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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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3대에 걸쳐 펼쳐지는 질곡진 삶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있었다. 질펀한 남도사투리와 함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우리의 예전 모습들이 너무도 세밀하게 묘사되어있었고 배경들 또한 바로 이렇게 살았었구나 생각될만큼 사실적이었다.

 

전라도 어디쯤이라고 하는 밤나무정 그곳엔 타고난 심성은 완전히 무시된채 주변 사람들의 강압과 폭력으로 인해 너무도 힘든삶을 살다 일찍 저세상에 가버린 순박한 청년 기판이가 있었다. 그리고 또한명의 주인공은 수많은 가족들을 힘든 삶의 고뇌속에 밀어넣고있는 그의 어머니 안골댁이었다.

 

그 두명을 중심으로 3대에 걸쳐 펼쳐지는 기구한 가족사는 일제강점기 말미를 지나 6.25을 겪은 힘든 시기를 지난 1950년대중반을 배경으로 하고있었는데 비교적 풍족했던 부농은 갑자기 닥쳐온 병마와 그로인해 생긴 조바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는다. 설상가상 기차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아버지를 여윈 가족에게 남겨진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수 없었던 집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타고난 성실함과 정직성, 가족간의 끈끈한 정을 기반으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하며 번듯한 가족을 일구어낸다.

 

그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 생각했던것도 잠시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삶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어렵게 어렵게 둘째 남섭이의 부인으로 들인 며느리가 그 사단이었다. 신혼 초행길 남편을 놓쳐버린 가마꾼들을 뒤로한채 눈보라를 헤치고 남편집을 찾아든 새색시는 집안의 희망이었던 아홉마지기논을 독식하는가하면 시아주버니인 첫째 장섭이에게 악다구니를 쓰고 막내 평섭이의 새집을 무작정 꿰차고 들어가더만 막내동서의 금반지를 뺏기까지한다. 가족들의 안위는 내몰라라 자신의 끝없는 탐욕과 욕심만을 채우고 있었던것이다.

 

그녀의 그러한 욕심과 포악한 심성은 정한수를 떠놓고 오매불망 치성을 들인끝에 금지옥엽이야, 어렵게 얻은 아들 기판이의 성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니 순하디 순한 아버지 남섭이가 방패막이가 되지못하는 사이 한없이 나약하면서 여리디 여린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것이다.

 

동네 또래아이들의 우두머리가 되라 귀한 산삼을 먹이고, 다른동네 아이들과의 축구시합에서 두각을 보이라 귀한 축구공까지 떠안기는 엄마, 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아들 기판이는 또래친구들로부터 더한 웃음거리와 놀림거리로만 전락한다.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를 힘들게 졸업하고 멀리 광주로 고등학교 유학을 떠나며 어머니 안골댁의 기대에 부응하는가 싶었던 기판이는 결국 친구들의 괴롭힘과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채 정신병에 걸려버린다. 그리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참혹한 칠성파 부도목과의 만남으로인해 종국엔 너무도 젊은 나이에 칼을 막고 숨지는 참사를 겪고만다.

 

누가 기판이를 그 허망한 죽음으로 내몰았던걸까. 거기엔 너무도 무능한 아버지도 있었고 턱없는 기대치와 욕심을 앞세운 잘못된 어머니의 사랑과, 아무 죄의식없이 자기편의속에서 오랜세월 괴롭혀온 친구들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만나며 난 때로는 시어머니 장자댁의 마음이 되었다 안골댁이 되었다 기판이가 되어가며 가슴앓이를 했다. 

 

풍족하게만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조금 버겁지 않을까 싶었지만 우리의 삶이 이랬음을 이렇게 억척스럽게 자신을 키워왔음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듯해 문학사적 큰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정신을 놓아버린 기판이를 살리기위해 벌이는 굿판이 리얼했고 우리 전통혼례의 모습과 성장기의 추억이 흠씬 묻어나고있어 멋졌다. 밤나무정의 청년 기판이는 애석하게 떠나가 버렸지만 강정님이라는 작가는 두고두고 나의 머릿속에 오랜시간 남아있을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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