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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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일까 조선의 역사를 만날때면 안타까울때가 참으로 많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 그렇게 밖에는 못했을까 ?.

하지만 조선과 대한민국이라는 과거와 현실을 오가며 그 악순환이 되풀이될때면 알고있으면서도 고쳐지지 않는데 그때엔 그럴수 밖에 없었겠구나.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물불을 가리지않고 잡으려는 권력이고 힘이라는거구나 수긍하게도 된다. 

 

소현은 사도세자와 더불어 비정한 아비에 의해 죽임을 당한 또한명의 왕자였다. 자신의 모든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부모이건만 단 하나 안되는것이 권력인가보다. 혹시나 나의 자리를 넘볼까, 나의 자리를 빼앗을까 경계하고 의심하고 죽여만하는 비정한 자리가 권좌인가보다.

 

김인숙의 소현은 조선과 청 사이에서 다음 보위의 주인이라는 무거운 무게감에 짓눌려있는 세자의 모습을 아주 특별한 감각으로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잘 버무려 놓고있었다. 절대 가볍지 않았으며, 알려진 사실을 그대로 기술하지도 않았으며 김인숙만의 감각과 느낌으로 살려낸 소현이라는 인물이었으며 조선 정치사와 대외관계사였다.

 

1963년에 일어난 병자호란은 명을향한 뿌리깊은 사대주의에 젖어있던 조선엔 말할수 없는 치욕이었다. 임금이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고 세자와 대군, 종친을 비롯한 많은 백성들이 볼모로 잡혀간 사건, 그로인해 인조는 청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며 북벌을 논했다. 하지만 그건 한 개인이 할수 있는 판단이요 결정이었을뿐 1국의 왕이 내려야만 했던 결정은 아니었다.

 

아비 인조가 그렇게 창경궁에서 청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고 있을때 세자 소현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며 부국강병해가는 청의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다른 견해의 차이는 떨어져 살아야만했던 세월과 비례하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설로 연결되었다.

 

열여섯의 나이에 병자호란을 겪으며 아비에게 한번 버림받았던 장남은 볼모생활을 청산하고 환국한 두달후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 말아야할 의무만 있었던 자리, 조선을 대표하면서도 힘은 쓰지 말아야했던 자리, 그런 자리에 있었던 소현은 하물며 아무도 믿어서도 안되었다. 그렇게 8년여의 시간동안 아버지 인조와의 갈등은 깊어졌고 그 틈새에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조선사대부의 표상인 좌의정 심기원과 그의 아들 심석경이 포진했다.

 

그런 실제인물과 함께하는 가상의 인물들로 지체높은 사람들과는 전혀 어울릴것같지않은 역관  만상, 신녀 막금, 종친의 딸로 먼 청국까지 잡혀와 대학사의 둘째부인이된 흔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 이야기는 더욱 탄탄했다. 역사속 인물을 탐닉하며 요사이 더욱 알고싶었던 소현, 시대의 주인공이었을 그가 죽어야만 했던  궁금증을 풀어내고 그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는데있어 작가 김인숙의 독특한 시선이 참으로 좋았다.

 

또한 그를 논함에 있어 어김없이 등장하는 봉림대군과의 관계구도는 현실 역사를 이해해야만 하는 우리들의 시선에 도움을 주기도한다. 책장을 덮으며 난 처음 내 나름의 예상과는 전혀다른 이야기 흐름과 색깔에 한 인물을 그려내는데 이런 느낌도 만들어낼수있구나라는 감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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