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담쟁이 문고
김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딸 둘의 엄마인 난 아이들이 커갈수록 내모습에 책임을 져야하는 중압감을 느끼곤한다. 하나의 인격체로 나와는 별개인 사람으로 인정한다 생각했는데 어느순간 그것도 자주, 아이들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게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피는 못속인다 했는데 그 탓일까?  아니다 아주 많은 시간 함께하고 제일 많이 보는것이 바로 나 엄마이기에 아이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렇게 되어버린것일게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머니상은 너무도 중요하다. 한데 이 어머니상이란것이 세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면서 참 많이 변한듯하다. 예전에 고전적인 순종적인 모습을 요구했다면 요즘엔 아이들의 멘토가 되길 자처하는 열혈 어머니상이 판을 치고있는거이다. 하지만 그보다 좀 더 특별한 엄마의 모습이 있었으니 중학생 딸을 키우며 외딴 산골에서 혼자살아가는 이혼녀였다. 

 

아무리 소설이겠거니 생각해도 작가의 자서전이 아닐까 싶어지던책, 그 이야기는 너무도 소심해 사회적 흐름을 무시못하는 지극히 평범한 나의 눈으로 보기엔 가장 용기있고 멋진 어머니였다. 철이 없으면 좀 어떠한가, 가난한게 무슨 대수인가, 사람은 살아가게 되어있는법인걸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Y대 영문과에 입학해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엄마는 광주항쟁을 겪으며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게되고 그 후론 평범함을 거부한 삶을 걷게된다. 만인이 인정하는 화려한 학벌은 무시한채 현장이라 부르는 공장 노동자로 3년을 살기도하고 아버지의 강압으로 정신병원에 갇히는가하면, 같은 노동운동을 하던 남편을 만나 지극히 순종적인 아내로 고된길을 걷기도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그녀가 선택한 삶이 돈 못버는 비주류 작가의 삶이었다. 하지만 거기엔 동방자가 있었으니 전국 어느곳이나 찾아간다는 택배기사마저도 싫어하는 첩첩산중 외딴집에서 중학생 딸과 함께 살아가게된것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는 남자를 바라보고 동경하는 철없는 사랑을 하는가하면 동네 쌈닭이라 불릴만큼 대책없는 자신감으로 충만되어있다. 그런 엄마를 둔 딸은 항상 걱정이 많다.

 

그런 엄마와 살아가느라 저절로 속깊은 딸이 되어버렸다. 신학기때마다 이혼녀의 딸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스스로 가난한다 자처하며 급식지원을 요청한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던 원어민 선생님을 기꺼이 엄마에게 내어주기도한다. 

 

그에 비해 엄마의 모습은 너무도 철이 없기는 한다. 정작 혼자만의 시간을 즐겁게 즐기면서도 딸이 눈에서 사라진 즉시 보고싶다 매일매일 부르짖는 엄마, 남자와 연애했던 이야기, 꿈속에서 본 낯선남자에 흥분해 자위했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풀어놓는 엄마, 실연의 아픔을 공유하자 매달리는 엄마였던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엄마의 마음속엔 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불안하고 항상 미안하다.

 

자신보단 더 나은삶을 살기바라고 지금 이순간을 충분히 즐기길 바라고 지금의 생활이 먼훗날 양분이되기를 소망한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삶의 기준이되는 방향이 다를뿐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있다 생각하기에 드는 자신감이었다. 난 그 엄마를 보며 내 아이의 눈에 나의 모습은 어떠할까 참 많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자신이 없어졌다.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가고 많은것을 강조하는 생활, 대화보단 명령이 존재했음을 너무 잘 알고있기에..... 나도 이런 엄마가 되고싶다. 적어도 나의 딸들이 나를 이해할수있을만큼의 살가운 대화를 나누면 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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