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신화 - 클래식 음악의 종말과 권력을 추구한 위대한 지휘자들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김재용 옮김 / 펜타그램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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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에서 인용된 거 보고 호기심이 생겨 빌리게 됐다.

그런데 무려 800 페이지!

두께 때문에 읽을까 말까 잠깐 고민했지만 대충 훑어 보니 어려운 내용은 아닌 것 같아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잘 모르는 지휘자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흥미로우면서도 진도가 팍팍 안 나간다.

너무 상세하게 당대 클래식 음악계와 지휘자들에 대한 개인사가 서술되어 나같은 클래식의 문외한에게는 지루한 부분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지휘자들이라 호기심이 생기고 <거장 신화>라는 책의 제목처럼 예술가들을 무조건 높이기 보다는 좀더 냉철하게, 특히 비지니스적인 부분을 파헤치면서 일종의 신화 깨뜨리기랄까? 이런 현실적인 서술들이 흥미롭기도 하다.

푸르트벵글러나 카라얀의 나치 협력에 대해 길게 매우 비판적으로 서술한 걸 보면 유럽도 마치 우리나라의 친일 청산처럼 나치에 대한 원죄의식이 뿌리깊게 박힌 모양이다.

현대 지휘자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스 폰 뷜러와 견인주의자 같은 말러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뷜러가 리스트의 사위였고 스승이던 바그너에게 아내를 뺏긴 스캔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희생자 역할을 내면화 했던 불행한 삶과 지휘자의 역할을 정립한 음악사적 이야기가 흥미롭다.

내가 원하는 예술가의 표상은 바로 말러가 아닐까 싶다.

클래식을 잘 몰라서 솔직히 말러 교향곡은 어렵다는 느낌 밖에 안 든다.

그냥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귀에 익숙한 작품들이 좋은데 클래식 연주회 목록을 보면 말러 교향곡이 가장 많은 느낌이다.

이 작곡가가 이렇게도 예술 지상주의자였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는지 삶 자체가 정말로 매혹적이고 존경스럽다.

비지니스에 영합해 많은 돈을 벌고 권력을 휘두른 토스카니니나 카라얀에 대한 비판과는 달리 저자는 말러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한다.

같은 절대 권력이라 해도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다고 할까?

의외로 유명한 아내 알마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사실 이 두꺼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맨 처음 거장이란 일종의 신화이고 인간은 숭배의 욕구를 가진 존재이며 대중문화에서는 스타를 원한다는 분석이다.

고전 시대에는 영웅을 숭배했고 매스미디어의 시대는 대중문화 스타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정치인에게까지 열광한다!

초인을 바라는 마음, 어쩌면 종교도 비슷한 심리 구조가 아닐까 싶다.

전에는 스타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이고 진짜 예술을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스타가 있어야 문화 산업이 굴러간다는 점에서, 혹은 대중이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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