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지대사의 으뜸중 으뜸이라할 임신, 그것도 결혼한지 20여년을 훌쩍 넘긴 45살에 접한 소식이라하면 띌듯이 기뻐해야할것은 당연지사, 오라! 한데 남촌 공생원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발단은 비록 돌팔이라 치부했지만 자신에게 문제있다 처방을 했던 서의원때문이었다.
그래서 마냥 기뻐할수도 없이 찜찜한 마음에 도대체 누구의 씨인지 밝히고자하는 280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평생 굳은일 한번 한적 없이 시집올때 마누라가 가져온 전답에서 나온 소출로 부족하나마 유유자적 소일하는 남편과 달리 특유의 풍성함으로 매사에 적극적이고 인간관계도 넓은 마나님이고보니 의심가는 놈이 한둘이 아니다.
돌팔이 서의원과 달리 특유의 꼼꼼함과 신통한 의술로 자신을 사로잡은 의원 채만주는 물론이요, 오랜 죽마고우인 참봉 박기곤과 두부장수 강지수, 노비 돈이와 저포전의 황용갑에 이른기까지 그가 꼽고 남몰래 뒷조사에 들어간 사람이 여덟이나된다.
도대체 나의 마나님과 정을 통한 놈이 누구란 말인가?. 공처가 공편의 가슴앓이는 애처롭기 까지하다. 한명 한명 어렵게 물망에 올리고 한명한명 찾아가 쉽지않은 대화를 누리고 그리곤 제외하기를 수차례 그 와중에 대범하기 이룰데 없는 마나님은 다달이 불러오는 배를 감당못해 힘들어하면서도 불거지는 문제들을 잘 처리하고있었다.
그 이야기를 쫓아가며 독자들은 성종대 조선 성종대의 한성부 명례방을 배경으로한 다양한 인간군상들속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엿보게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여러 사건들이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문장으로 경쾌하게 풀어져있어 속앓이를 하는 공생원과 달리 독자는 유쾌하면서도 즐겁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이 있었으니 서의원의 정체를 알게되고 280일간 공생원 못지않은 속앓이를 했을 마나님이 토해내는 절규는 가당치 않은 의심과 눈초리를 보냈던 서방님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었다. 남녀가 결혼을 해 2세를 봐야하는것은 당연한 이치이건만 한해 두해 시간을 흘러가는데 태기의 증세가 나타나지않는다면 그것만큼 힘든일이 어디있는가 ?
그나마 공생원처럼 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마음편히 생각해주는 서방이라면 다행이지만 여자의 마음이란게 어찌 그리한가, 하물며 칠거지악중 으뜸이 2세를 생산하지 못한거였던 조선시대 여인에게말이다. 아기를 갖기위해 온갖 비방을 다 써대는 마니님을 이해하지 못했던 공생원은 결국 자신의 씨앗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던것이다.
남촌 공생원의 280일간의 고민은 진지하자면 한없이 진지할수있었던 주제였건만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있어 퓨전사극을 보는듯 편안하면서도 멋진 결론을 끌어내고있었다. 그래서 처음 접하게된 김진규라는 작가의 개성이 참으로 깊은 낙인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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