나 때문에 고생한 엄마한테는 뭐가 남을까 두려워요. 난 엄마가 자식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함께하지 못했던 15년이란 시간은 단시간에 메꾸기엔  버겁다는듯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모범생이었던 소희를 옭아매며 괴롭힌다. 꼭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던 첫번째 시험의 어이없는 실수, 만회하고자했던 두번째 시험의 실패와 엄마를 속이고 만나는 남자친구에 지하철역에서 갈아입던 옷까지, 자신의 시간속으로 걸어가려 할수록 좋은 면만을 보여주고싶었던 엄마와의 갈등은 늘어만간다. 하지만 그것이 약이었다. 그 속에서 소희는 좋은면만을 보이며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는것이 가족이 아님을 알아갔고 서로를 이해하며 터놓고 대화할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을, 지금당장은 아플지언정 숨기기보단  드러내면 묘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것이다. 그리곤 자신이 엄마에게 어떤 의미이고 존재였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한 남자의 죽음에 맞닥트려서는, 아들을잃어버린 어머니와 남편을 잃어버린  며느리사이의 미묘한 대립과 갈등에서 희생되어야만했던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본다.

 

" 너는 그동안 내 족쇄였어. " 이 대사앞에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낱말이었건만 왜그리 마음에 와닿던지 좋은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사랑하고 싶고 사랑해야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는 사실만으르도 아이들은 내 족쇄였던것이다. 




 



 

그렇게 삐그덕 삐그덕 거리던 소희와 엄마와의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섯살때까지 소희 방의 원주인이었던 아저씨의 딸 리나가 5년만에 찾아오며 물꼬를 트게된다. 절친임에도 불구하고 다 갖은듯한 여유로움속에서 평화스럽기만한 채경과 지훈에게선 절대 얻을수 없었던 것으로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끼리 공감하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듯, 디졸브라는 가면으로 소희의 마음을 잡아주었던 재서가 그러했듯, 

자신과 많은것들이 닮아있던 리나의 모습은 절대 친해질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편견을 깨면서 가족속에 융화하지 못한채,겉돌기만했던 소희를 품어주는 계기였다.

 

그리고 소희는 고단한 더부살이를 하며 버렸던 친구 미르와 바우, 자신의 분신인 일기장까지 찾아들었다. ' 나는 앞으로 이 일기장에 담기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물론 힘들고 괴롭고 아픈 일까지도 모두 다 사랑할것이다. 그럴것이다. '

 

이책을 들고 있는 동안 난 , 나 자신의 모습임직한 엄마를 보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모습이 될 영상을 그렸다. 더부살이와 새아빠 새가정이라는 틀별한 모습을 떠나 부부간의 관계, 부모자신간의 관계 형제 자매간의 갈등, 친구문제까지

더 영리해져서는 현명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으로 보둠고 감싸안으며 서로가 완벽해져가는 가족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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