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0 - 미국 : 미국인 편 먼나라 이웃나라 10
이원복 글 그림 / 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통령편보다 훨씬 더 재밌게 읽었다
무엇보다 미국인은 이러하다는 정형화된 단정짓기가 없어서 부담이 없었다
미국에서 몇 년 산 사람들의 미국 문화 안내기를 읽어 보면 미국에 대한 단정적인 얘기들이 많아 자칫 편견을 갖기 쉬운데, 저자는 미국에 체류한 기간이 1년 뿐이라면서 오히려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자료들을 통해 조심스레 소개한다
책을 쓸 때 한 가지 관점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어떤 주장이든 100% 옳을 수는 없기 때문에 한 쪽을 취하면 반대편의 비난을 받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양쪽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을 편다면 자칫 전체 내용이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쪽으로 흐르기 쉽상이다
모름지기 책이란 일관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반미와 친미가 대립적인 시점에서 미국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참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되도록 객관적으로 미국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애썼지만 이 쪽도 나쁘고 저 쪽도 나쁘다는 양비론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일관된 주장을 펼치며, 반론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갖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만화라는 양식의 한계이면서도 장점이 이 문제점을 비켜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만약 이 책이 만화가 아니라 글로 서술됐다면 애매모호한 책이 됐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사회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 선거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얻게 된 점이 기쁘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대선은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가 됐다
더구나 2000년도의 선거에서는 앨 고어가 조지 부시를 전체 득표수에는 앞서면서도 선거인단 수에서 패하는 기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에 대체 민주주의의 산실이란 미국에서 왜 저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 무척 궁금한 터였다
저자는 이것을 파퓰리즘을 경계하기 위해 헌법의 아버지들이 고안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 미국이 대통령을 간접 선거로 뽑는 이유는, 땅덩어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선거인단을 먼저 뽑은 후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에 따라 투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을 택했다고 배웠다
과학 기술이 가장 발달한 나라에서 단지 국토가 넓다는 이유만으로 간접 선거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아 질문을 했지만 만족스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아마 그 선생님도 미국 선거제에 대해 정확히 모르셨던 것 같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산실인 미국의 간접 선거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한다

헌법의 아버지들은 국민이 지배자를 뽑는다는, 당시로서는 깜짝 놀랄만큼 진보적인 발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파퓰리즘을 경계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미국이 탄생한 18세기 어떤 나라도 지배자를 귀족이 아닌 평범한 국민이 뽑는 나라는 없었다
엄연히 계급제가 살아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시절이다
헌법의 아버지들은 대중에게 투표권을 주면서도, 이들의 자질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았다
또 노예나 여자, 돈없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국민으로 여기지도 않는 시절이다
그들은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성인 백인 남성에게 지배자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주면서도, 그들이 투표권을 아무렇게나 행사하지 않기 위해 이중 장치를 만들었다
국민들은 다만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는 선거인단을 뽑을 뿐이다
이 선거인단이 대표가 되어 대통령 선거에 권리를 행사한다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미국에서 아직도 이런 간접 선거의 전통이 남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들 역시 파퓰리즘의 폐해를 경계하는 것이다

또 하원 선거는 2년마다 이뤄지지만, 상원 선거는 6년마다 치뤄지며, 1/3씩 바꾼다
그러니까 나라 전체의 의원이 한꺼번에 바뀌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이것 또한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시에 정국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방지하기 위해 생긴 법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발달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의 정확한 분립도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한술 더떠 미국은 연방 정부로부터 주의 독립도 중시 여긴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서울 올인인 나라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 집권화가 산업 혁명 시대에 나라이 발전을 주도했으나, 사회가 발전할수록 각 지방마다 고르게 힘이 분배되는 지방 분권주의가 이뤄져야 진정한 민주화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역사적인 특성 때문이긴 하지만, 각 주마다 자치권이 보장되고 개별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말 부럽다

그런데 이 나라는 크긴 정말 크다
제일 작은 워싱턴 주가 한반도 크기라고 하니, 미국이란 나라의 영토가 실제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미국 영화를 보면 엄청나게 큰 집과 넓은 마당이 나오는데, 영토는 크고 인구밀도는 낮으니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넓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워낙 넓기 때문에 자동차는 필수이고 상대적으로 대중 교통의 발달이 더디다고 한다
청교도 윤리 때문에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게 최고의 오락이라고 한다
기름값도 유럽이나 한국의 절반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자동차에 쏟는 애정은 대단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담배값은 대단히 비싸서 한 갑에 6천원에 이르며, 대부분의 공공장소가 금연이라고 한다

2002년 발표에 따르면 히스패닉계가 흑인을 앞질러 최다 소수민족이 됐다
헌팅턴의 저서를 읽어 보면, 히스패닉에 대한 우려가 대단하다
이들은 미국이 강제로 뺏다시피 한 뉴멕시코 등지로 불법 이민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며, 멕시코 정부에서는 오히려 장려할 정도라고 한다
빼앗긴 땅에 돌아온다는 생각 때문에 불법 이민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고, 굳이 영어를 배우려 하지 않으며, 다산하기 때문에 어느새 미국에서 스페인어는 영어를 위협하는 중요 언어로 떠오르고 있다
또 자기들의 언어를 고집하기 때문에 미국 문화에 쉽게 동화되지 못해 똘똘 뭉쳐서 정치세력화 되고 있다
헌팅턴은 히스패닉이 미국의 근간을 무너뜨리리라 우려한다
세계화나 다양성의 개념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국의 소수 민족 배척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우리 역시 타민족에게는 대단히 배타적이다
미국 주류 사회의 우려를  이국인이 쉽게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히스패닉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이 하나의 미국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인데, 주류 사회는 쉽게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민족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며 주류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똑같은 혜택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국이 최강의 국가를 유지하는 길은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을 없애면서 이들을 포용하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힘으로 억누르기엔 이들의 세력이 너무 커져 버렸고, 그것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되며, 미국의 경쟁력을 갉아 먹는 꼴이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 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른바 백인 쓰레기 층이라고 한다
경제적, 교육적 능력이 떨어지는 하위 백인 계층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피부색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모든 불만을 약자인 소수 민족에게 퍼붓는 것이다
감옥 운영비와 전국 대학의 운영비가 비슷한 이 엄청난 범죄율을 막기 위해서는, 더더욱 인종 차별의 벽을 없앨 수 밖에 없다
피부색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우월감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자신들의 무능력에서 오는 불만을 유색인종에게 퍼붓는 악순환은 되풀이 될 것이다
(저자는 "헌팅턴의 미국"을 편견이 많은 책으로 묘사하지만, 백인 중심주의 시각으로 쓰여진 건 사실이나 객관적인 근거와 날카로운 분석이 돋보이는 훌륭한 책이다 어차피 한쪽의 주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헌팅턴의 미국 사회 분석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내용은 미국 대통령제의 설명과 더불어, 유대인에 대한 분석이다
대체 유대인은 어떻게 해서 미국을 장악하게 됐는가?
인구는 겨우 2%에 불과하고 2차 대전 때 무려 600만명이 학살당했을 정도로 주류 사회의 미움을 받았던 유대인이 어떻게 해서 세계 최강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유대인이 미국을 장악한 가장 큰 힘은 금융이라고 설명한다
토지를 소유할 수 없던 유대인이 중세 이래 택할 수 있는 직업은 금융업 뿐이었다
말이 좋아 금융업이지 당시에는 고리대금업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유대인의 금융업은 놀랄 만한 속도로 성장하여 결국 세계 자본주의의 첨병인 미국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유대인의 미국 장악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때를 같이 한다
특히 독일의 유명한 유대계 금융업자인 로스차일드의 활약이 대단했다
그는 아들들을 유럽 각 지사로 보내 그 나라의 돈줄을 쥐고 흔들게 했다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한 밸포어 선언도 로스차일드 일가가 영국에 전쟁 비용을 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이 건국되기 전 청교도 혁명 시대부터 유대인은 크롬웰에게 전쟁 자금을 후원하므로써 영국을 장악해 가고 있었다
미국이 유대인 손아귀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전에 영국을 먼저 장악했다는 건 새롭게 안 사실이다

요컨대 유대인의 미국 지배는 역사적으로 계속되어 온 금융업이 자본주의 발달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언론과 헐리우드, 석유 산업까지 장악했으니 국가의 가장 중요 부분을 다 차지했다고 할 만 하다
그러므로 미국은 끊임없이 중동의 아랍 국가들을 자극하면서 홀로 고립된 이스라엘을 지원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자살 테러단이 미국의 상징인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를 들이 받은 그 절박한 심정을 알 만 하다
중동 사태에 미국이 끼치는 악영향은 상당하다
부시는 계속 미국 패권주의로 밀고 나가는데, 보다 진보적이고 평화적인 인사가 당선되지 않는 이상 세계는 계속 전운이 감돌 것 같다
(참고로 미국은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는데, 특히 텍사스 주는 전체 미국 사형 집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 주지사가 바로 조지 부시였으니, 오늘날의 강경 정책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통령편에서는 피상적인 내용 때문에 실망했지만, 이 책은 깊이 있게 미국을 분석하고 가능하면 편견없이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현 미국 사회에 대해 궁금하다면 꼭 읽어 보라고 추천한다
미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친미든 반미든 상관없이 새뮤얼 헌팅턴이 쓴 "미국" 도 함께 권한다
그의 보수적인 주장과는 별개로 미국 사회에 대한 분석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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