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미쳤다!
리타 페르스휘르 지음, 유혜자 옮김 / 두레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피카소라는 이름과 얇은 책자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샀다. 책 표지에 작게 마음으로 보는 그림 같은 이야기라는 문구에 피카소에 대한 해설 정도로 착각을 했다. 피카소의 이름에 비해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작품 세계가 너무 빈약하기에 약간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피카소에 대한 해설서도, 그림에 대한 해설서도 아닌 그림을 둘러싼 작가의 자전소설이다.  

 

 기껏 120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이니 모두 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리타의 그림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읽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용은 학교에서 뽑는 미술대회를 둘러싼 리타의 생각과 일상들이지만 가끔 리타가 풀어내는 그림에 대한 생각들은 한때 내가 느꼈던 부분이나 사람들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꼬집어준다. 거장의 그림으로 알고 많은 이들이 감탄을 하지만 위작임을 아는 순간 그림을 치워버리고 무시하는 모습이나 인위적으로 그림에 순위를 주는 행동이나 자신의 감상과 다른 감상을 용납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은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나의 그림에 대한 이해는 터무니없이 낮다. 렘브란트의 깊이 있는 색과 음영을 좋아하고, 단원이나 혜원의 그림이 주는 풍경을 놀라워하고, 다빈치의 그림에 감탄을 하지만 고흐나 피카소나 폴락의 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비교적 최근에 피카소의 그림이 지닌 의미를 알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슴 속에 깊이 와 닿지는 않는다. 이해와 감성이 아직은 동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수많은 의문과 감탄을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림을 잘 그리는 비법을 찾는 조그마한 소녀 리타의 모습이나 생각이 많지 않은 분량 속에 잘 녹아 있다. 미술에 대한 해설서는 아니지만 의문에 대한 많은 생각이 담겨있어 그림에 대한 도움을 알게 모르게 주기도 한다. 책 중간 중간에 놓여있는 파스텔 톤의 삽화도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보는 재미를 준다. 많은 기대를 가지지 않고 본다면 짧은 분량에 담겨있는 소녀의 세계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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