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마태우스님의 추천대로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다
소재도 흥미롭고 글솜씨도 훌륭해서 물 흐르듯 한 번에 쑥 읽어 내려갔다
너무 금방 읽어 버려서 아까운 면도 있다
시사저널에 연재하던 정혜신의 칼럼을 참 재밌게 읽곤 했다
의사는 대표적인 기득권층인데 보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눈으로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핵심을 집어 내는 글솜씨에 놀라곤 했다
그녀의 인물 분석은 중언부언 하지 않고 속마음을 콕 잡아 내는 시원함이 있다
그 때만 해도 정치는 남자들이 하는 것이고 아무래도 여자가 쓰는 칼럼은 약하다는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혜신은 이런 나의 편견을 가볍게 부숴 준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나는 무엇보다 자신의 성격을 고백한 서문이 마음에 든다
1:1 대화에는 문제가 없는데 1:다수와의 의사소통은 힘들다는 고백이 왠지 모를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나 역시 그런 면이 있다
여럿이 어울려 시끌벅적 떠드면서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참 힘든데, 두 세 명이 모인 자리에서는 누구보다 말을 잘 한다
집단 속의 나는 말할 수 없이 불편한 것이다
나는 스스로 그것을 내향적인 성격이라 믿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내향적인 성격이란 남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인간 관계가 넓지 않고 자기 자신의 세계로 침잠하는 성격이다
그녀는 보다 명확하게 내향성과 외향성을 구분한다
내향적인 성격은 자신의 판단을 중요시 하고 내가 어떻게 느끼냐를 먼저 생각한다
즉 보다 주관적이고 주체적이다
반면 외향적인 성격은 객관적인 사실을 중시하고 나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냐 보다는 외부의 평가가 어떤가를 중요시 한다
모짜르트 음악을 두고 외향적인 성격은 당시의 시대 배경이나 평론가들의 평판 등을 얘기하지만, 내향적인 성격은 자신이 느끼는 모짜르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인간관계의 넓고 협소함, 혹은 남들 앞에 잘 나서거나 얌전함 등으로 나누는 것은 피상적인 분석에 지나지 않고, 그 보다는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냐로 내향성과 외향성을 구분한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내향적인 성격은 어둡고 외향적인 성격은 밝다는 것도 하나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흥미있는 인물 분석이 참 많다
특정 누구를 꼽을 것도 없이 여기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이들이고, 저자의 분석 역시 흥미롭기 그지 없다
이명박은 자수성가한 사람 특유의 독선이 배어 있다
가난도 겪어 보고 성공도 해 봤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처지를 다 알 수 있다는 식의 오만이 묻어 있다
자수성가한 사람은 어려운 역경을 헤치고 혼자의 힘으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강하다
또 하면 된다는 식의 무조건적인 밀어 부치기도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다양성과 소통의 시대라는 21세기에 과연 이명박식 밀어 부치기가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본다
경제 위기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박정희식의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그리워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지도자 한 사람의 독불장군적인 리더쉽으로는 이끌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고 성숙했으며 또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다
사람들은 노무현의 통치 방식을 비웃고 심지어 거대 야당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보지만, 권위주의로부터의 탈피만으로도 하나의 발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이 아니라 박정희가 다시 온대도, 그래서 병영 국가가 되어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방해되는 사람들을 다 쳐낸다 해도, 21세기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이끌기는 힘들 것 같다
이미 효력을 상실해 버린 통치 방식을 왜 사람들은 여전히 그리워 하는 걸까?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선회하면 박정희를 찬양하던 그 사람들 조차 견뎌 내기 힘들텐데 말이다

소설가 김훈에 대한 글도 참 재밌었다
"칼의 노래" 를 그다지 재밌게 보지 않았던 까닭으로 김훈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가끔 언론 매체를 통해 그의 일면을 엿볼 때마다 퍽 개성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사과나무" 라는 프로그램에서 김훈을 찾아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선정됐다는 말을 전하자 그는 무안하게도, 나는 영향력 있는 작가도 아니고 그런 영향력을 끼치고 싶지도 않다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 때는 참 이상한 노인네다, 싶었는데 정혜신의 글을 읽어 보면 원래 김훈은 문학의 위대성 따위를 믿지 않는 사람이다
문학을 통해 사람들을 계도해야 한다는 다소 정신 상태가 이상한 것 같은 이인화의 문학론과 완전히 배치된 지점에 있다
펜을 칼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칼 잡은 사람들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는 소리 따위는 하지 않는다, 왜? 원래 칼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김훈이 생각하는 문학이다
그래서 그는 밥벌이로서의 글쓰기를 강조하고, 인간의 본능을 끔찍하리만큼 정확하게 그려낸다
칼의 노래를 보면 유난히 끼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작가 김훈에게 밥 먹는 일이란 그만큼 절대절명의 문제인 것이다
오죽하면 "밥벌이의 지겨움" 이라는 수필집까지 냈겠는가?
그는 스스로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이 노인네는 왠지 밉지가 않다
정혜신의 지적처럼, 그는 30여년 동안 신문사에서 근무하면서도 자신의 사상을 글에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이다
언론에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고 일정한 영향력을 끼치려 들지만 않는다면, 자기 혼자 무슨 생각을 갖고 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박근혜가 정치인이 아닌 그저 박정희의 딸로서 아버지의 업적을 기린다면 아무 문제가 없으나 그것을 공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루려고 하니 비판을 받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김훈은 이문열이나 이인화와는 또다른 느낌의 보수 우익 같다
그렇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훨씬 진정성이 있고 밉지가 않다

심은하에 대한 분석은 그 동안 그녀에 대한 나의 삐딱한 생각을 바꿔 줬다
훌륭한 글쓰기란 이처럼 읽은 이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평소 심은하에 대한 언론의 추종을 천박하다고 생각했다
먹이거리를 찾는 연예매체에 의해 자신이 가진 가치보다 훨씬 과대포장 되어 언제 복귀할 것인가로 또 하나의 쓸데없는 기사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의 연기에 특별히 감탄한 적이 없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신비화 전략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기자의 말처럼 어느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팬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혜신의 글을 읽어 보면 원래 그녀 자신이 노출을 지극히 꺼려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 심은하가 아닌 배우 심은하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 정상이다
가수로 데뷔했으면서도 음악 프로그램에는 안 나가고 토크쇼에만 나가려고 한다는 정신나간 연예인들이 오늘날 대다수를 이루는 걸 보면 심은하처럼 대중매체에 소비되는 것을 경계하고 작품으로서만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배우는 분명히 가치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혜신의 말대로 그녀는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하고 있다
고현정만 해도 이혼 후 바로 TV에 얼굴을 비추며 엄청난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데, 심은하는 언론에의 노출을 꺼리므로써 CF 등으로 벌 수 있는 막대한 수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제발 파파라치처럼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짓을 그만뒀으면 좋겠다
이번 이은주 자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한 번 기삿거리가 될만한 사건이 터지면 더 이상 쥐어 짜도 나올 게 없을 때가 될 때까지 당사자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리는 게 바로 연예 매체이 속성이다
결혼과 동시에 은퇴하려고 했던 그녀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수현에 대한 분석은 다소 불만족스러웠다
촌철살인 같은 저자의 분석의 칼이 왠지 김수현 편에서는 무뎌진 느낌이다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 할 뿐, 김수현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내가 김수현을 싫어하기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에 불만을 갖는 건지도 모른다
김수현 드라마를 즐겨 보지만,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며 오버하는 그 말투는 정말 싫을 때가 많다
특히 가부장적인 사고 방식이나 수직적인 가족 관계는 참 짜증난다
버릇없고 싸가지 없는 딸과, 예의바르고 부모에게 절대 복종하는 아들의 명확한 대비를 보면, 대체 저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드라마를 쓸까 궁금할 때도 있다
그녀의 특기가 살아 있는 대사라고 하지만, 주인공들이 속사포처럼 쏟아 내는 대사도 과장되고 억지스러워 듣기 거북할 때가 많다
(부모님 전상서에서는 그런 면이 많이 줄어든 것 같긴 하다)
인어 아가씨 등을 쓴 임성한 작가처럼 김수현 드라마를 보면 그녀가 썼음을 금방 알 정도로 정형화된 공식이 있고, 시청자들의 호불호도 분명하게 나뉜다
나는 정혜신이 그녀의 이런 부분을 분석해 주길 바랬는데, 드라마의 내용이나 주제 의식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었다
다만 작가 김수현의 강한 개성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드라마 내용과 관계없는 작가의 캐릭터에 관해서라면 일견 멋지게 보이기도 한다
이효리가 캐스팅 된 걸 알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거나, 김희애 대신 이병헌이 연기 대상을 탄 걸 두고 상은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아야 한다고 일갈을 갈기는 그녀의 쓴소리는 시원한 면도 있다

그 외에도 손석희나 박근혜, 이인화, 김민기, 이창동 등 호기심을 가질 만한 인물들이 많이 있다
누군가의 무의식 세계를 분석한다는 것은 참 재밌는 작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일 같기도 하다
개인적인 친분 없이 객관적인 지표만 가지고 평가를 내리면, 어느 정도의 객관성은 얻을 수 있겠으나, 그 사람의 정신세계까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단정짓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전은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강준만의 실명 비판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 같다
단순한 평전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곁들어 있기 때문에 가벼운 심리학 책을 읽는 기분도 든다
다음에는 전여옥을 분석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 여자의 정신 세계는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정혜신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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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2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맞아요, 다음엔 전여옥을 분석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marine 2005-02-2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여옥은 분석꺼리가 참 많을 것 같죠??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부터 무척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역시 그냥 명성을 얻은 게 아닌 것 같다
경어체를 쓴다거나, 조심스레 검찰 내부를 비판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 사람은 참 겸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권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겸손하기는 참 어려운 일인데, 아마 신앙심도 아주 깊을 것 같다
특별히 검참 조직을 떠나서가 아니라 원래 성격 자체가 겸손한 사람 같다
만약 검찰에 계속 있었다면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을 비판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사람이다
그에게는 검사보다 대학 교수가 훨씬 잘 어울린다

제목도 참 마음에 든다
어쩜 이렇게 고풍스럽고 멋들어진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헌법의 풍경이라길래 좀 어렵고 법학적인 내용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재밌고 에세이 형식이라 쉽게 읽힌다
무엇보다 저자의 올바른 마음 자세를 보는 것 같아 읽고 난 후 기분이 상쾌하다

여태껏 나는 올바른 판단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솔로몬의 선택 같은 모의 법정 프로그램을 보면 대체 왜 변호사들끼리 판단이 다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법률에 명시된대로 판결을 내리면 될텐데 왜 서로 판단이 다른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얻었다
법이란 모든 상황에 딱 들어맞게 세세하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판결하는 사람의 해석 여지가 큰 것이다
그러므로 상당 부분은 당시 사회 상황의 이른바 상식선에서 판결이 난다
법률가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퍼진 상식에 기초해 판단하는 수가 많다
그러므로 아무리 헌법 재판소에서 판결을 내린다 할지라도 100% 옳은 판결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수의견도 존중하는 것 같다

미국 배심원 제도에 대한 오해도 풀렸다
법정 영화를 보면 배심원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변호사가 애를 쓴다
극적인 반전은 꼭 이 배심원들에 의해 일어난다
검사에 따르면 당연히 100% 유죄인데도 배심원들이 느닷없이 무죄 선고를 내려 버린다
왠지 변호사의 말빨과 피고의 불쌍한 환경이 결합되어 법을 제대로 모르는 배심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가 않았다
대체 일반 시민들이 법에 대해 뭘 안 다고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결정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 배심원 제도는 일반인도 법 집행에 참여하게 만든, 시민 참여 제도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법이 일반 사람들과 유리되어 법률가의 특수 영역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도 함께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우리나차럼 인맥, 학연 등으로 얽힌 나라에서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문제점도 있겠지만, 시민들이 법 집행에 좀 더 많은 참여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법 고시 합격자가 1000명을 넘는다고 질적 저하를 우려하지만, 수가 이렇게 많아져야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고 저자는 희망적인 관점을 피력한다
무조건 돈 되는 분야로만 몰리기 보다는 인권 분야나 장애인 부분 같은 소외된 곳으로도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셈이다
물론 예전보다 수입이 감소하고 권위 의식을 버려야 함은 당연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사법 고시 합격자들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분석한다
합격하기 전까지는 주변의 냉대를 감수하며 몇 년간 시험에만 매달린다
당연히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들 것이다
그런데 합격만 하면 온 세상이 자신을 다르게 대한다
갑자기 엄청난 신분 상승을 이룬 것이다
보상 심리가 작동해 더욱 특권 의식에 집착하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졸부들과 똑같다고 표현한다
사실 우리나라 사법 시험 제도의 문제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신림동에 산재한 그 많은 고시 낭인들을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고시 낭인들을 로스쿨 입학생으로 바꾸는 기능 밖에 못할 거라고 우려한다

검찰 조직이나 변호사 세계의 숨겨진 면을 많이 보게 됐다
워낙 한 쪽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고 엘리트 의식이 강한 사람들이라 왠만한 개혁으로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비단 이 집단만 그런 게 아니라 이른바 전문가 집단일수록 자기애와 권위의식이 강한 법이다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다양화와 참여 의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이 법을 나와 상관없는 엄청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참여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또 법률가 집단들도 다양하게 분화되어야 자기 정화 기능을 가질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시 합격자들이 많아지는 건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다
법이 생활 속으로 쉽게 들어 올 수 있도록 매스컴이나 출판물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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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5-02-2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죠. ^^; 저도 참 재밌게 봤습니다. 이거. 김두식 교수가 글발도 좀 있고 이력도 특이하고.

marine 2005-02-2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글빨 좀 있으시죠 그런데 참 겸손하세요 이렇게 자기를 낮춰가며 조심스레 글 쓰는 사람 처음 봤어요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양이현정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글로리아 스터이넘은 유명한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여자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아름다운 페미니스트로 유명하다
여자를 상품화 시키고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것에 반기를 든 것이 페미니즘이지만, 그녀의 아름다움과 날씬함이 명성을 높이는데 한 몫 한다
자신이 미모를 이용해 바니걸로 클럽에 위장 취업해 겪은 경험담을 르포 형식으로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즈라는 잡지의 편집자이기도 한 그녀는, 60세가 넘는 나이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20여세 어린 백인 남자와 결혼했다
결혼 후 변절자라는 말도 듣지만, 페미니즘이 결혼과 유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페미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페미니즘은 인종차별 폐지와 일맥 상통하는 말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혹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당하는 것을 거부하자는 이 운동이 대체 개인의 결혼 여부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재밌는 상상이다
글로리아는 멋진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월경은 남자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징표가 될 것이고 한 달에 한 번 정화의식을 치루지 못한 여자는 불경하다고 간주될 것이다
남자들은 몇 개의 패드를 착용하는지로 자신의 월경양이 많다는 것을 자랑할 것이고 월경하는 기간은 법에 의해 특별한 보호를 받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상을 통해 어떤 현상이든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날카로운 분석을 시도한다
고대 이래 월경하는 여성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그 월경을 남자가 한다면 지금처럼 뒤로 숨겨지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하긴 흑인들이 세계를 지배한다면, 검은 것은 순수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칭송받을 것이고, 백인의 피부색은 병약하고 색소가 부족한 기형적인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의미란 없는 법이다
결국 기득권층이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정해진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온갖 사회의 편견들은 말 그래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 보는 편견, 잘못된 생각에 불과하다

재클린 케네디에 관한 글을 의외였다
아름다운 레이디 퍼스트로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그녀는 케네디가 죽고 난 후 그리스의 대부호 오나시스와 재혼한다
특별히 사회를 위해 기여한 것도 없는데 그저 이름과 미모만으로 유명해진 여자라고 생각했다
마치 다이애나처럼 말이다
그런데 글로리아의 글을 통해 그녀가 결코 만만한 가쉽거리가 아님을 알게 됐다
케네디가 죽은 뒤 미국은 그녀가 케네디의 상징으로 남기를 원했다
즉 그녀 자신의 삶을 살기 보다는 케네디의 영광을 지속시킬 액세서리로 살길 바란 것이다
그러나 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자는 자신의 행복을 지켜 줄 수 있는 결혼을 택했다
(어떤 기사에서 읽은 건데 재클린은 오나시스에게 값비싼 선물들을 받아낸 후 즉시 중고 명품 가게로 달려가 반값에 넘겨 버리고 그 돈을 모았다고 한다)
오나시스마저 죽자 그녀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뜻밖에도 편집자가 되었다
결혼 전 기자였던 만큼 자신의 일을 다시 찾은 셈이지만, 누구도 그녀가 일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재클린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보통 사람의 생을 감당해 냈다
사람들은 그녀가 정치적인 일에 나서길 원했지만, (특히 여성의 권익 향상 쪽으로) 그녀는 뒤에서 후원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자기 삶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글로리아는 재클린이 개인적인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쓴 점을 높이 샀다
사실 재클린 정도로 유명세를 탄 사람이 평범한 삶을 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대부호의 미망인이 물려 받은 유산만으로도 평생 호화롭게 살 수 있을텐데, 결혼 전의 일터로 나와 돈을 벌기 위해 사소한 것들과 싸우는 모습은 너무나 의외다
그녀 정도 명성이라면 정치권이나 연예계 쪽의 유혹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낸 그녀의 강단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포르노에 관한 시각도 무척 신선했다
어떤 글에서 포르노는 여성 폭력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포르노를 접한 적이 없을 때라 대체 포르노와 여성 폭력이 무슨 관계가 있나, 의아했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리아는 포르노와 에로티카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로티카는 남녀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의 애정을 더욱 깊게 하는 성적 유희를 즐긴다
그런데 포르노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어져 있다
힘을 가진 권력자가 묶여 있는 약자에게 일방적으로 성적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가끔 접하는 포르노를 보면 여성을 묶어 놓고 애무를 즐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 때는 이해가 안 갔는데, 그것이 바로 권력 관계라는 걸 깨달았다
더 심한 건 스너프 필름이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8mm을 통해 스너프 필름을 처음 접했다
쉽게 상상이 안 가지만, 포르노 필름을 찍다가 실제로 여성을 죽인다
사람이 아무리 가학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살인당하는 여자를 보면서 쾌감을 느낄 수 있는지 영화 보는 내내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스너프 필름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딱 한 경우 뿐이라고 한다
스너프 필림을 촬영한 감독의 집 근처에서 여러 구의 여자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스너프가 얼마나 일상화 됐는지 영어 사전에도 그 단어가 실려 있다
실제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더라도 여자를 묶어 놓고 온갖 성적 가학 행위를 하는 필름은 흔하게 접한다
이것을 성적 취향이라고 내버려 둬야 하는가?
저자의 말대로 에로티카와 포르노를 구분하여, 여성 혹은 힘약한 어린 소년들에게 성적 가혹 행위를 하는 포르노 산업에 제재를 가하여야 할 것 같다

이 글들은 대부분 1970년대에 발간된 것이다
70년대라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런데도 21세기인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지 않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어찌 보면 불행인지도 모르겠다
글로리아 역시 서문에 그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차별의 역사는 너무나 길고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라 한 번에 개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합해져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일정 부분의 희생을 약자들이 감당할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약자들의 권익을 지켜주는 것도 한층 성숙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귀족들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진보했듯,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100% 완벽하게 평등한 세상은 인류의 유토피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게 진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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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2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저도 읽으면서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분들이 노력해서 그런지 스타이넘의 시대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여성운동을 하는 분들보다는 좀 쉬웠던 것 같아요. 물론 나름의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우리만큼 척박하겠습니까.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겠죠 그래도.

marine 2005-02-26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도 월경을 한다면이라는 발상이 참 신선하죠? 전 유럽이나 미국의 여성 운동사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지고 그들에게 너무 미안해져요 생명을 걸고 이루어낸 여성 참정권 등을 내가 함부로 여기지는 않나, 앞세대의 희생으로 쟁취한 것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나... 여의사의 역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왜 그녀들이 사회의 온갖 차별과 비난을 견뎌 가면서 간호사라는 보조적인 위치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라는 주도적인 위치로 가기 위해 그렇게도 애를 썼나, 무척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 여자 의대생의 비율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절대 사회가 그냥 허락한 게 아니겠지요 앞세대의 희생이 다음 세대의 희망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역사책을 통해 참 많이 발견합니다
 
돈, 제대로 관리하는 29가지 방법
신성진.이정민.임동하.최용대 지음 / 새로운제안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자기 계발이나 돈 버는 책 읽고 나면 늘 허전하다
이 책은 많은 분들이 추천해 줘서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그냥 서평만 읽고 말 걸 그랬다
다행히 직접 산 건 아니고 북토피아에서 다운받아서 봤다
나처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들은 이 북이 편할 것 같기도 한데, 집중해서 읽기는 힘든 것 같다
북토피아는 인문학 분야 책도 많이 있어서 일단 호감은 간다

그래도 이 책은 다행히 허황된 내용은 없었다
비교적 정도를 가르치는 것 같다
간단히 요약하면 분수에 맞게 살라, 정도 될까?
방법은 제쳐 두고 일단 주제는 마음에 든다
사실 월급쟁이가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큰 돈 벌기가 쉬운가?
10억 만들기류의 책을 읽고 나면 나 같은 사람이 책을 사 주니까 저자가 10억을 번다는 생각에 늘 허탈했는데, 적어도 이 책은 배울 게 아주 없지는 않다

제일 도움이 됐던 것은 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았다는 것이다
주변에 보험 설계사 한 명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친구에 친척에 옛날 직장 동료에 넘치고 넘치는 게 바로 보험 설계사들이다
요즘은 제태크 바람이 불면서, 은해 이자가 실제 금리는 마이너스라고 떠들어 대는 통에 보험 설계사들의 가입 권유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사실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도 바로 그 보험 때문이었다
원래 나는 보험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차라리 그 돈 있으면 착실하게 적금을 들자는 주의다
그런데 IMF 이후 12-13%에 달하던 은행금리는 어느새 4%라는 믿을 수 없는 숫자로 추락해 버렸으니, 은행에 돈 모으나 집에서 금고 속에 모으나 똑같은 처지가 되버렸다
그래서 어차피 원금 보전 밖에 안 된다면 차라리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보장이라도 해 주는 보험에 드는 게 낫다 싶어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저자 역시 보험에 대해서는 꽤나 신중하고 어찌 보면 회의적이기도 하다
보험은 가계 소득의 5% 정도에 그치는 게 좋고, 보장 기간이 길고 보장 범위가 넓은 것 위주로 들라고 한다
또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적당한 선에서 자르라고 충고한다
자칫하면 가족 수대로 보험 넣다가 생활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보험 해약 1순위는 저축성 보험이라고 한다
보장 범위는 적고 원금만 고스란히 나오기 때문에 무리해서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 보험도 별로라고 평가한다
차라리 아이들 등록금 몫으로 장기간 적금을 들어 주는 게 낫다고 충고한다
실제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가 되면 보험금이 물가를 따라 잡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매달 1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납입해야 하는 부담감이 큰 반면, 실제로 필요할 때 나오는 보험금은 미미한 편이라고 한다
나도 이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대신 교육비를 위해 든 적금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절대 손대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 한다

또 사망 원인의 10%에 불과한 재해 보험 보다는, 90%를 차지하는 일반 사망 보험으로 들라고 충고한다
교통사고 등으로 죽을 확률 보다 늙거나 아파서 죽을 확률이 훨씬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확률 낮은 보험을 들어, 불입하느라 고생하는데 실제로 유족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적다면 보험을 든 의미가 없을 것이다
건강 보험을 들 때도 30세 이전에 끝나거나, 60세 이전에 암 보험이 안 되는 것은 피하라고 한다
저자는 종신 보험을 추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때도 수혜자를 자녀나 배우자에게 해 놔야 혹시 빚을 지고 죽었다 할지라도 채권자들이 손을 대지 못한다고 한다
연금보험이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 잡는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그래도 일찍 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연금보험의 장점은 죽을 때까지 보험금이 나오고, 은퇴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므로 45세만 넘으면 언제든지 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젊어서 들어야 부담감이 적음은 물론이다

그 외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해서도 저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잘 모르는 사람이 뛰어들면 빚지기 쉽상이고,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도 지났다는 것이다
아파트 팔고 사는 것과 임대 거래는 또 다르기 때문에 섣불이 나서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주식이야 워낙 개미 투자자들의 비애를 많이 들어 왔기 때문에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동산은 좀 의외였다
대한민국은 땅덩어리가 좁아 일단 사만 두면 언젠가는 오른가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일단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현금성이 떨어지며 장기 투자를 해야 하므로, 노년 계획으로는 맞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월급쟁이들은 대체 뭘 해서 돈을 번단 말인가?
일확천금은 불가능한 일이고, 아무리 초저금이라고 아우성이지만 그래도 은행 예금이 낫다는 게 최종 결론이다
얼핏 보면 요즘 상황에 안 어울리는 말 같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이 돈 벌었다는 말에 혹 해서 빚까지 내서 뛰어드는 요즘 투기 열풍을 보면, 일확천금을 꿈꾸는 마음부터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이 성공했다고 나도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위에서 돈 버는 얘기를 들으면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오히려 자신의 몸 값을 높이는데 투자하라고 한다
경쟁력을 키워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는 게 훨씬 안전하고 편한 길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당연한 얘기는 하품만 나오는 걸까?
혹시 창업을 하더라도 잘 아는 전문 분야를 택하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피하고 일단 소규모로 시작하라고 한다

빚보증은 형제 간에도 안 서는 게 최선이지만, 인간 관계상 어쩔 수 없다면 보증 기간을 짧게 잡고, 혹시라도 힘들어질 기미가 보이면 보증인을 바꿔 세우라고 한다
가족의 경우 한 번 돈을 대주기 시작하면 이것을 믿고 해이해지기 쉬우므로 돈을 빌려 줄 경우 반드시 차용 증서를 쓰라고 한다
큰 돈일 경우는 증여세를 물어야 할 수 있으므로, 은행에 송금한 영수증도 잘 보관하라고 조언한다
어려울 때 가족이 돕은 건 좋지만 자칫 하면 습관성이 될 수 있다
특히 배우자가 원하지 않을 때는 배우자의 의견을 쫓으라고 한다
부부간의 신의가 깨지면 더 이상의 결혼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알고 있는 얘기지만 책을 통해 읽으니 또 새롭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굳이 돈 들여 사 볼 필요도 없다
하긴 어차피 세상에 단숨에 이룰 수 있는 비법 따윈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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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0 - 미국 : 미국인 편 먼나라 이웃나라 10
이원복 글 그림 / 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통령편보다 훨씬 더 재밌게 읽었다
무엇보다 미국인은 이러하다는 정형화된 단정짓기가 없어서 부담이 없었다
미국에서 몇 년 산 사람들의 미국 문화 안내기를 읽어 보면 미국에 대한 단정적인 얘기들이 많아 자칫 편견을 갖기 쉬운데, 저자는 미국에 체류한 기간이 1년 뿐이라면서 오히려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자료들을 통해 조심스레 소개한다
책을 쓸 때 한 가지 관점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어떤 주장이든 100% 옳을 수는 없기 때문에 한 쪽을 취하면 반대편의 비난을 받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양쪽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을 편다면 자칫 전체 내용이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쪽으로 흐르기 쉽상이다
모름지기 책이란 일관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반미와 친미가 대립적인 시점에서 미국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참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되도록 객관적으로 미국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애썼지만 이 쪽도 나쁘고 저 쪽도 나쁘다는 양비론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일관된 주장을 펼치며, 반론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갖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만화라는 양식의 한계이면서도 장점이 이 문제점을 비켜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만약 이 책이 만화가 아니라 글로 서술됐다면 애매모호한 책이 됐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사회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 선거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얻게 된 점이 기쁘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대선은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가 됐다
더구나 2000년도의 선거에서는 앨 고어가 조지 부시를 전체 득표수에는 앞서면서도 선거인단 수에서 패하는 기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에 대체 민주주의의 산실이란 미국에서 왜 저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 무척 궁금한 터였다
저자는 이것을 파퓰리즘을 경계하기 위해 헌법의 아버지들이 고안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 미국이 대통령을 간접 선거로 뽑는 이유는, 땅덩어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선거인단을 먼저 뽑은 후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에 따라 투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을 택했다고 배웠다
과학 기술이 가장 발달한 나라에서 단지 국토가 넓다는 이유만으로 간접 선거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아 질문을 했지만 만족스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아마 그 선생님도 미국 선거제에 대해 정확히 모르셨던 것 같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산실인 미국의 간접 선거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한다

헌법의 아버지들은 국민이 지배자를 뽑는다는, 당시로서는 깜짝 놀랄만큼 진보적인 발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파퓰리즘을 경계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미국이 탄생한 18세기 어떤 나라도 지배자를 귀족이 아닌 평범한 국민이 뽑는 나라는 없었다
엄연히 계급제가 살아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시절이다
헌법의 아버지들은 대중에게 투표권을 주면서도, 이들의 자질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았다
또 노예나 여자, 돈없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국민으로 여기지도 않는 시절이다
그들은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성인 백인 남성에게 지배자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주면서도, 그들이 투표권을 아무렇게나 행사하지 않기 위해 이중 장치를 만들었다
국민들은 다만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는 선거인단을 뽑을 뿐이다
이 선거인단이 대표가 되어 대통령 선거에 권리를 행사한다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미국에서 아직도 이런 간접 선거의 전통이 남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들 역시 파퓰리즘의 폐해를 경계하는 것이다

또 하원 선거는 2년마다 이뤄지지만, 상원 선거는 6년마다 치뤄지며, 1/3씩 바꾼다
그러니까 나라 전체의 의원이 한꺼번에 바뀌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이것 또한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시에 정국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방지하기 위해 생긴 법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발달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의 정확한 분립도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한술 더떠 미국은 연방 정부로부터 주의 독립도 중시 여긴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서울 올인인 나라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 집권화가 산업 혁명 시대에 나라이 발전을 주도했으나, 사회가 발전할수록 각 지방마다 고르게 힘이 분배되는 지방 분권주의가 이뤄져야 진정한 민주화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역사적인 특성 때문이긴 하지만, 각 주마다 자치권이 보장되고 개별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말 부럽다

그런데 이 나라는 크긴 정말 크다
제일 작은 워싱턴 주가 한반도 크기라고 하니, 미국이란 나라의 영토가 실제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미국 영화를 보면 엄청나게 큰 집과 넓은 마당이 나오는데, 영토는 크고 인구밀도는 낮으니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넓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워낙 넓기 때문에 자동차는 필수이고 상대적으로 대중 교통의 발달이 더디다고 한다
청교도 윤리 때문에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게 최고의 오락이라고 한다
기름값도 유럽이나 한국의 절반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자동차에 쏟는 애정은 대단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담배값은 대단히 비싸서 한 갑에 6천원에 이르며, 대부분의 공공장소가 금연이라고 한다

2002년 발표에 따르면 히스패닉계가 흑인을 앞질러 최다 소수민족이 됐다
헌팅턴의 저서를 읽어 보면, 히스패닉에 대한 우려가 대단하다
이들은 미국이 강제로 뺏다시피 한 뉴멕시코 등지로 불법 이민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멕시코 정부에서는 오히려 장려할 정도라고 한다
빼앗긴 땅에 돌아온다는 생각 때문에 불법 이민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고, 굳이 영어를 배우려 하지 않으며, 다산하기 때문에 어느새 미국에서 스페인어는 영어를 위협하는 중요 언어로 떠오르고 있다
또 자기들의 언어를 고집하기 때문에 미국 문화에 쉽게 동화되지 못해 똘똘 뭉쳐서 정치세력화 되고 있다
헌팅턴은 히스패닉이 미국의 근간을 무너뜨리리라 우려한다
세계화나 다양성의 개념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국의 소수 민족 배척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우리 역시 타민족에게는 대단히 배타적이다
미국 주류 사회의 우려를  이국인이 쉽게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히스패닉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이 하나의 미국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인데, 주류 사회는 쉽게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민족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며 주류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똑같은 혜택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국이 최강의 국가를 유지하는 길은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을 없애면서 이들을 포용하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힘으로 억누르기엔 이들의 세력이 너무 커져 버렸고, 그것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되며, 미국의 경쟁력을 갉아 먹는 꼴이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 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른바 백인 쓰레기 층이라고 한다
경제적, 교육적 능력이 떨어지는 하위 백인 계층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피부색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모든 불만을 약자인 소수 민족에게 퍼붓는 것이다
감옥 운영비와 전국 대학의 운영비가 비슷한 이 엄청난 범죄율을 막기 위해서는, 더더욱 인종 차별의 벽을 없앨 수 밖에 없다
피부색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우월감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자신들의 무능력에서 오는 불만을 유색인종에게 퍼붓는 악순환은 되풀이 될 것이다
(저자는 "헌팅턴의 미국"을 편견이 많은 책으로 묘사하지만, 백인 중심주의 시각으로 쓰여진 건 사실이나 객관적인 근거와 날카로운 분석이 돋보이는 훌륭한 책이다 어차피 한쪽의 주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헌팅턴의 미국 사회 분석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내용은 미국 대통령제의 설명과 더불어, 유대인에 대한 분석이다
대체 유대인은 어떻게 해서 미국을 장악하게 됐는가?
인구는 겨우 2%에 불과하고 2차 대전 때 무려 600만명이 학살당했을 정도로 주류 사회의 미움을 받았던 유대인이 어떻게 해서 세계 최강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유대인이 미국을 장악한 가장 큰 힘은 금융이라고 설명한다
토지를 소유할 수 없던 유대인이 중세 이래 택할 수 있는 직업은 금융업 뿐이었다
말이 좋아 금융업이지 당시에는 고리대금업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유대인의 금융업은 놀랄 만한 속도로 성장하여 결국 세계 자본주의의 첨병인 미국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유대인의 미국 장악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때를 같이 한다
특히 독일의 유명한 유대계 금융업자인 로스차일드의 활약이 대단했다
그는 아들들을 유럽 각 지사로 보내 그 나라의 돈줄을 쥐고 흔들게 했다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한 밸포어 선언도 로스차일드 일가가 영국에 전쟁 비용을 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이 건국되기 전 청교도 혁명 시대부터 유대인은 크롬웰에게 전쟁 자금을 후원하므로써 영국을 장악해 가고 있었다
미국이 유대인 손아귀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전에 영국을 먼저 장악했다는 건 새롭게 안 사실이다

요컨대 유대인의 미국 지배는 역사적으로 계속되어 온 금융업이 자본주의 발달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언론과 헐리우드, 석유 산업까지 장악했으니 국가의 가장 중요 부분을 다 차지했다고 할 만 하다
그러므로 미국은 끊임없이 중동의 아랍 국가들을 자극하면서 홀로 고립된 이스라엘을 지원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자살 테러단이 미국의 상징인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를 들이 받은 그 절박한 심정을 알 만 하다
중동 사태에 미국이 끼치는 악영향은 상당하다
부시는 계속 미국 패권주의로 밀고 나가는데, 보다 진보적이고 평화적인 인사가 당선되지 않는 이상 세계는 계속 전운이 감돌 것 같다
(참고로 미국은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는데, 특히 텍사스 주는 전체 미국 사형 집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 주지사가 바로 조지 부시였으니, 오늘날의 강경 정책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통령편에서는 피상적인 내용 때문에 실망했지만, 이 책은 깊이 있게 미국을 분석하고 가능하면 편견없이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해 궁금하다면 꼭 읽어 보라고 추천한다
미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친미든 반미든 상관없이 새뮤얼 헌팅턴이 쓴 "미국" 도 함께 권한다
그의 보수적인 주장과는 별개로 미국 사회에 대한 분석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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