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스 형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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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애쓰는구나


책을 읽으면서 혼자 중얼거린게 몇 번일까

밥을 보면서 짐을 보면서 그리고 수전과 잭의 이야기를 보면서 중얼거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 자기만의 맥락이 있다.

우리는 타인을 잘 모른다.

잘 모를 뿐 아니라  나와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나는, 혹은 우리는 타인이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타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대하다. 

어쩌면 내 가족에 대해, 내 이웃에 대해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짐과 밥과 수전이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

이미 50이 훌쩍 넘은 지금은 다 정리되고 잊혔거나. 들쑤지 않으려고 하는 그 사건이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올라오고 다시 거론된다. 

소말리족이라는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

타인에게는 관대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는 엄격할 수 밖에 없는 마음

가까운 사람은 무조건 맞다고 믿고 싶은데 모르는 사람은 두렵고 무섭고 거부하고 싶은 마음

그런 복잡하고 모순된 마음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

버지스네 아이들 (이미 늙었지만) 뿐 아니라 그들을 알고 있는 그들과 엮인 사람들

헬렌과 팸과 기타 등등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정말 애쓰고 있구나


밥은 오랫동안 죄의식으로 살아왔다.

그 마음이 누가 무슨 말을 하건 무심하게 흘리거나 모른 척 하거나 모두에게 관대해 지는 그의 성정을 형성했을 것이다.

수전은 알듯 모를 듯한 엄마의 차별이나 엄격함을 견뎠다. 냉정하고 불완전한 가족사이에서 성장해서 비슷한 배우자를 만나서 함께 외로웠다가 헤어졌다.

짐은 자신이 간직한 비밀을 안에 넣어두고  장남다운 책임감을 함께 짊어지고 있었음에도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부자집에서 자라  자기밖에 모를 거라 생각하는 헬렌도 팸도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애쓰고 있다.


이야기를 읽어갈 수록 선명해지는 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잘 모르는 것 투성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잘 안다고 믿어버리고 그렇게 행동하는 무섭고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야기는 두가지 줄기가 있고 그 줄기가 어느 순간 얽히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개인의 문제와 겹쳐진다.

낯선 타인인 소말리족에 대한 두려움 

우리 커뮤니티가 타인들에게 점령되고 성격이 바뀌고 어쩌면 주인이었던 백인들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두려움은 이방인을 괴물로 보게 만든다.

소말리족 역시 인간으로 겪지 말아야 할 경험들을 겪고 지역에서 떠나야 하고 쫒겨난 이후 자리잡은 곳에서 사방이 적이고 안심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두 마음이 부딪치면서 그냥 내가 익숙하고 내가 안전한 틀고 세상을 바라보고 두려움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고 상대를 공격했다.

그러나 천천히 상대를 바라보는 것.,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편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는 일이 필요했다.

잭이 법정에서 손을 떨고 실수를 하고 말을 더듬는 그 행위를 어쩌면  고도의 연기라고 한 겹 막을 씌여 보지 않은 압다카림의 태도에서 비로소 상대를 받아들인다 

뒤집어 보면 사람은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그만큼 절대적이다.

책에서 방송에서 어떤 말을 듣고 보고 알게 되더라도 그 모든 것이 내가 내 감각으로 체득한 것이상 의미가 없다.

 내가 봤어. 내가 들었어. 내가 겪었어 

그것만큰 큰 힘은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비지스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사이가 좋아보이는 반면 서로에게 무지하게 비난하고 조롱하고 냉정한 가족들

어린 시절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으로 누군가는 죄책감을 안고 살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문제 주변에서 스스로를 누르고 살았을 것이다.

가족이 주는 공기는 대단하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가족안에서 떠도는 공기의 질감이 가족을 정의 한다.

두려움과 죄책감,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 좋아해서도 안되고 심하게 우울해서도 안되

애써야 하고 괜찮아야 하고 계속 괜찮아야 하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그런 공기가 짐, 밥 그리고 수전 주위를 돌았을 것이다.

성인이 되고 성공하고 남부럽지 않은  명예와 지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텅 빈 어떤 공간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족을 보는  법적인 가족들 (배우자와 자녀 등) 도 적당히 모른 척 하기도 하고

자신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것만 취하기도 하면서 주변을 서성이고 함께 하고 멀어진다. 



책을 읽다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은 의외로 헬렌이나 팸의 생각들

수전 집 위층에 세들어 사는 노부인의 이야기들이었다. 

야심이 있어 보이는 짐이나

무조건 따뜻하고 멍청한 밥이나

냉정하고 어리석은 수전이나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주변에서 오히려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관찰자들 역시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할 것이다. 


우리가 상대를 잘 몰라

그러니 더 잘 알기 위해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듣고  오래 바라보는 것

그건 관계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

그런데 그 행동들이 멋적고  난처하고  쑥스러워서

그냥 알고 있다고 믿어 버리는 것 그게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상대에게 뿐 아니라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사람이야 라고 정의되면 거기서 한발도 더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겠어 이렇게 생겨먹은 걸.... 여기서 멈추는 것

그래서 인간이고 그럼에도 인간...


비지스 형제들을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을 봤을 것이다.

망가지는 형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멍청하고 어리석은 동생의 행동에서 나를 본다.

두 남자형제들을 부럽게 때로는 한심하게 바라보는 수전

그러나 가장 힘든 순간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건 서로라는 걸 잘 안다. 



버지스 형제를 읽으려는 마음은  < 이야기를 들려줘요> 를 읽고 나서

루시와 올리브 사이에 등장하는 밥을 보면서  

도데체 저 인간은 뭐지? 라는 마음에서였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그 책에서 호감이 아닌 어떤 이끌림에서 

다시 든 책이 버지스 형제 

그리고 결국 우리는 노력하지만 서로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모른다는 걸 인정해야한다는 걸 긴 이야기속에서 알았고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의 의미가 뭔지 주제가 뭔지 내가 판단하기 전에 화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그럼에도

청자의 판단 역시 존중되어야 하는 것 


다시 읽어보고 긴 페이퍼를 써 봐야 겠다. 



사실 스트라우트 월드에서 나의 최애는 여전히 올리브다.

올리브와 헨리를 가장 좋아하고 헨리의 죽음에 가장 슬퍼했고 행여 올리브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될까 가슴조였었다.

루시는 처음엔 너무 낯설고 작고 쥐같고 약하지만 질긴 그 모습에 정이 가질 않았다.

월리엄은 말할 것도 없고 ..

그러나 루시 시리즈를 읽으면서 점차 루시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이해했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등장한 밥은 도데체 이 인간은 뭐지?

이렇게 흐물흐물하고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한 이 유형은? 이라는 질문앞에서 

어느 순간 밥 비지스가 올리브 다음 순서로 훌쩍 다가온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인간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들, 자신의 욕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내가 그러지 못해서 일수도 있고 몹시 그러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다시 길게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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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미 지음, 수하 그림 / 마음산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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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야기

이희승에게 사기당한 부부 이야기

사기라는 것이 돈을 털리고 속는 것만 아니라 피해자의 마음을 망가뜨리는 것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사건의 시간에서 한 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내나 다른 피해자들은 금액을 보상받고 다 해결되었다고 잊고 일상을 사는 것 같은데 나는 믿었떤 그 마음. 그때 그가 보여준 표정 미안해했던 말투, 진지한 자세를 곱씹으면서 어디서부터 사기가 시작되었던 것인지 풇고 또 훓어본다.

그리고 그 마음을 돌려받기 위해 큰 결심을 한다. 이희승을 만나 무언가를 하기로

나는 이희승을 보르고 이희승도 나를 모른다. 아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아내를 몰랐다.

함께 단톡방에서 이희승을 성토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가 원래 무얼 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벼놓은 자장면도 먹는 나였는데 지금 이희승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둘의 상관관계를 증명해야 하나 둘이 무관함을 보여야 나

제목이 끌렸던 이야기다.

집요하게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그 마음. 그게 이제 어떤 의미인지는 중요하지 않은데 그냥 알고 싶고 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야만 설명이 될 것 같은 그러나 불길하게 이 주인공은 끝내 알지 못할 것 같다.

 

2. 특별한 어떤 날

동네 마음씨 좋은 할머니가 살았고 이웃은 그 집에 모여 놀고 수다를 떨던 날들

어느날 젊은 엄마의 아기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숨도 못쉬고 있고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옆집 할머니가 나타나 아기를 거꾸로 들고 등을 탁 내려쳤떠니 아이 목에서 구슬이 튀어나와 살아났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만나는 사람에게 계속 들려주는 아이 엄마

그날의 날씨, 그날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들, 그날 분위기등은 상황에 따라 더 섬세하게 설명되는 부분이 달라지고 점점 더 입체적으로 바뀌어가지만 할머니가 나타나고 아이가 살아나는 부분은 늘 긴장감과 함꼐 같은 결말을 맺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할머니 장례식을 위해 고향에 가고 친척과 친지들을 만나 지낸 어떤 하루의 이야기다.

어떤 날이란 기억은 어떤 부분을 보는지 어디에 관심을 둘 것인지에 따라 주인공이 다르고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간다.

영웅처럼 아이를 구한 할머니.

죽다가 살아난 아이

그렇게 흘러간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그날 눈앞에서 아이를 잃지 않아서 다행인 젊은 엄마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지금 내가 만나서 가볍게 수다처럼 나눈 이야기는 어떻게 기억이 될까

할머니를 잘 보냈다고 기억할 수도 있고 간만에 친지를 만나서 나이들어감을 느꼈다고 기억할 수도 있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안심했다고 기억할 수도 있다.

어떻게 기억되든 지금 역시 어떤 특별한 날일 수도 있지 않을까

3. 이상한 이야기

남의 만두를 훔친날

보이스 피싱을 당한 날

내가 한 없이 초라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애인이 떠난 이유를 모르겠고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눈이 내리는데 나는 초라하게 패딩이 아닌 낡은 코트를 입고 있던 날 그래서 순간 누구를 향해서라도 지고 싶지 않다는 어떤 오기가 생기는 날이 있다.

(사실 이런 날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씻고 그냥 잠들어 버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

그날 갑작스러운 눈으로 피해 들어간 곳이 은행 현금인출기안이었고 거기서 누군가가 두고간 만두를 본다. 내가 잘 알고 자주 먹었고 좋아하는 만두가게의 바로 그 만두가 내 눈앞에 있다. 그래도 잠시 기다리기로 한다. 만두 주인이 얼른 생각이 나서 다시 돌아 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주인이 없구나 싶은 순간 만두를 들고 나가려는데 공교롭게도 만두를 찾아 헐레벌떡 오는 주인과 마주치고 실랑이가 오간다.

만두를 돌려줄 타이밍을 놓친 순간 나는 오기인지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점점 더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다. 쫒아오는 만두 주인을 피해 도망가는 중에 옛 애인에게 연락이 오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냥 순간 부끄러움을 이기고 솔직해지면 아무 일도 아닐 일에 피하고 숨고 숨기고 다급해진 마음과 오기가 뒤섞인 그 복잡오묘한 상황에서 나는 전 애인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전능감에 잠시 만족해하며 어떤 의심도 없이 그 통제감을 잡아버린다.

그 마음에 다른 어떤 말이나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점점 나는 나를 용서하기도 어려워지고 그냥 계속 지금의 상황을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는 순간 장원씨가 아니라는 만두주인의 말에 화가 난다.

이 여자는, 좋은 패딩을 입고 있는 이 여자는 도데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

어쩌면 나도 알고 있는데 알고 있음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내가 듣기 두려워하는 그 말을 만두 주인이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나는 누가 나를 좋아하고 누가 나를 싫어하는지 명확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이 견딜 수 없이 불안해서 결국 관계를 망쳐버리는 사람

장원씨인지 피싱인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만두 주인은 그걸 부정하고 단호하다.

그런 이상한 날이 있다.

잡고 싶은 애인에게 결국 마음속 본심을 질러버리고 후회하고

남의 만두를 돌려줄 타이밍을 놓치고 오기처럼 안고 돌아온 날

그러나 그 마음을 끝내 나도 무엇인지 알지 못해 불안하고 내가 너무 싫은 어떤 날

그런 이상한 날이 있다.

더구나 봄에 눈이 내리는 날이라면 더욱 이상한 게 맞다.

 

4. 별 일

담배를 피우는 범인을 꼭 잡고 싶었을까

잡으면 어떻게 하고 싶었을까

저녁에 반딧불처럼 핸드폰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빠일 그 남자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일 여자도 담배를 피운다. 공개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별일은 도처에 있는데 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몰랐고 내 눈에 띄는 순간 별 일이 된다.

그냥 그런 일이 별 일이 되는 것

내가 모른다고 없는 일은 아닐텐데

 

단편들의 제목이 좋았다.

글을 읽고 다시 제목을 보면 이런 이야기에 이런 제목이? 라고 무릎을 치게 된다.

결국 작가의 말처럼 모든 이야기의 제목이 별일이다.

나만 모르는 이야기여서

내가 모르는 이야기여서..

이제 알게 된 이야기들, 참 별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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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장화
헤닝 만켈 지음, 이수연 옮김 / 뮤진트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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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운이 오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고 고통이 덮치고 끝으로 몰리는 순간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이 남자는 짝짝이 장화를 신고 있는동안 그 모든 일을 몸으로 받아내고 스스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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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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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일어났다.

정치계 거물과 어린 여자 인턴의 스캔들

누군가는 여유있게 그 입놀림에서 빠져나가고 누군가는 영원히 그 안에 박제된다.

가족이 동원되어 불미스러운 일이었다고 사과하고 남편은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하여 끝난 일이 된 사람이 있고 어떤 변명도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대로 인터넷에 남아 영원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누구든 찾아보고자 하면 찾을 수 있게 영원히 박제된 상황

사람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보여지는 것만 본다.

사람은 똑똑하고 이성적이지만 사람들은 어리석고 야비한 면이 있다.

모두가 바라보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다는 면을 모두가 믿는다.

아비바는 그렇게 가슴에 주홍글씨를 단 여자로 모두가 기억하게 된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을 유혹한 어리석고 야심있는 여자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인터넷속에 아비바는 그대로 있다.

설령 개개인의 기억에서는 잊혀졌다하더라도 누군가 궁금해서 아비바의 이름을 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과거다.

사람들을 보여지는 것을 보고 믿고 쉽게 말을 하곤 한다.

 

이야기는 네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린 딸의 치기어린 연애를 걱정하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엄마

독립적이고 멋진 엄마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음을 알고 그 비밀을 아는 순간 엄마가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에 실망하고 정의를 위해 무언가를 행동하는 딸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남편의 불륜 상대, 잊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하필 결혼 기념일에 남편의 딸이라는 아이가 나타나 다시 그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아바바 그리고 제인의 이야기

어쩌면 각자의 입장에서 모두가 피해자이고 모두가 방관자였다.

딸로 인해 간신이 이어간 가정은 딸이 집을 나가면서 분리되었지만 엄마는 그대로 자신만만하고 독립적인 삶을 이어간다.

과거에 매이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제인은 이제 옛날의 그녀가 아니다.

어린 루비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가 알게 되면서 배신감을 느끼고 정의감에 불타지만 그 역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가장 복잡한 인물 엠비스는 남편의 외도를 알고 이해하고 덮고 함께 살아간다. 그 마음이 단순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복합적인 마음이 있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며 정치인의 아내이면서 동시에 개인 엠비스로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앵무새와 대화를 하는 시간에 의지하면서

 

작은 나라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어서 가능한 결말에 그래도 안도와 통쾌함을 느끼는 건

내가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결심했다는 것

그리고 의외로 주변에 나를 지지하고 나를 이해하고 때로는 나의 과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판단해주는 사람들말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길을 함께 걷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회의 편견을 알아차리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문제를 바라보려고 하는 태도, 사람이란 복잡하고 다면적이어서 지금 내가 보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질문을 가지는 태도, 각자의 자리에서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느슨한 그러나 확실한 연대가 아닐까

엠바스와 루비의 관계처럼 말이다.

(루비를 바라보는 엠바스의 태도는 정말 멋졌다. 막장 드라마로 갈 수도 있었고 어쩌면 남편의 미래를 위해 참고 덮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무시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는게 쉽지는 않을 텐데)

폭력을 이기는 것은 싸우고 외치는 방법도 있지만

그냥 일어난 일을 인정하고 다시 내 삶을 살아가는 것도 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사람을 응원하는 것. 바라보는 것, 가끔은 무심해지는 것

점들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선들이 모여 면이 된다.

하나하나의 편견에 대한 고민과 질문들, 그리고 용기있는 한 걸음이

결국은 보이지 않지만 든든한 연대가 아닐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아비바들도 그렇게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자기 삶을 잘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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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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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르게 원하고 실수하고 웅크렸다가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아비바와 네 여자들
어떤 사건의 각기다른 입장을본다.
여성ㅈ에게 더 가혹한 현실과 이차피해에도 수치스러움을거부하고 걸어가는 것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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