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통해 본 문화 이야기
김동섭 지음 / 신아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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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도에 발간된 책이라 그런지 너무 오래된 느낌이라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지만 역시 어떤 책이든 읽고 나면 보람이 있다.

언어로 살펴보는 각국이 문화 이야기인가 생각했는데 언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이 많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다.


기억에 남는 것들 몇 가지

1) 한국어는 색채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어려서 봤던 책에서는 영어의 색 표현이 단조로운 반면 한국어는 아주 다양하다고 했었는데 정반대 이야기가 흥미롭다.

오히려 한국어는 푸르스름하다 이런 식의 모호한 표현이 많은 반면 영어는 색 자체를 sky blue, marine blue 이런 식으로 정확히 지칭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옛 그림들이 하늘을 파란색으로 표시하지 않은 이유가 파란색 안료가 없어서 파랗게 인식하지 않았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통용된 색깔은 검정, 흰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이 다섯 가지이기 때문에 푸른 계통을 전부 파랗다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초록과 파란색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셈이다.

화려한 색체를 자랑한 르네상스 시대 그림들을 생각해 보면 색채 표현의 다양성이 이해가 된다.

반대로 한국어는 친족 관계를 표현하는 어휘들이 매우 복잡하다.

영어에서 단순히 사촌이라 표현하는 반면 우리는 내외, 촌수까지 정확히 구분하고 있다.

이런 어휘들을 통해 사회 구조를 살펴 볼 수 있는 듯하다.

다른 예시로 미국인 학자가 원주민 부족에게 햄릿의 줄거리를 설명해 줬는데 이들은 어머니와 결혼한 작은 아버지를 증오한다는 갈등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형사취수혼을 당연하게 생각하므로 처음부터 이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언어가 사고를 제한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2) 한국어는 우랄-알타이어계라 할 수 있는가?

저자가 정확히 구분하지 않았지만 전에 읽은 책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의문을 표한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오래 전에 한반도에 정착해 단일 민족으로 지내 왔기 때문에 유럽의 언어들처럼 서로 섞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립어인 중국어와도 전혀 다르다는 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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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간으로 백제를 읽다 - 나뭇조각에 담겨 있는 백제인의 생활상
백제학회 한성백제연구모임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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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어려울까 걱정했는데 목간 발굴에 관한 이야기라 전시회 도록 같은 느낌으로 빨리 훑어 볼 수 있었다.

돌에 새긴 금석문은 만들기가 힘든 만큼 중요한 정책이나 법령 등이 많았던 반면, 목간은 물품의 꼬리표 같은 실제적인 역할을 담당해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30만 점 이상의 엄청난 목간이 쏟아져 나온 반면 우리나라는 보존상의 문제 때문에 겨우 수백 점에 불과하다고 하니 안타깝다.

중국처럼 쓰고 난 후 목간을 한꺼번에 버리는 폐사지가 발견된다면 훨씬 풍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목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세금 수취와 군역과 요역 징발을 위한 호구 파악에 있는 것 같다.

신라 촌락 문서와 같은 기록들이 목간으로 남아 있어 흥미롭다.

사비 도성을 5부 5항으로 나누어 어디 사는, 무슨 직책을 가진 누구 이런 식의 신분증 같은 목간이 남아 있다.

또 위덕왕이 관상성 전투에서 사망한 아버지 성왕을 기리기 위한 세운 능사지에서 목간이 발견됐는데 다른 절에서 사월 초파일을 맞아 보내온 물품들이 적혀 있다.

자기사와 보현사는 절 명칭이 나온다.

子基寺, 즉 아들을 기리는 절이라는 뜻이라 흥미롭다.

저자는 위덕왕이 죽은 아들을 위해 세운 절 이름이 혹 자기사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법왕 때 세워진 백마강 너머의 왕흥사의 원래 이름이 자기사였을 수 있다고 추론하는데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흥미로운 가설이다.

이 곳에서 능사로 송염, 즉 소금을 보낸 목간이 발견되었다.

절에서 염전을 운영했다는 간접 증거라고 한다.

오석, 즉 도교에서 선약으로 쓰이는 오석산이라는 목간도 발견되어 백제와 도교의 관련성도 추측하고 있다.

한 두 글자에 불과한 목간을 가지고 다양한 생활상을 추론한다는 점에서 문자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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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계사 - 문화의 눈으로 역사의 진실을 읽는다, 개정증보판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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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흥미롭게 읽을 만한 주제들이 많았다.

다만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라 그런지 약간 촌스러운 서술 방식도 있고 오리엔탈리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랄까, 이런 게 다소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는, 문화사적인 역사는 전체에서 개인으로 발전해 오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근대 사회는 "개인"의 발견인지도 모르겠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관습적인 틀 안에서 자신을 누르고 살다가 부가 확산되고 인권이 발달하면서 집단으로부터 벗어나도 홀로 생존할 수 있는, 그래서 나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산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개인"들이 확산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낭만적인 사랑관도 먹고 살만해진 근대의 산물인 것 같다.

18세기 영국의 개신교도들에 의해 부부간의 사랑이 비로소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국만 해도 최근까지 본부인은 가정을 지키는 사람이고 사랑은 가정 밖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이제는 사랑을 계속 지켜 나가는 과정으로 변하는 듯하다.

유아 유기 풍습도 부부간의 사랑이 널리 퍼지고 먹고 사는 게 해결이 된 후에야 비로소 아이를 가정에서 보호한다는 관념이 자리잡게 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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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성채 도시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가이하쓰샤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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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유럽에 대한 관심이 참으로 지대한 것 같다.

이런 책들을 보면, 일반인들도 역사에 대한 오타쿠적인 관심이 큰 듯 하다.

책 서문에도 취미 생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말이 있다.

확실히 일본은 한국과 비슷해 보이는데도 매우 다른 문화권 같다.

사실 책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성채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들은 거의 이해를 못했다.

기계에 대해서는 겨우 스마트폰 누르는 것 밖에 못하는 사람이라 성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나로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 불가다.

다만 고대로부터 외적의 방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 살기 시작했고 거주지를 삥 둘러 거대한 성벽을 쌓게 됐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높아졌다.

대포가 등장하면서 성 안에서도 대포를 쏴야 하니 지나치게 높은 성벽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 다시 높이가 낮아졌다고 한다.

한국은 대부분 산을 중심으로 한 산성 형태인데 유럽은 아예 주변을 빙 둘러 성벽을 쌓고 도랑을 파서 물을 채운 해자까지 등장한다.

석조 건축물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웅장한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적이 쳐들어 오면 전부 성 안으로 들어가 항전을 한다.

성은 그야말로 방어를 위한 최상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시장이 생기고 영주로부터 자치권을 얻는 도시들도 생겨난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도시가 커가는데 제한이 생기므로 중세 사람들도 방어와 확장 사이의 균형에 대해 고심했다고 한다.

좁은 곳에 갇혀 있으면서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이니 페스트 같은 역병이 한 번 돌면 저절로 인구 조절이 이루어졌다.

일부러 역병을 퍼뜨리기 위해 투석기에 포로의 목을 잘라 성 안으로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정말로 인권은 사회의 진보와 함께 발전해 왔고 가톨릭이 지배하던 시대에 이런 형편없는 인권 의식을 보면, 종교가 도덕성을 담보한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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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신화 - 클래식 음악의 종말과 권력을 추구한 위대한 지휘자들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김재용 옮김 / 펜타그램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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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에서 인용된 거 보고 호기심이 생겨 빌리게 됐다.

그런데 무려 800 페이지!

두께 때문에 읽을까 말까 잠깐 고민했지만 대충 훑어 보니 어려운 내용은 아닌 것 같아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잘 모르는 지휘자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흥미로우면서도 진도가 팍팍 안 나간다.

너무 상세하게 당대 클래식 음악계와 지휘자들에 대한 개인사가 서술되어 나같은 클래식의 문외한에게는 지루한 부분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지휘자들이라 호기심이 생기고 <거장 신화>라는 책의 제목처럼 예술가들을 무조건 높이기 보다는 좀더 냉철하게, 특히 비지니스적인 부분을 파헤치면서 일종의 신화 깨뜨리기랄까? 이런 현실적인 서술들이 흥미롭기도 하다.

푸르트벵글러나 카라얀의 나치 협력에 대해 길게 매우 비판적으로 서술한 걸 보면 유럽도 마치 우리나라의 친일 청산처럼 나치에 대한 원죄의식이 뿌리깊게 박힌 모양이다.

현대 지휘자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스 폰 뷜러와 견인주의자 같은 말러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뷜러가 리스트의 사위였고 스승이던 바그너에게 아내를 뺏긴 스캔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희생자 역할을 내면화 했던 불행한 삶과 지휘자의 역할을 정립한 음악사적 이야기가 흥미롭다.

내가 원하는 예술가의 표상은 바로 말러가 아닐까 싶다.

클래식을 잘 몰라서 솔직히 말러 교향곡은 어렵다는 느낌 밖에 안 든다.

그냥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귀에 익숙한 작품들이 좋은데 클래식 연주회 목록을 보면 말러 교향곡이 가장 많은 느낌이다.

이 작곡가가 이렇게도 예술 지상주의자였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는지 삶 자체가 정말로 매혹적이고 존경스럽다.

비지니스에 영합해 많은 돈을 벌고 권력을 휘두른 토스카니니나 카라얀에 대한 비판과는 달리 저자는 말러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한다.

같은 절대 권력이라 해도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다고 할까?

의외로 유명한 아내 알마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사실 이 두꺼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맨 처음 거장이란 일종의 신화이고 인간은 숭배의 욕구를 가진 존재이며 대중문화에서는 스타를 원한다는 분석이다.

고전 시대에는 영웅을 숭배했고 매스미디어의 시대는 대중문화 스타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정치인에게까지 열광한다!

초인을 바라는 마음, 어쩌면 종교도 비슷한 심리 구조가 아닐까 싶다.

전에는 스타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이고 진짜 예술을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스타가 있어야 문화 산업이 굴러간다는 점에서, 혹은 대중이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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