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죽기로 결심하다
함규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제목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을때까지만해도 이렇게 좋은책인줄 몰랐었다, 그냥 파란만장한 고종의 일대기를 가십거리로 다른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한데 역사를 바로 보고싶고 더 많은 것을 알고싶은 역사적 사실에 목마름을 안고있는 나에게 이책은 며칠동안 잡고 정독할만큼 많은 가치를 부여해주었다.

 

12살에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앉았던 제왕의 자리,하지만 차지한 이상 지켜야

했기에 그 자리를 두고 펼친 60여년간의 절절한 사연은 그 누구와도 견질수가 없었다 500년 조선역사속에 이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왕은 없었다. 아버지를 물리치고 형을 쫓아내고 굳건한 왕권을 다졌던 태조도 제왕의 자리에 있는내내 안동김씨의 독살위험에 노출되어있던 정조도 그렇지는 않았다. 안팎으로 그 자리를 넘보는 무수한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종은 오랜 시간동안 참으로 외롭고 고독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그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까. 백성일까 조선 왕조 였을까 아니면 진정한 백성들을 위하는 군주로서의 마음이었을까?.  많은 권력자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달라지는 지금 우유부단하고 유약하게만 비쳐졌던 고종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구한말 조선의 어지러웠던 정치현실과 변화의 길속에서 조선을 지켜내야만 했던 군주의 외롭고도 처참한 현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낱낱이 들추어냄으로써 개개인의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평가를 할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음에 큰 의의를 두고싶다.

 

1863년 영조의 현손 이하응의 둘째 아들 명복은 12살의 나이로 조선의 26대왕이 되었다. 조대비의 수렴청정을 염두해둔 철저한 권력구조에 입각한 출발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3년여의 수렴청정 그리고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집권으로 허울뿐인 10여년을 지낸후 어렵사리 자신의 권리를 되찾은듯 싶었다.

 

하지만 시대는 안팍으로 너무도 변화무쌍했으니 조선을 넘보는 나라가 많았고 제왕의 자리를 탐내는 아버지의 욕심은 끝이없었다. 다른나라들은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며 자국의 이익과 식민지 개척이 한참이었건만 조선은 그렇지가 못했다. 천주교 박해로 기인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로 실패한 외교정책은 일본과 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조선을 넘보게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명성황후를 가운데에 둔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은 자국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조선의 존폐를 다른나라에 의존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임오군란, 동학난, 갑신정변과 을미사변 을사늑약에 이르기까지 힘이 없는 군주가 해결하기엔 버거운 사건들이 연속 적으로 이어지며 조선은 식민지화가 되어갔다.

 

그 사건의 중심엔 항상 고종이 있었다. 조선의 제 1인이었기에 감당해야할것도

많았고 해결해야할것도 참 많았던 제왕, 자신만의 술책과 방법으로 이 나라를 구하고자 했지만 역부적이었던 삶 - 난 적어도 그렇게 보고싶었다. 안중근의 이토 히루부미 암살에도 헤이그 밀사사건에도 고종이 있었고 자신의 존재만으로 조선의 버팀목이 된다는 의지하나로 굴욕적인 삶을 살았던 불쌍한 제왕으로....

 

고종을 제대로 평가해보고싶고 구한말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조망하고 싶다면 이 책 참으로 괜찮다. 다방면의 관점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들추어내고 보여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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