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들어 벌써 두차례의 큰수술을 받으신 친정엄마는 수술경과가 좋아 다행이다 싶었건만 요즘 수술후유증으로 찾아온 안면마비증세로 힘들어하신다. 주무시는것도 앉아있는것도 편하지 못한상태로 혹시나 자식들에게 짐이될까 언능 회복되고싶은 마음에 하루에 반나절을 물리치료로 보내시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후 찾아갈라치면 나 괜찮은데, 이러다 낫겠지, 피곤한데 뭐하러 왔느냐며 언능 가서 저녁 해먹어야지라는 걱정부터 하시는 모습이니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혹시나 자식이 힘들까 걱정하시는 엄마의 모습이다.

 

큰 수술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감기걸린 딸년의 안부가 더 걱정되고 도통 입맛이 없어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면서도 너는 끼니 거르지 마라 신신당부를 하시는 엄마, 도저히 이젠 아파서 안되겠다 수술해야지라는 말을 하기전 몇년동안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병원가지 왜 사서 고생이야 뚱박만 주던 큰 딸은 요즘에서야 조금씩 정신을 차려가는 중이다.

 

그래봤자 하루에 한번 잊지않고 전화를 넣어서는 병원은 잘 다녀왔는지 식사는 잘 챙겨드셨는지 안부를 묻고 저녁에 잠깐 얼굴 비치는게 전부이다. 정신차리고 변한게 이정도이니 그동안 무심해도 너무 무심했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내자식 챙기는것 반에 반만이라도 엄마를 생각했더라면 이렇게는 하지않았을텐데 싶어진다.

 

책이전 나문희씨가 열연했던 드라마로 얼핏 기억되었던 노희경님의 사모곡인 이 책은 그런 내가 깊은 반성과 함께 펑펑 울고싶은마음에 선택했었다. 더 늦기전에 엄마의 소중함을 알려줄것 같아서 이야기의 힘을 빌어서라도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 싶었다. 아이들을 재운 늦은 밤 책장을 넘기며 훌쩍훌쩍 울다간 아침 출근길 전철에서 콧물 눈물을 찍어내며 또다시 훌쩍훌쩍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남편에 이젠 제법 컸다고 밖으로만 돌며 자기 세계에 빠져버린 아이들, 평생 시집살이 시켰던것도 모자라 치매에 걸린후 이어지는 시어머니의 폭행과 폭언 그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이가 우리들의 엄마였다. 고운정보다 미운정이 더 무섭다고 평생을 힘들게 했던 시어머니가 야속하기보단 연민과 사랑의 무게가 더 크게 작용하는 사람이었다.

 

그 엄마는 자신이 곧 죽을지도 모른채 여전히 온통 식구들 걱정만 달고산다. 삼수하느라 힘들었던 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인정받지못할 사랑에 빠져버린 딸이 온전한 사랑을 찾길바란다. 그리곤 평생에 숙원이었던 집을 완성한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편안히 모시며 정녕퇴직한 남편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싶은 소박한 소망을 갖고있을뿐이었다.

 

이제 앞으로 한달반의 시간을 장담할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엄마, 그때가 되어서야 엄마의 자리가 너무도 크고 소중했음을 알아가는 가족들이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매일 받아먹기만했던 밥상을 차리고, 묻는말에 대답하고, 부르면 모습을 보여주는것, 가족이라면 당연히 했어야 했던것을 뒤늦게 실천할뿐, 하지만 그속에서도 우린 딸 연수의 모습을 통해 또 한번 엄마를 향한 우리의 이기심을 보게된다.

 

자신의 삶은 없이 형제자매에 치이고 남편과 시어머니에 치이고 자식들을 위해 희생만을 실천했던 엄마의 인생이 불쌍하다기보단 그 엄마 없이 내가 어떻게 살까? 그동안의 내 행동에 대한 후회를 어떻게 감당할까 스스로를 건져낼 구멍을 만들어갔던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평생 희생만 강요당했던 자신의 짧은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겨진자들을 걱정한다. 마치 그게 엄마라는 이름의 숙명인것처럼...

 

어린시절 50대의 젊은 엄마를 암으로 잃어버린 작가는 자신의 엄마가 잠깐 살아돌아온다면 손가락 마디마디를 만져보고 뜨거운 입맞춤을하고 옆에 누워 잠을 자고 싶다했다. 가장 쉬워보이는것이건만 언제 해보았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것이 난 오늘저녁이라도 당장 실천이 가능하기에 참으로 다행스럽기만하다. 이젠 더이상 기다려 주지 않을것 같은 엄마, 더 늦기전에 후회하기전에 사랑하는 마음을 매일매일 전하자 마음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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