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캣
보 웰치 감독, 마이크 마이어스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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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캣, 어이없는 영화

일단 시작부터 황당했다

그 넓은 극장에서 사촌 동생과 나, 딱 둘이서 봤다

그 전 회도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가 관객의 전부였다

관객이 이렇게도 없을 수 있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옛날에 닥터 K라고 친구 만든 감독이 전에 찍은 영화가 있는데 조조 프로 보러 갔더니 한 10명 앉아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날 이후 최고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당분간 께지기 힘들 기록일 듯...

영화가 시작하고 황당함은 계속됐다

난 당연이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만화는 커녕 만화 캐릭터 조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왜 만화라고 생각했을까?

포스터에 그려진 고양이 그림을 보고 일단 만화라고 판단했고, 더빙을 한다길래 두말 할 것도 없이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지

황당하기 그지 없었음

내가 딱 질색이 억지, 과장 코미디가 이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양이 역을 맡은 배우가 오스틴 파워에 나온 바로 그 배우라고 한다

아, 이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코미디들...

나에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영화 보는 내내 사촌 동생이 재밌어서 어쩔 줄 몰라 했다는 점

난 차라리 자고 싶었는데 왜 자냐고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억지로 다 봤다

신밧드의 모험 보다 더 재밌었다는 동생의 말에 위안을 삼고 극장을 나왔다

화려한 영상은 무척 예뻤다

나중에 평론을 보니 영상에만 주목하라고 하더군

아이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면 지루함을 참고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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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SE - (3disc) 일반판
강우석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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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재밌게 본 영화다

일단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강우석은 확실히 역량있는 감독이다

공공의 적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국 통일 외치면서 신파조로 흐르지도 않고 감정의 과장이 적어서 보기 편했다

영화를 보는 도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배역은 역시 안성기였다

어쩌면 이 영화는 안성기를 위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경구는 극의 중심에서 절대 벗어나는 배우가 아닌데, 말하자면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역량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안성기에게는 밀리는 듯 하다

캐릭터 자체도 설경구가 극의 중심이 되기에는 약한 편이었다

처음에는 조국 통일 외치면서 맹목적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 외치는 교관들이나 인간성이 말살된 특수 부대 요원들에 대한 비인간적이 처사에 스포트 라이트가 맞춰지면, 역시나 하는 신파조 영화에 불과하구나, 비웃어 줄 태세로 경계심을 풀지 않았는데 안성기가 윗사람들에게 실미도 부대원들의 신변에 대한 보호를 요구하는 장면에서 곧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꾸었다

군인이란, 혹은 권위란 저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일종의 경외심마저 생겼다

처음에 안성기가 부대원들을 혹독하게 교육시키는 모습에서는 그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만을 보았다

군인이란 복종하기 위한 존재이고, 권위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랫사람을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상관에게 항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권위란, 혹은 지도자란 자신이 맡고 있는 아랫사람들의 신변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미도 부대원들의 사살 명령을 거부하는 안성기에게 중정 부장이 당신도 어차피 빨갱이에게 어머니를 잃은 복수를 하기 위해 시작한 일 아니었냐는 식으로 몰아 세우자 "군인의 임무에 개인적인 복수심을 개입시키는 일은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았다"고 대답하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군인 정신이란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다 국가가 잘 되라고 하는 일이라는 말에 정치인은 정치를 잘 하면 되고, 군인은 나라를 열심히 지키면 저절로 국가는 잘 될 것이라고 대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치 군인이 사라져야 하는 당위성을 한 마디 말로 압축시켜 놓은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군사 쿠테타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군인에 대한 이미지나 사회적 인지도는 지금 보다 훨씬 더 높지 않았을까?

국가를 위해 언제든지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군인이라는 직업은 어찌 보면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숭고한 직업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사회적 인식이 요즘 같은 까닭은 정치 군인들이 군인의 명예를 깍아 먹었기 떄문이 아니었을까?

난 안성기가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에 군인 같은 강하고 무거운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국민 배우라는 말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님을 실감했다

부당한 국가의 명령과 부대원들의 보호라는 대치 상황에서 고뇌하는 지휘관의 모습을 어쩜 그렇게 잘 표현을 하는지...

안성기도 그렇고 허준호도 극에서 부대원들에 대한 그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훈련을 시킨 것이라면 조금의 사심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부대원들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허준호가 배를 타고 나갈 때 부대원들이 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 정도의 책임감을 가진 지도자와 함께라면 그 동안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극한의 훈련을 받은 세월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권위란 아랫사람들을 책임지고 보호하려는 투철한 사명감이 있을 때 비로소 세워지는 게 아닐까 싶다

안성기가 맡은 역이라 말로 진정한 군인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역도 바로 안성기라고 생각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설경구에게 일부러 사살 정보를 흘린 뒤 자살하고 마는 그 비극적인 캐릭터가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옛날 야망의 전설에서 동생을 지키기 위해 결국 자신이 장렬하게 죽음의 길로 들어서 산화되어 간 유동근이 맡은 바로 그 이정우를 보는 기분이었다

부대원들을 혹독하게 다루던 허준호가 사실은 그들을 자기가 책임져야 할 부하들로 생각했던 반면, 나름대로 인간적으로 대했던 교관이 사살 명령이 내려지자 냉정하게 그 명령을 시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극한 상황을 통해서만 인간의 진심이 비로소 정확히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경구가 어머니 사진을 들켜 허준호가 빼앗자 인간성 좋은 그 교관이 심한 처사 아니냐고 반발했을 때 안성기가 등장한다

난 안성기가 어떻게 해결을 할까 너무 궁금했다

설경구 편을 들어 사진을 돌려 줄 거라고 생각했다

안성기는 전반적으로 훈련병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친다

뜻밖에도 그는 설경구에게서 사진을 빼앗아 허준호에게 건넨다

당연히 허준호는 빡빡 찢어 버린다

안성기는 분노를 간신히 참고 있는 설경구에게 독방 처분을 내린 후 사라진다

거기에 복종하는 설경구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권위란 바로 저런 게 아닐까 싶었다

허준호가 사진을 빼앗았더라면 분명히 설경구는 분노해서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안성기가 빼앗자 순순히 복종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권위는 아랫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으로부터 따르게 하는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군기, 혹은 규칙이란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엄격하게 지켜질 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엄격함이란 원칙을 가지고 모두에게 적용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

실미도 부대원들의 비극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동은 없었고, 안성기 역할에 감동을 받았다

확실히 난 영화를 보는 눈이 약간 독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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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확장판 [dts-ES] - 반지의 제왕 확장판 할인행사
피터 잭슨 감독, 엘리아 우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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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반지의 제왕을 완결편까지 다 봤다

생각보다 지루했고 별다른 감동이 없었다

다만 전투씬 등의 놀라운 스펙타클에 감동을 받았을 뿐이다

아무래도 난 SF 쪽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아기자기한 해리 포터 시리즈가 더 낫다

이해를 해 보려고 해설을 읽기도 했는데 스케일이 워낙 방대하고 커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인상적이었던 얘기들을 꼽자면 프라도가 마지막까지 절대 반지를 운반하다가 불구덩이 앞에서 반지를 던지지 못하고 자기 손에 끼고 만 장면을 보면서 인간의 욕심은 원천적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프라도는 반지를 운반할만한 사람으로 지목될 정도로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으로 나온다

그런 그조차도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는 반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손에 끼고 만다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의 본성을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또 샘이 쓰러진 프라도를 들쳐 맨 후 반지를 운반할 수 없다면 반지를 가진 당신을 업고서라도 가겠다고 나선 장면도 충정심과 의무감을 보는 듯 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2편에서는 골룸이 반성을 하고 프라도 일행을 안내하는 것 같더니 역시 골룸의 목적은 반지를 빼앗는 것이었다

약간 실망했음

난 또 자신을 믿어 주는 프라도에게 감동하여 진심으로 그를 돕는다고 생각했지

역시 본성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코끼리 괴물이나 익룡 등의 묘사는 무척 사실적이고 화면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뉴질랜드 초원에 펼쳐진 호빗 마을도 초록색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완결편이 나와 해야 할 일을 다 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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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아빠 2005-01-2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지의 제왕>을 마무리하셨군요..1,2,3편중에 2편은 틈나는대로 볼 정도로 좋아합니다만 3편은 엔딩부분에서 질질 끄는 듯하여 약간 지겨운 감이 있더라구요..
영화를 본 후에 소설을 보았는데 소설은 영화와 많이 다르더군요...
저희 집 사람이 레골라스의 미모에 완전히 반해 버려서 제가 질투에 몸부림을 친 영화이기도 ^ ^;;

marine 2005-01-2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 활쏘는 남자요? 전 오히려 요정으로 나오는 리브 테일러가 신비스럽더군요 투명한 피부, 예술이죠!!

MILK 2005-10-2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라미르와 만나는 장면에서 프로도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오해를 하죠.
그때부터 골룸이 다시 나쁘게 되는것같아요. 안스러웠습니다.
 
올드보이 FE - [할인행사]
박찬욱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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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괜찮은 영화를 한 편 봤다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최민식이 연기를 무지하게 잘 한다길래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유지태가 인상적이었다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고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자신감으로 최민식을 가지고 노는 그 표정이나 말투가 압권이었다

하긴 15년씩이나 사람을 가두고 관찰했으니 과히 "오대수"학의 권위자라 할 만 하다

사설 감옥이라는 발상이 신선했다

누군가 보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십 수년간 가둬 버린다

이거야 말로 꽤 괜찮은 복수가 될 것 같다

한 번에 죽이는 건 시시하다

천하를 통일한 한나라 유방의 부인인 여태후가 남편이 죽은 후 눈에 가시 같던 후궁 척부인을 응징할 때도 팔다리를 자르고 눈을 멀게 한 후 변소 밑바닥에 가두고서 인간 돼지로 양육했다고 한다

인간이란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얼마나 잔인하게 다른 사람을 파괴시킬 수 있는지 리얼하게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했는데 사설 감옥도 이에 필적할 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단 번에 죽여주는 건 너무 시시하고 원한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무려 15년씩이나 가둬 놓고 그 안에서 미쳐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라니!!

더구나 그 15년 후 오대수를 내보낸 후 더 철저한 복수를 계획할 때의 그 짜릿한 즐거움!!

복수를 끝낸 이우진이 허망한 나머지 자살을 택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사랑했던 친누나를 자기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렸을 이우진은 모든 책임을 오대수에게 돌리고 그를 응징하는 재미로 살아 왔다

더구나 딸과 간통하게 만듬으로써 최고의 복수를 완벽하게 끝냈으니, 즉 오대수에게 합당한 죄값을 완전히 치루게 만들었으니, 이제 그는 무슨 낙으로 살 것이며, 누나를 죽였다는 죄의식을 어디서 속죄할 것인가?

속죄양이 이미 사라진 이상,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죄사함을 받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우진은 누나를 죽인 후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오대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후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하루 하루를 버텼을 것이다

즉 이우진은 누나를 죽인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는데, 오직 오대수에 대한 복수심으로 겨우 겨우 살아 나갔던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복수가 끝난 후 자살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 인간에 대한 복수심이 무려 15년 씩이나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것도 이미 이우진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마지막에 이우진이 누르기만 하면 자신의 심장에 들어 있는 모터가 멈추게 하는 리모콘이 있다고 자살해 버린다고 협박하던 그 리모콘을 일부러 떨어뜨렸을 때 설마 저런 식으로 죽지는 않을텐데, 저렇게 죽으면 너무 시시한데, 아니길 바랬는데 역시 실망스럽지 않은 반전이 이어졌다

오대수가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그가 떨어뜨린 리모콘을 누르자 이우진의 심장이 멎기는 커녕, 왠걸 녹음기가 틀어지면서 자신과 딸이 정사 도중에 내지르던 교성이 온 방안을 진동했다

아, 이 얼마나 잔인하고 처절한 복수인지!!

괴로워 미쳐 버리는 오대수를 힐끗 비웃은 뒤 결국 모든 게 완벽하게 끝났다는 허탈함에 자신의 머리를 총으로 미련없이 쏘고 이우진은 자살한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 남았다는 점에서 오대수가 최종적인 승리자인지도 모른다

딸과 간통했다는 사실을 딸이 알지 못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철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가위로 혀를 자르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자신을 가둔 이유가 녹음된 테잎에서 흘러나온 말, "오대수는 말이 너무 많아" 그는 자신의 혀를 자름으로써 다시는 함부로 말하지 않겠다는 최고의 반성을 몸으로 실천해 보인 셈이다

오대수와 딸의 정사 장면도 너무 리얼해 일본 만화가 원작이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우리나라 같으면 친누나와 남동생, 혹은 아버지와 딸의 근친상간을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그려낼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혹 관념적으로 묘사하는 건 몰라도 아예 정사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줄 정도의 대담함을 보면서 심의에 안 걸린 게 신기했다

사실 근친상간은 문학의 영원한 소재이기도 하다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은 터부시되는 강도에 따라 비례하여 강해지는 법이다

남매간의 간통은 많이 봤는데 아버지와 딸의 간통, 그것도 강간이 아니라 서로 사랑해서 하는 정사 장면은 처음이었다

마지막에 미도가 사실은 딸이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그녀의 성장 과정이 담긴 앨범을 선물한 것도 대단한 전개였다

인간의 복수심이 얼마나 철저하고 잔인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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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1-21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만화에서는 딸과의 정사라는 내용이 없더군요.. 영화로 만들면서 더 들어간 냐용입니다.. 원작은 오히려 마무리가 넘 시시하고, 복수에 대한 당위성도 없어 '뭐 이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marine 2005-01-22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나중에 알았어요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 기행
이주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읽은 이주헌 책 중에서는 제일 별로였다
내가 너무 많이 읽어서 식상해진 건가?
아니면 루브르와 오르셰 같은 큰 미술관을 제외한, 프랑스 교외의 미술관에 한정되다 보니 덜 유명한 작품 위주로 국한되서 그런 걸까?
그림에 대한 설명이라기 보다는 기행문 느낌이 강하다
한가한 사람들은 이주헌처럼 한 지역을 정해 차분이 돌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처럼 늘 시간과 돈에 쫓기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프랑스 시골은 참 시원스럽다
기차를 타고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산이 안 보이는 곳이 없지만, 프랑스는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들판이 많아 차창 풍경이 참 시원시원 하다
유럽의 농업 강대국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고흐의 그림을 보면 특히 프랑스 시골의 널찍한 들판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사는 화가들과, 들이 넓은 프랑스에서 사는 화가들은 눈에 보이는 풍경 자체가 워낙 다르니, 캔버스에 옮길 그림도 판이하게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 점은 니스에 갔을 때 마티스 미술관이나 샤갈 미술관을 못 가 본 점이다
그 때만 해도 워낙 준비없이 떠난 여행이고 시간에 쫓겼으며 최성수기라 호텔이나 기차표 예약도 못해 허둥대느라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없었다
파리에서 니스 갈 때도 야간열차가 만석이라 어쩔 수 없이 낮에 TGV를 타고 갔다
덕분에 오르셰 미술관은 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우리는 베르사유 궁전이라도 가 봤는데, 다른 팀은 예약이 꼬이는 바람에 파리 구경은 커녕 북역에서 며칠을 보냈다
니스에 도착해서도 여행사에서 예약해 준 것은 다음날 아침이라 야간 열차를 타고 아침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어야 하는데, 낮기차를 타고 하루 전 날 저녁에 도착하는 바람에 호텔에 들어 가지도 못하고 주차장에서 꼬박 날을 샜다
호텔 로비에서라도 있게 해 달라고 했더니 한국인 이미지가 얼마나 안 좋은지, 짐도 맡을 수 없다며 내일 체크인 할 시간에 오라고 쫓아 버렷다
덕분에 20명이 넘는 우리 팀은 근처 주차장에서 날을 샜다
다음 날 호텔에 체크인 하고서는 너무 피곤해 종일 자는 바람에 니스 해변가 밖에 못 봤다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샤갈 미술관도 가고 마티스 미술관이나 피카소 미술관까지 쫓아 다녔는데 그 때만 해도 샤갈이나 마티스는 미술책에서 이름 본 게 전부일 때라 니스 해변가에 누워 선탠하는 걸로 관광을 끝마쳤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쉽다
그림으로 백 번 보는 것보다 실제로 한 번 보는 게 훨씬 감동적인 법인데,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린 셈이다
이런 기행문을 보면서 대신 만족하는 수 밖에
파리에 갔을 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외롭거나 심심할 틈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분이 우울하고 혼자라고 느낄 때는 루브르 미술관이나 오르셰 미술관 등에 가서 눈요기를 하면 금방 행복해질 것 같다
불어만 잘 하면 여기서 살아도 좋겠다는 느낌을 들 정도로 파리는 문화를 즐기는 도시 같다
이주헌은 프랑스 곳곳을 방문하면서 문화대국 프랑스의 진면목을 잘 보여 준다
지나치게 찬양적이지도 않고 감상도 절제하면서 그림 설명도 진지하게 곁들이는 그의 책은, 그래서 참 재밌고 부담스럽지 않다

라스코 동굴 벽화도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때인가?
라스코 동굴 벽화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번역책이었음) 관광객들 때문에 인류 문화의 보고가 훼손된다고 걱정하던 저자의 말이 생각난다
역시 90년대부터는 동굴을 폐쇄해 벽화를 보존한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라스코 2라는 인조 동굴을 만들어 당시 사람들이 쓴 재료와 기법으로 똑같이 재현했는데 5mm의 차이 밖에 안 날 정도로 정교하다고 한다
이주헌은 벽화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한다
단순히 동물을 많이 잡게 해 달라고 그린 그림이 아니라, 인류가 하나의 종족이듯, 동물들도 이웃 종족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즉 자기들과 같은 인간 부족, 말 부족, 황소 부족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사냥 전 사기 충전을 위한 의식이 아니라 보다 고차원적인 종교 활동이 있었으리라 본다
그림들도 참 놀랍고 캐리커쳐처럼 대상의 특징을 잘 잡아낸다
색깔까지 이용해 채색을 한 걸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의 예술적 재능이란 이처럼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중요한 특성인 것 같다

오베르에서 고흐는 겨우 70일을 살았을 뿐이지만, 지금 그가 머무르던 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테오가 회사에서 나와 독립한다는 말을 듣고 고흐는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고 한다
회사를 나오면 당연히 테오의 재정 상태가 흔들릴테고, 테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고흐의 삶도 흔들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동생더러 언제까지 돈을 대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괜찮다고 말할 수도 없는 고흐의 가엾은 처지가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이 들어 눈물이 살짝 났다
그런데 형의 예술적 재능을 높이 산 테오도 대단하지만, 그의 아내 조도 굉장한 여자 같다
조는 고흐에게 편지를 보내 아주버님의 경제적 지원은 계속 될 거라고 안심시켰다고 한다
나중에 테오가 형 죽은 지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고흐의 그림값이 치솟으면서 조와 그녀의 아들에게 큰 도움을 됐다고 하니, 그녀의 예술적 안목도 상당했을 것 같다
평범한 여자 같으면 형을 부양하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기 쉽상인데 말이다
조는 테오에게 보낸 700통이 넘는 고흐의 편지들을 꼼꼼하게 시대별로 정리하면서 고흐 연구에 큰 도움을 줬다
오베르의 넓다란 밀밭을 보면 죽기 직전에 그린 "까마귀 나는 밀밭" 이 보다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이 끝없는 지평선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베르의 교회도 고흐 식으로 해석하면 단순한 교회가 아닌, 느낌을 지는 생명체로 다가온다
그림과 실제 풍경을 담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예술 작품이란 늘 현실보다 더 높은 존재 같다

프랑스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이주헌의 기행문을 들고 따라가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물론 루브르나 오르셰 등을 먼저 방문해 어느 정도 미적 욕구를 채운 후 주변을 둘려봐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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