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지금 손에 움켜지고 있는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 삶의 무게감 삶의 고통 희망 놓지못하는 미련으로인한 버거움 그런것들을 쥐고 있으므로 나의 삶은 온통 옭아매져 있는게 아닐까? 

 

우리문학계의 큰별 박경리선생님 그분이 얼마전에 타계하셨다. 식당 어느한켠에 자리잡고 밥을먹다 텔레비젼속 화면을 통해 그분의 타계소식을 접했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데 그분의 작품을 좋아하는 한사람의 독자일뿐인 내게 그분의 타계소식은 가까운 친척의 부음소식이라도 접한듯 뒷골이 멍해져왔다.

 

처음 접했던 작품이 김약국의 딸들이었고 책보다 먼저 드라마를 통해 만났던 토지의 작가로 각인되어졌으며 그렇게 최참판댁의 서희 아가씨의 모습속에서 그려보곤 했던 작가 토지문학관 소식을 들으면서는 언젠가 한번 가보고싶다 마음에만 담고 있었던 그분의 삶이 이 한권의 시집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80평생의 고단한 삶을 내려놓으며 써내려간 39편의 시속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머니의 한이서린 일생을 덤덤하게 풀어놓으며 홀가분해지고 있었음을 느낄수있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아픔과 남과북의 이념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우리네의 고통 그 와중에 왜그리 여인네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했던걸까

 

자신의 모든것을 드러내놓고 그로인해 모든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모든것을 여기에 남겨놓고 가려는 마음이 한편한편의 시속에 다 담겨져있다. 당신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라도 하려는듯 마지막 가시는길에 그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파란눈이 선명한 하얀 용꿈을 꾸고 낳았다는 집안의 장손 그래서였나보다 그분이 마지막 가는길에 정리하고 있는것은 자신의 정신세계를 가득 메꾸어주고 있던 집안의 역사였다. 꽃다운 나이에 자신보다 더 젊은 여인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한많은 인생을 꽂꽂하게 지켜냈던 대쪽같은 어머니, 손녀에 대한 마음을 나비장하나속에 남겨놓고 떠나신 책을좋아했던 친할머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조건없이 사랑했던 댓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계신 외할머니의 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삶을 지탱해준 원동력이 되어주고 고통이 되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홀연히 떠나신 선생님 그분의 정신세계를 이렇게 뒤늦게나 마주할수 있는 시가 있어 감사하다. 저세상에는 아둥바둥 살아가야하는 삶의 무게감도 이념의 분쟁에 휩싸여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영혼도 없으리라 !.

그곳에서 지금쯤은  편안히 쉬고 계시지 않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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