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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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말 속에는 참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 무슨일을 하든 용서할수있고 용서해야만 하는관계, 가장 많은것을 알고있다 착각하게 만드는사이, 하지만 그래서 가장 소중하다라는 묵언속에 더이상 알아야하는것도 조심해야하는것도 없는 안일해지는 관계라는게 마지막 정답이 아닐까?.

 

그런 가족들의 어두운 내면을 작가 정이현은 너는 모른다 속에 다 담아냈나보다.

정이현 하면 다소 토속적이고 옛것을 찾아가게되는 나의 문학세계에서 가장 도시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대표하는 작가로 각인되어있다. 그래서 조금은 별나고 독특한 느낌을 안겨준다. 너는 모른다라는 책은 내가 가지고있는 그 느낌 그대로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족과 가정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5살의 김상호 22살의 강미숙은 어린시절에 불장난처럼 시작된 첫번째의 가족관계에서 은성과 혜성을 낳았다. 하지만 너무 일찍, 너무 쉽게 시작된탓일까 그들의 가정은 너무도 쉽게 허물어져 버렸다. 그리곤 몇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구성된 그네들의 두번째 가정은 김상호 진옥영이었다. 그리고 은성과 혜성에이어 유지라고 하는 새로운2세가 등장했다.

 

2008년의 봄 서초구 서래마을의 한 빌라에서 살고있는 그 가족의 모습은 적어도 외부에서 보기엔 지극히 평범하면서 부러움의 대상들이었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김상호는 성공한 사업가로 한가정의 든든한 가장이었으며 어머니 진옥영은 화교출신에 두번째 부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돈 잘버는 남편을 둔 덕에 부유층 사모님의 포스가 강하게 풍겨온다. 다음으로는 그들에게있어 가장 문제아이며 골치거리인 큰딸 은성이 있다. 하지만 의대생인 아들 혜성과 바이올린 영재로 초등4학년인 유지가 있어 은성의 문제는 충분히 가리워진다.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곳이 바로 서울이다. 그 서울에서 2008년 2월의 어느 일요일아침 한강에서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하루 평군 164명의 사람들이 사라진단다. 그렇기에 신원을 알수없는 변사체의 발견은 더이상 사회적이슈가 될수도 없는일이었다. 요즘 텔레비젼의 한 오락프그램에서 유행하는 ' 나만 아니면 되' 라는 이념이 사람들의 내면속에 뿌리깊게 박혀있을뿐이었다.

 

그렇게 겉으로는 행복해보였건만 모든것이 내가 중심이고 나만의 울타리에 갇혀있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던 한 가정의 파괴는 정말 너무도 단순하고 어이없는 시발점으로 얽히고 설켜버려며 각자가 만들어왔던 공간들이 얼마나 속되고 허망했던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혼한 아빠와 엄마때문에 난 상처를 받았어, 같이 살수 없기에 내 마음대로 살거야라는 모습의 은성과 그 어느곳에서도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위로받을수 없었던 혜성은 그들 가족에서 최고의 피해자들이라 칭할만하다. 반면 2번째 가족의 축복속에 태어난 막내 유지는 한없이 행복해야만하는 표본이었다. 그러한 세아이의 부모 인 아니 적어도 보호자역활을 수행하고있는 김상호 진옥영부부는 자신들이 선택한 인연이었기에 책임져야하는 의무감을 안고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라는 허울속에 숨어 각자의 세계를 구축하기에 바빳다.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을 하면서, 적어도 내 잘못이 아닌 상대방의 과오로 어쩔수 없다는 구실을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통해 난 과연 나의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왔던가를 생각했다. 그러다 최선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가족이라는 존재들은 최선이란 가면에 가리워지기전 본심과 진심이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공유하고 즐기며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고 이해하며 함깨 걸어가는길이었던것이다.

 

그래서였나보다. 10여년의 시간동안 각자의 비밀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그들에겐 가족이 없었다. 철저히 자신만 있었을뿐이다. 11살 막내동생 유지가 실종되던날, 실종되던시간에 함께 하지 못했던 이유엔 가족이 아닌 각자 개인의 삶만 존재하고 있었던것이다. 그리곤 이젠 실종과 유괴라는 극단적인 현실앞에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돌아보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나는 몰랐다 너를, 너는 모른다 나를

 

막내가 실종되었지만 어디에 연락하고 어디를 찾아봐야하는지 모른채 가족들은 막막해한다. 다 알고있다. 항상 같은곳을 바라본다 생각했던 엄마는 아이의 컴퓨터에 비밀번호가 걸려있었다는 사실이 난감하다. 그렇다면 우리들 각자는 이 대목에서 가족들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있는것일까 생각해보지 않을수없다. 남편과 아이들을 향해 잔소리가 아닌 진정한 대화를 나누었는지 세컨드와 짱께라는 단어의 뜻을 음미하며 홀로 아픔을 새겨야만했던 유지와 같이 남모르게 숨겨온 아픔이라든지 숨겨야만 하는 사연에 눈물을 짓지는 않았을까?. 아니 그보다도 포기라는 너무 쉬운 방법을 통해 가족간의 관계와 의미를 저버렸던것은 아닐까 나를 돌아본다. 

 

지난 크리스마스 난 초등 5학년인 큰딸이 몇년동안 졸라왔던 핸드폰을 사주었다.  비밀번호를 걸어둔채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드려하는 아이를보면서 오랜 열망속에 획득한 산물이기에 조금만 이해해주자 마음을 먹으면서도 불안해졌다. 너무 앞서가는 생각인줄 알면서도 그렇게 각자의 공간속에서 혼자만의 삶을 만들어가려는것은 아닐까?, 2010년 새해를 여는 싯점에서 이책을 만나며 난 새로운 신년계획을 하나 추가하게된다.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되 마음을 나누는 비밀이 없는 가족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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