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라이팅 클래식 3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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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을 왜 생철학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생철학, 이 말이야 말로 니체의 사상을 한 마디로 요약해 주는 가장 적확한 단어다

이 아저씨, 정말 바람직한 사상을 가졌다

저자의 말대로 니체의 그 유명한 말 "신은 죽었다" 는 "니체도 죽었다"  "너희 둘 다 죽었다" 는 식의 화장실 낙서로 밖에 사용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니체의 명성에 비해 그의 사상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그 이름이나 관심에 비하면 그의 진짜 사상은 단 1%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신은 죽었다는 말을 단지 무신론자의 주장이라고만 이해했다

종교적 관점으로만 받아들였는데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었다

니체가 죽인 신이란,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내고 숭배하는 모든 종류의 우상과 권위와 관습이다

국가와 법과 모든 지배 질서들이다

인습과 전통과 사람을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기존 관습들을 그는 다 부정했고 죽었다고 선언했다

우리의 일상을 지키던, 아니 억압하던 구질서가 사라졌으니 이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

수동적이고 복종하는 인간에게 창조란 너무나 위험하고 두렵고 귀찮은 일이다

기존 체제에 순응해서 살아가도 충분히 먹고 살만 한데 뭐하러 굳이 위험을 무릅쓰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들 능력도 부족할 뿐더러, 뭘 파괴하고 뭘 만들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데 말이다

 

기존 질서를 무조건 부정하고 현실 세계를 파괴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저 말을 위한 말, 현실에서 붕 뜬 채 아무렇게나 관념적으로 지껄이는 말들은 들을 가치가 없다

어쨌든 우리는 원시 시대에서 문명을 이루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계속해 왔고 발전해 왔다

현대 문명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 특히 과학의 성과를 무시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우상을 파괴하라는 니체의 외침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존 질서를 반복한다면 대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개인의 행복이다

어떤 죄의식도, 도덕 관념도, 지배 관습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회의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제재는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관습에 얽매여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동성동번 금혼법 같은, 혹은 동성애자 같은 경우 얼마나 불행한가?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 질서를 전복시키지도 않고 다만 기존의 관습과 약간 다를 뿐인데 왜 그것을 선택한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가?

다수의 횡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니체는 바로 이런 관습을 죽이라고 가르친 게 아닐까?

 

니체의 철학은 현대적이고 21세기에 딱 들어맞는다

모든 우상을 파괴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라는 말만큼 현대인에게 필요한 게 또 있을까?

그래서 그의 철학은 현대 철학자들에게 끊임없이 재해석 되고 중요시 된다

가장 현대적인 철학자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솔직히 실제로 니체를 봤다면 썩 호감갈 인물은 아니었을 것 같다

기존 질서를 배격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라는 말은 듣기엔 좋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천한다면 기인이나 괴짜로 보이기 쉬울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창의적인 이웃은, 주변 질서에 잘 순응하면서 가벼운 정도로만 자유를 추구하는, 말하자면 니체처럼 완전히 기존의 세계를 깨버리는 위험분자가 아닌, 아주 약간의 도발 정도를 가진 그런 편안함 사람을 원한다

은희경 소설에 나온, 서울에서 전학온 그 반장 같은 인물을 우리는 원한다

공부도 적당히 잘 하고 세련됐으면서도 교칙을 가끔 어김으로써 아이들의 우상이 되는 그런 인물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기존 질서를 완전히 거부하는 히피 같은 스타일은 부담스러워 한다

짜라투스트라가 우리에게 나타나 자기만의 세상을 창조하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평범한 우리는, 그를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기인으로 밖에는 여기지 않을 것이다

아직 나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는, 니체의 한탄을 이해한다

개인의 행복과 자유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현대에서조차 그는 완전히 이해받는 철학자가 아니다

하물며 산업혁명의 기치 아래 민족주의와 제국주의가 절정을 이루던 19세기 말에 이 철학자의 외침은 얼마나 기괴하고 낯설고 위험했겠는가?

 

똑똑한 러시아의 지적인 여성 루 살로메는 니체의 구애를 거절하고 그의 친구인 파울 레와 사귄다

평생을 두통에 시달리고 말년에는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서 10여년을 산 이 음침한 연상의 철학자를, 루처럼 발랄하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좋아했을 리 만무하다

그의 지성에 다소 호감은 느꼈을 수 있지만 연인으로서 사랑하기엔 너무나 부담스럽고 불편했을 게 뻔 하다

혹시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전투적인 여성이라면 니체 같은 지성을 사랑했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전투적인 여성, 세상에 이빨을 들이대는 공격적인 여성은 오히려 니체가 싫어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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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6-09-1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인상깊게 잘 읽었습니다. 님의 리뷰로 느낌이 새롭습니다. 시대의 천재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 때문에 더욱 더 강렬한가요? 그가 원하는 것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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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칠레 소설

파블로 네루다라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마리오라는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담담하게 이야기를 펼친다

특히 마지막에 마리오가 시 공모전에 시를 내고, 바로 쿠테타가 일어나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장면으로 끝내는 것을 보면, 작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열광적으로 시작해서 침울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끝을 맺는다" 는 저자의 서문에 딱 들어맞는 결말이다

베아트리스 곤살레스와 법정에서 자주 만나 식사를 했다는 말이 서문에 나오는 걸 보면, 마리오라는 인물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기도 하다

약간의 변형은 거쳤겠지만, 군부 독재 시절 억울하게 시 한 편 쓴 걸로 끌려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던 건 분명한 것 같다

하긴 파시스트 정권 아래서 이런 일은 굳이 애써 찾지 않아도 널려 있을 것이다

 

베아트리스 어머니의 걸쭉한 육담이 소설의 백미다

아마 저자 자신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일 것 같다

어쩜 그렇게 사랑의 언어가 갖는 허구성을 직설적으로 지적하는지, 놀랍다

결국 다 섹스로 연결된다는 걸 너무 리얼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결혼을 빨리 하긴 하나 보다

베아트리스는 겨우 열 여섯 살에 마리오와 첫 섹스를 하고 바로 결혼했으니까 말이다

 

메타포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백미인 것 같다

메타포의 뜻이 뭔지 정확히 알게 됐다

평범한 사물도 시의 눈으로 보면, 즉 메타포를 사용하면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탄생한다

이를테면 비를 하늘의 울음이라고 표현하는 식으로 말이다

정말 모든 것을 상징과 비유로 표현하면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한 편의 시가 탄생할 것 같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니까 약간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소설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어서 좋다

괜찮은 독서법 같다

너무 검색에 몰두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한 편을 보고 나서 남는 게 정말 많다

이 책을 통해서도 칠레 현대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아옌데가 누구인지, 피노체트가 어떻게 정권을 탈취했는지, 특히 카스티야라는 한 마디 단어를 가지고 카를 5세의 가계도까지 알게 됐으니 소득이 크다

교양은 이렇게 쌓아가는 것 같다

책을 이렇게 읽는다면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정말 엄청날 것 같다

특히 소설의 경우 외국 생활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 준다

지난 번 "책과 바람난 여자" 에서도 프랑스의 일상 생활을 많이 알게 됐고 "유럽의 나르시시스트 프랑스" 에서는 현대 프랑스 정치사에 대해 감을 잡게 됐으며 이번 책에서는 칠레의 현대사를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사기 본기를 읽으면서는 고대 중국 역사를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

책이 주는 효용성은 정말 엄청나다

 

중남미 소설은 확실히 분명하게 구별되는 특색이 있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렛이나 11분을 읽었을 때 딱 그 쪽 계열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판타지가 가미됐다고 해야 할까?

명료한 사건 전개 보다는 은근슬쩍 넘어가는 게 많다

플롯의 탄탄한 구조 이런 걸 별로 중요시 안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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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6-08-1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영화보셨나요? 일포스티노.

marine 2006-08-1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말만 들었어요 일 포스티노가 이탈리아어로 우체부라고 하더군요

부엉이 2006-10-02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체홉을 읽기 위해 러시아어를 배웠고, 또 누군가는 네루다를 읽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하더군요. 문학이란, 목적을 순수하게 하는 힘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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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형이라 280페이지 정도 되지만, 금방 읽었다

이런 작은 판형이 좋다

일단 들고 다니기 편하다

작년에 막 사서 읽을 때만 해도 엄청 머리 아프고 복잡한 다소 어려운 책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 보니까 굉장히 평이한 내용이다

기본 지식이 쌓여서 그런가?

적어도 리처드 도킨스 보다는 더 쉽다

하긴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진화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잡혀서 그런지도 모른다

집중해서 읽어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가볍고 유쾌하며 또 대단히 유익한 책이다

제목도 어쩜 이렇게 잘 지었을까?

섹스의 진화라니...

섹스란 학문적으로 말할 때 번식을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섹스하면 떠오르는 게 포르노와 터부시 되는 은밀한 쾌락인데, 학문적으로 말할 때는 유전자의 전파 방식으로 치환될 수 있겠다

 

모든 개체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노화나 폐경도 이런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체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보수 작업을 하지만, 생체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이 되면 고쳐 쓰는 것 보다 새로 만드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더 이상 고치는데 돈을 투자하는 대신, 기존의 것을 폐기처분 시키고 새로 구입하게 된다

아기를 낳는 것이다

수명이 짧은 생물이 엄청나게 많은 자손을 남기는 이유가 바로 이 유전자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서다

자연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개체들은, 포식자에게 잡아 먹힐 확률이 크기 때문에 구태여 수리비를 지불해 가며 고칠 필요가 없다

차라리 새 걸로 빨리빨리 갈아 주는 방법을 택하는 게 비용 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다

그래서 100여년을 사는 인간은 한 번에 하나씩 밖에 못 낳고 아무리 많이 낳아 봤자 10여 명 안팎에 불과하게 된다

개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아주 다행인 셈이다

 

왜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가?

대부분의 생물들은 수컷에 양육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암컷 혼자 낳아서 기른다고 한다

설사 수컷이 공동 양육을 하더라도 즉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더라도 인간처럼 집단으로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무리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살아간다고 한다

무리를 이루지만, 그 안에서 한 배우자 하고만 관계를 맺고 자식을 부양하는 방식은 매우 특이하다고 한다

일부일처제의 배경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daddy at home라고 하겠다

가임 기간이 길고 자식을 키우는데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인간의 경우, 남자를 잡아 둬야만 유전자 번식에 유리하다

수정만 시키고 남자가 떠나버리면 여자는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할 확률이 높다

자연히 남자는 자신의 유전자 보전에 실패할 것이다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유전자를 전파시키는 대신, 한 여자가 낳은 자식들을 제대로 키우는데 힘을 보탠다

인간의 아이를 버려뒀을 경우 죽을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수컷 즉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양육에 동참하는 것이다

 

여자의 배란일은 여자 자신도 잘 모른다

가임기간이 언제인지 모르니까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서는 자주 섹스를 해야 한다

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언제라도 섹스가 가능하니까 굳이 남자는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없다

비록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어차피 여자 혼자 내버려 두면 자신의 후손을 제대로 키울 확률도 줄어들기 때문에 차라리 한 여자에게 협력하여 낳은 자식이라도 제대로 키우겠다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또 배란기가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배우자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수컷 경쟁자가 자신의 암컷을 임신시킬지도 모른다

당연히 남자는 파트너 곁에 머무르면서 공동 양육에도 참가하고, 암컷을 다른 수컷으로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암컷의 아이가 자신의 유전자를 가졌음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폐경 이론도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의 수컷처럼 생식 능력이 서서히 떨어진다

인간의 암컷처럼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 인간의 생식 능력만 40세를 전후해서 갑자기 중단되는 것일까?

저자는 나이 많은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 얻는 이득이,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의 아이를 키움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더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기존의 아이들에게 돌아갈 양육 에너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생체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히 많은 자식을 낳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인간의 아이는 대단히 긴 양육 기간을 필요로 하고, 출산에 따른 위험성도 매우 큰 편이다

고릴라가 100kg에 육박하지만 겨우 1.5kg의 새끼를 출산할 뿐이다

반면 50kg 남짓의 여자는 3kg의 거대한 아이를 낳는다

아이를 낳다가 산모가 죽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얘기다

자연히 여자는 개체의 보전을 위해서라도 다른 동물보다 임신과 출산에 훨씬 더 신중해질 것이다

유전자 전파도 중요하지만 개체의 보전도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다

또 어머니가 죽고 나면 나머지 아이들은 성인까지 자라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질은 떨어진다

40대 후반에 아이를 낳으면 다운 증후군 확률이 무려 10%에 달한다는 통계는 노산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새삼 확인하게 해 준다

그러니 굳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나쁜 유전자를 낳을 위험성을 가지고 또 개체가 죽을 수 있는 모험을 감행하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생식을 중단하고 기존의 아이들을 키우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문자 이전의 사회에서 노인의 경험은 공동체의 생존에 매우 중요했다

이런 노인이 늙어서 애 낳다가 죽는 것 보다는 손자 손녀를 키우면서 공동체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이 훨씬 유용할 것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보다 많은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 각 생물들은 나름대로의 적응 전략을 가지고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유전자 풀이 넓을수록 보다 많은 개체들이 생존할 수 있다

특정 환경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야 대응 전략도 다양해질 것이다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특정 신호에 대한 얘기도 재밌었다

세 가지 이론이 있는데 먼저 피셔의 이탈 선택 모델이 있다

공작새의 경우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화려한 꼬리를 발달시킨다

그렇지만 너무 큰 꼬리는 도망가기에도 불편하고 포식자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에 불리하게 된다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시점까지만 진화하는 것이 바로 이탈 선택 이론이다

 

다음은 핸디캡 이론이 있다

공작새의 꼬리는 생존에 불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핸디캡을 안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뜻이므로 오히려 핸디캡이 없는 경쟁자 보다 생존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가 된다

 

마지막으로 광고 속의 진실 이론

숫사슴은 뿔이 화려할수록 기생충이 없고 건강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성에게 어필하는 성적 매력이 핸디캡이 아니라 실제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성을 매혹하는 성적 매력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생존 능력도 뛰어나다는 이중광고가 된다

 

인간에게 비유해 보자면, 돈많은 남자들이 먹고 사는데 별 필요가 없는 사치품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남자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배우자와 자식에게 더 많은 생산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광고가 된다

데이트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의 물질공세에 넘어가는 것이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인간은 시각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당연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많이 좌우된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며 근육이 잘 발달한 남자는 경쟁자를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여성들은 더 선호할 것이다

여자 역시 영양 상태가 좋고 지방이 적절하게 분포된 균형잡힌 굴곡을 가질수록 아이를 효율적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즉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실제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모는 배우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 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은 영양 상태가 워낙 풍부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마른 여자들을 선호한다

누구나 다 잘 먹고 수유나 양육 정도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의 함량 정도가 선택의 기준이 될 리가 있겠는가?

 

진화론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생명의 신비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새삼 느낀다

다윈은 자신이 발견한 진리가 성경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19세기 사람들이 진화론에 격분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그렇지만 21세기의 사람들 역시 진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 한다

마치 17세기 사람들이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좀 더 시간이 가고 더 많은 진리들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더이상 진화를 두려워 하지 않고 생명의 신비를 푸는 진리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절대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 아니며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하신 우주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지름길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 갈릴레이나 코페르니쿠스도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너무나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용감한 과학자들은 신앙과 진리가 서로 다른 차원임을 충분히 이해했고 갈등하지 않았다

나 역시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무섭지만, 내 신앙과 절대 대립하지 않음을 믿는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떤 기독교인들도 두려움 없이 진화론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왜냐면 하나님과 진화론은 비교불가능한 다른 차원의 진리이고,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서툴기 때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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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명품 살림지식총서 145
이재진 지음 / 살림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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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도 예술이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장인정신과 예술이 산업과 만났다고 해야 하나?

어쩌면 회화도 대량 복제가 가능할 경우 명품처럼 산업화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역시 예술의 산업화가 아닐까?

책과는 또다른 의미로 말이다

처음에는 굉장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명품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급스런 패션 취향이라고 인정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패션은 곧 예술이다라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줄 수 있게 됐다

유명하고 인정받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다치바나의 분석대로 예술로 승격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차이를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할 최고급 소비자가 있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각 왕실의 공주나 왕비들, 헐리우드 스타들에 의해서 예술로까지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엄청난 돈을 지불할 고객들은 줄어가고, 이제 평범한 사람들이 그 이미지를 갖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는 사실이다

실제 헐리우드 스타들이 유명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돈주고 입는지 아주 의심스럽다

스타가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 주므로써 일반 사람들이 사게 되는 구조인 것 같다

디자이너들은 자기 제품의 홍보를 위해서 스타가 필요하고, 그들에게 옷을 입혀 주는 대신 돈은 일반 고객들에게서 벌어들인다

한달 내내 라면만 먹을 것을 각오하고 월급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돈으로 말이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사치스러웠던 것 만큼 패션의 중요성도 깨달아 재봉사에 불과하던 이들을 디자이너로 승격시켜 줬다

그러고 보면 뭐든지 몰두하고 돈을 쓰면 쓸수록 취향이 고급스러워지는 것 같다

결국 문화나 예술도 부유함 속에서 나오지 않겠는가?

대중 예술이 어쩔 수 없이 천박하고 싸구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에 생존에 불필요한 것에 많은 돈을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유하면 할수록 실제 삶에 꼭 필요하지 않은 사치품이나 기호품에 더욱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고, 바로 이 부유한 귀족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수많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온갖 머리를 다 짜내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가 패션의 중심지임은 너무 당연하다

전통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워낙 명품 신드롬이 광풍이다고 표현할 정도로 심하기 때문에 거부감도 가졌지만, 결국 패션을 예술의 단계로 승격시키는 견인차임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베블린이 말한 현시적 소비는, 패션의 본질을 놓친 표현 같다

물론 사람들은 돈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의상과 소품에 혹은 자동차에 그 물건이 갖는 본래의 가치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

상류층은 중산층과 구별하기 위해 명품을 찾고, 반대로 중산층은 상류층처럼 보이기 위해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일부러 비싼 옷을 입는다

상류층이 고급스런 취향 때문에 명품을 찾는다면, 중산층은 그것이 비싸기 때문에 산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명품 산업이 거대해지면 질수록 즉 파이가 커지면서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이 됨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돈이 안 되면 누구도 뛰어들지 않는다

예술가들에게 빵을 줘야 더 열심히 창작해 내지 않겠는가?

단순히 대량 생산에 기대어 이미지만 파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장인정신을 이어가면서 최고의 디자인과 품질을 유지해 가는 명품 브랜드들의 노력을 높히 산다

패션이 예술이라면, 더이상 그들을 현시적 소비 운운해 가면서 비난할 수 만은 없으리라

따지고 보면 미술관에 걸려 있는 명작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예술이 바로 패션 아니겠는가?

 

부유한 곳에서 문화가 나온다는 것을 명품 산업이 잘 보여 준다

한국도 패션 분야에 눈떠서 유명 디자이너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단순히 디자인 감각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경제적인 운용 능력까지 겸비해야 세계적인 브랜드로 클 수 있다

현대는 광고 시대니까 말이다

버버리 같은 경우는 1830년대에 이미 생겼다고 하니, 우리나라로 따지면 순조 시대의 옷이 아직까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말 놀라움 그 자체다

 

재밌는 것은, 어떤 브랜드든지 젊고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백여년에 가까운 전통을 잇기 위해 과거의 것만 고집하면 혹은 구태의연함에 젖어 있으면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젊은 새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 하고, 또 자체적으로 패션 학교를 운영하는 노력들이 브랜드의 명성을 유지시키고 있다

확실히 우리나라 같은 권위주의적인 시스템에서는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나오기 힘들 것 같다

또 국가에서 패션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열심히 밀어 줘야 할 것 같다

소비자들은 명품이라면 밥을 굶어 가면서까지 환장을 하는데, 왜 아직도 유명 디자이너의 탄생은 요원한 것일까?

일본만 해도 겐조 등 유명한 디자이너가 많은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확실히 선진국이고 문화대국이다

일본에서는 짝퉁 들고 다니는 걸 아주 싫어한다는데, 우리나라는 짝퉁이 많아서 패션 산업이 발전이 안 되나?

이 책 읽고 보니까 디자이너의 독창성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라도 짝퉁은 단속을 해야 할 것 같다

 

책 읽고 나니까 명품이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생긴다

그 유명한 샤넬의 트위드 재킷이 뭔지도 확실히 알았고, 베르사체 드레스나 크리스챤 디올의 뉴룩도 구별할 수 있겠다

또 에트로의 패이즐리 문양이나, 페레가모의 바라 구두도 뭔지 알겠다

낮은 굽에 리본이 달린 둥근 코의 구두가 바로 페레가모 바라였다니, 그 디자인이 얼마나 유명한지 알 만 하다

가능하면 인터넷에서 다 찾아보고 싶었는데 검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패션 잡지를 좀 봐야 할 것 같다

뭐든 노력없이 그냥 알게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명품이란 것도 말이다

 

좀 웃긴 건 검색하다 보니까 책하고 똑같이 나오는 문장들이 많다는 거다

아마 어디서 베낀 것 같다

자기만의 단어로 쓰기란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강준만 책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번 여행 이야기도 네이버 찾아 보니까 아주 똑같더라

이 책도 명품 스타일이나 유래 설명하는 거 보니까 그대로 베낀 것 같아서 좀 실망스럽다

그래도 명색이 패션 칼럼니스트인데 자기만의 언어로 쓰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하여간 책은 아무나 내는 게 아니다

필자가 되려면 그 주제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쌓아야 비로소 자신만의 책을 낼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남의 얘기 인용하려면 꼭 출처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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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본기(史記 本紀) - 신화의 시대에서 인간의 역사로
사마천 원작, 이인호 새로 씀 / 사회평론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중국 지명과 제도들 때문에 좀 헤맸는데 인터넷 참조하면서 지도랑 비교하면서 읽으니까 술술 잘 읽힌다

항우와 유방이 싸우는 초한지쟁 부분에서 고전했다

이 놈의 지명들이 대체 어딘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두 번씩 읽으니까 감이 확 온다

과연 중국은 대단한 나라다

왜 중국의 인권이 그 모양인지, 그리고 그 큰 나라가 어떻게 수천년 동안 유지되어 왔는지 비로소 그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오랫동안 한 민족의 정체성을 가지고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더욱 요원한 것 같다

공산주의가 아니었더라도 파시스트 같은 독재체제가 되기 딱 맞은 조건이다

미국과 아주 반대된다

어떤 의미로 보자면 여전히 중국은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국가 같다

그들이 단결해서 경제성장을 이룬다 할지라도 중국의 사회 복지 수준이나 창의력 같은 부분에서는 여전히 뒤쳐지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도 마찬가지 아닌가

소수민족들의 힘이 약해서 구소련처럼 독립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공산주의 무너지면 발전하기 힘들 것 같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구어체로 쉽게 풀어 쓴 거라 읽기 편하다

이 사람이 쓴 중국 이야기도 기대된다

중국에 대한 감이 좀 잡히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역시 한자는 어렵다

한문 읽는 건 아예 포기했고 기본적인 아주 기본적인 한자라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시황이 왜 여불위 자식인지, 어떻게 이런 비밀이 기록됐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저자 설명을 읽고 보니까 완전히 루머 같다

하긴 이게 말이 되는 얘긴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진시황의 정통성을 훼손시키기 위해 채록한 게 틀림없다

 

장건이 제일 대단하다

13년만의 귀국, 거기다 흉노에게 두 번이나 붙잡히고 탈출하고 결혼해서 애까지 두고 100명 갔는데 겨우 2명 살아오고, 정말 대단하다

무제가 후작에 봉할 만 하다

인간 승리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소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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