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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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떻게든 그렇게 살아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고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고 그렇게 아무렇지않을 수 있지?

라는 짓들이

어느 순간 나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더라

나만 모르고 있더라

내가 무수히 손가락질하고 뒷말을 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을 그런 짓을

나도 다르지 않게 하고 있더라

뭐라고 해야하나

그때 흔들어댄 내 손가락 탓을 해야할까


어떻게 그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염치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사니?

라는  악다구니가 고스란히 내게 돌아왔다.

어쩌다 보니 그럴 수도 있고 어쩌다 보니 이런 일도 가능하고 염치없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숱하다.

젊은 시절은 젊은 줄 모른다.

한없이 젊음이 지속될거라고 믿거나 이미 더 이상 젊지않다고  착각하거나 

아주 긴 시간이 있다고 믿거나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믿거나 나는 늘 지금의 내가 옳다고 새각했다  틀리지 않은 내가 영원히 지속될거라고 믿었다. 젊음이 계속되는 동안 지속되거나 이미 젊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계속 흘러오는 시간동안 나는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렇게 흘러내리는 시간을 나는 겪어내고 살아냈다고 믿었다.

변하지 않았다고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는데

나는 흐르는 시간에 휩쓸려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었고 상황이 바뀌었고 그렇게 변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거나 어쩌면 그 때 그 시간의 내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따.

사슴벌레문답에 오래오래 머물렀다.


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나 어떻게든 그렇게 잔인해 

인간은 무었으로 살아?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돼?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돼


답이 있따고 길이 있따고 믿었던 질문과 계획은 널 어디선가 어그러질졌다.

길이 있고 답은 있지만 내가 생각한것과 달랐다.

어쨌뜬 답이 나오고 길은 계속되었지만 그 뿐이다.

그렇게 허무하지만 버티고 견뎌온 밀도 높은 시간과 경험들이 있었다.

어쨌든 어떻게든 하게 되...

결국 그거였다. 후회든 뿌듯함이든


엄마와 딸의 대화가 점점 짙어진다.

처음엔 툭툭 잽을 날린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강한 힘을 숨기고 있는지 어쩌면  뒷주머니에 무기를 숨기고있는지 툭툭

탐색하지만 그 탐색이 애써 나를 지키려는 안간힘이 아니라  설령 뒷주머니에서 칼날이 나온다면 기꺼이 맞아주겠다는 마음?

서로에게 가지는 미안함과 그만큼의 이해가 됨이 모순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음들이 오간다.

실버들처럼 늘어진 인연을 끊어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 엉기고 질기게 이어지는 것이

결국은 잘라내기를 포기하고 그냥 그렇게 단단히 붙들고 끝을 보자는 마음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잘라내고 멀리멀리 도망갔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동안

서로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았을 것이다.

그래서 잘라냈따고 믿었던 그 실버들같이 축축 쳐진 가닥가닥들이 그냥 엉키고 설켜서 단단한 매듭같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관계라는 게 끊어내려면 쉽지 않고 그냥 두겠다 싶으면 사라진다.

좀 더 진해진 두 사람 반희와 채운의 다음이야기가 궁금하다.


마리아는 마리아구나

세상 모든 고난과 역경에서 자신의 죄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사람

언제나 속죄가 필요한 사람

태극기를 팔고 있는 그 빈 시간에서 위로를 받는 사람

우리는 타인을 늘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고 판단한다. 

배르타를 비롯한 성당 식구들이 기억하는 마리아는  인내하고 봉사하고 겸허하게 몸을 낮추는 사람이라 표현되지만 어쩌면 그들 눈앞의 마리아에게는 그렇게 관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추앙하고 너도나도 좋은 말만 보태지만 날이 바뀌면 점차 기억에서 지워낼 것이다.

베르타가 느끼는  부끄러움 역시 언젠가 그냥 지워질 것이고 마리아가 지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

내가 얼마나 편협한가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문득문득   내 속에서 자리잡으면

사람은 그래도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닥 믿고 싶다.

별 이야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펼쳐 아무 곳이나 읽다 보면 마리아를 읽고 있다.

(책 가운데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 많아지고 점점 딸들에게 의지하는 엄마

공주같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의지하고 기대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기대는 건 딱 질색인 엄마와

깜빡깜빡하는 딸롸 무심한 딸

엄마와의 식사이후 단둘이 피우는 담배가 무척 맛있게 느껴진다.

(깜빡이)


이번 엄마는 계속 자식에게 하소연한다.

딸에 대한 하소연을 아들에게 하고 있지만 결국 딸을 빗대어 아들에게 서운한 것들을 토로한다.

오익은 좋은 아들이 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엄마의 하소연 정도는 감당할 수 있따고 믿었던 걸까

본인의 지리하고 여기저기 눈치보고 깊은 마음을 주지 않은 부초같은 마음이 엄마에게도 여전하다 그러나 엄마와는 댧지만 길게 이어진 뿌리가 있다.

자식에게 죄책감을 주면 엄마는 무엇을 얻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이 못한 걸 이야기하고 한탄하면서 대놓고 요구하지도 못하면서

은근히 알아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뭘까

어쩌면 내가 자기 욕구에 충실하고 원색적으로 요구하는 유형이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해버리는 건 

가장 불현하고 힘든 대상이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타인에게 부과해버리는 이런 유형이어서다.

그냥 읽으며 오익아 도망쳐... 라고 말하고 있었다.


기억의 활츠는 많이 마음이 아프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고 믿고 산다는 것

그냥 열심히 살았고 나는 내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 뒤에

문득  아파오는 것들이 있다.

숲속 국수집에서 다시 기억해는 그날의 시간들

강아지 국수 노래 활츠.. 수박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후회나 미안한 마음이 그냥 하나의 좋은 기억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그마음만 남게 될 것이다.

그게 뻔뻔해서도 아니고 정신승리도 아니다.

오래오래 미안하고 후히하고 곱씹다 보면 기억아나 시간들이 걸러지고 걸러져서

그 시간을  지나온 내가 대견하고 괜찮고  그런 시간을 만들어준 누군가가 마냥 고맙다.

그렇게 된다.


등장인물들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함. 어디서 만난듯한  낯익음 

결국 나도 그렇게 뻔뻔하기도 하고 소물적이기도 하고 후회하다가도 절대 그럴지 않을거라고 극악스러워지는 사람이어서다.



타인이 이해가 되기만 하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만 생기면 나이든 증거라던데..

나도 나이 먹었다..

좋아하는 작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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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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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그가 겪은 어마어마한 시간의 밀도를 알기전에는... 그러나 타인의 성급한 판단을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시간을 나의 언어로 다시 말하거나 쓸 필요가 있다.등장인물들이 어디서 만났거나 스쳐갔거나 혹은 나일 수도 있어 조금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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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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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관계들

혼자 살아가며 나이 먹어가는 사람들

사회 시스템과 볍의 필요성

돌봄을 개인에게 맡겨버리는 현 상황의 여러 가지 문제들

 

우리사회에서 가장 작은 사화 단위를 가족으로 본다.

개인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이 모여 가족을 이루면 비로소 우리 사회의 가장 작은 단이가 된다.

서회 시스템을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실 그동안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왔지만 후기 자본주의에서는 개인이 중요해졌었다.

집단이 아닌 개인주의가 많아지고 당연해지면서 그렇게 사회가 변해간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페데믹을 겪으면서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고

가족이 서로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재난지원금이 가족단위로 지급되었고 개인의 행동은 모든 것이 막혀 있었다.

가족이 모든 상황에서 만능키였을까

 

그 기간동안 가정폭력은 더 많아졌다

집이 잠을 자기 위해 돌아가는 공간이었을 뿐이었던 사람들은 갈 곳이 없었다.

집을 나오는 순간 어디에도 머물 곳이 없었다.

가족이 없는 사람 가족이 없는거나 다름 없는 사람 가족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혼자 살 때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플 때 어떻게 할까 하는 문제다

혼자 죽을만큼 아플 때 연락할 사람이 있을까> 나를 위해 달려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수술이라도 하려면 가족이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함꼐 사는 친구도 연인도 공동체 동지도 아무 것ㄷ 할 수가 없다.

수술할 때 보호자의 동의서를 받는 관행은 이미 2007년도에 대한병원협회에서 공분을 보내 보호자의 수술 동의서가 없다고 환자의 수술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면 의료법의 진료 거부 행위에 해당해 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직계가족인 보호자를 찾고 동의서를 요구하는 관행은 여전했다.

이 관행은 1인가구 동성커플 등 소위 정상가족의 틀을 벗어난 사람은 실제 일상을 함꼐 하는 이가 실질적 보호자가 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이는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 조건이 사회에서 쳬계적으로 무시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뜻하기도 한다.

 

오래 아프게 되면 누가 나를 돌봐 줄까

돌봄은 가족이 전담해야 한다는 통념을 벗어나 바깥의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는 돌봄의 관계망을 주목한다.

돌봄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고 월차나 주말을 구성원을 돌보는데 사용하는 일종의 상호부조의 모임이 있다. 돌봄은 간병등 전문적인 도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체활동 보조와 위생관리이외 아픈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밥을 먹고 병원을 가고 산책을 하고 남겨진 반려동물이나 식물을 돌봐주는 것 등 다양하다.

 

단순하게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치료를 받고 수술을 한다는 등 단순하게 생각하다 보면 아픈 몸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 모르게 된다. 모르면 아픈 이에게 점점 더 공감하기 어렵고 정상을 자꾸 요구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함께 병원을 가는 것 이상의 수준을 위해 공부를 해야한다.

서로의 몸을 봐주는 것 서로에게 신세지는 것을 받아주고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혼자 오래 살아온 솔로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아니 이건 솔로뿐 아니라 가족이 있어도 어렵다. 가족은 당연히 나를 돌봐주야 한다는 마음을 솔직히 여자들은 갖기 쉽지 않다.

내가 아프다는 사실이 죄책감이 되고 나의 병으로 인해 다른 가족구성원의 일상이 엉망이 된다는 사실에 점점 내 아픔은 뒷전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나의 아픔은 숨기고 남에게 폐끼치는 상황을 극도로 꺼리게 된다. 남에게 무엇인가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거나 부탁하는 일은 어렵고 싫어서 어지간하면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 마음은 내가 남에게 부담을 주고 페 끼치는 걸 실ㅇ허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 나에게 폐를 입히는 상황이나 부탁하는 것 혹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을 꺼리게 된다.

사실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타인이 나에게 기댈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 혼자 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솔로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솔로가 되어버리는 순간이 늘 존재한다. 가족이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는 것도 아닐 것이고 내가 나이 먹어 다른 가족이 먼저 사망할 수도 있고 멀리 떠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이고 지금은 입에 든 음식도 빼서 넣어줄 수 있는 가족이더라도 나이가 들고 서로 서먹해지기도 하고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나는 내 가족에게 당당하게 폐를 끼치고 그들이 나에게 의지하는 순간을 주저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자신이 없다.

결국 사람은 서로 꼴을 봐주고 폐를 끼침을 주고 받는 연습을 해야한다.

 

사실 가족을 이루고 사는 성인도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성인들이 만나 가정을 이루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은 언제든 쉽게 와해되고 무너질 수 있는 구성이다.

가족이라서 서로 의지가 되고 든든한 보금자리이기도 하지만 솔로들 못지 않게 가족들도 언제나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부양이라는 모두 가족의 몴으로 돌아가는 지금 그 무게에서 도망가고 싶은 구성원도 있을 것이고 더 이상 책임지고 싶지 않거나 자식에게 부모에게 짐지우고 싶은 가족도 없을 것이다.

돈이란 솔로도 필요하지만 가족안의 여성들도 필요하다.

가족이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줄지 알 수 없다.

비관적이고 너무 부정적이지 않냐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가족이니ᄁᆞ 서로의 역할이 있고 해야할 일이 있겠지만 그 역할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가족이라고 꼭 해야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의무와 관계가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없는 부담이거나 갖다버리고 싶은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행리 현상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상태를 존엄이 훼손된 삶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인간의 존엄이 생리 현상과 위생으로 좌우되는 그렇게 하찮은 가치일까?

치매에 대한 공포와 대안으로 안락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 배후에는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 생명과 없는 생명을 구분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

안락사를 원한다는 거침없는 생각이 어쩌면 마음 속으로 은근히 인지증이나 다른 질병 등으로 자기 결정권을 잃어버린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보는 사고방식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아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어떤 것들은 치매로 인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전의 삶의 흔적들을 가진 몸의 사소한 행동들이 사실은 그 사람의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사람의 몸은 그저 손상된 뇌를 담은 그릇이 아니다.

누군가를 하나의 인격 또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인지능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그 사람에 대해 , 그리고 그 사람과 내가 주고받은 제스터들에 대해 내가 기울이는 관심 무의미해보이는 그 사람의 몸짓들이 의미를 갖게 하는 관계와 돌봄의 제스쳐들이다.

 

노년의 상호 돌봄에 대해

서로서로 견디는 힘만 있으면 다른 건 해쳐나갈 수 있어요 누군가를 견디지 않고 가능한, 그렇게 아름답기만한 관계가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그런데 좋으니까 견디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좋으니까 견디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ᄁᆞ 좋으니ᄁᆞ 그만큼 어떤 부분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거죠 누군가가 나를 감당해 주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이 공동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혜진의 가장 완벽한 케이크의 맛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내가 친구의 부탁을 아무말 없이 들어주게 되는 것 절대 다시는 그 부탁을 들어주징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자꾸 마음이 불편해서 그냥 들어주고 돌봐주는 주인공이 그 친구 역시 나를 봐주고 말하지 않고 견디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 결국 관계라는 건 서로가 알게 모르게 기대고 의지하고 이익을 취하고 손해를 입히면서 이어가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하지 않는 것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그 마음이 결국 관계를 계속 이어가게 만든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들 , 오늘은 꼭 해야겠다고 결심한 말들을 결국 하지 않음으로서 그 관계가 다시 이어지고 새롭게 보여지는 그순간을 누구나 경험한다. 말하지 않기를 잘 했고 내가 견뎌주기를 잘 했고 감당할 수 있어 다행인 관계들 글격 우리가 살아가는 건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가족들 사이에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도 필요하다. 따박따박 따지고 물어보고 확인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냥 모른 척 넘어가고 손해보는 시간도 함께 필요한 것이 사람사는 모습이다.)

 

 

현재 가족의 모습도 다양하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한데 재도나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정상 가족모델은 여전히 존재하고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는 여전히 개인이 아니고 가족이다.

가족이 족쇄인 사람이 있고 가족이 그늘인 사람도 있다.

버리고 싶은 가족도 있고 병풍이라도 있어만 주면 좋겠다는 가족도 있다.

서로 다른 욕구가 있고 상황이 있고 관계가 있다.

조금씩 지금 변하고 있는 중일까

 

사회복지나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혼자 나이를 먹게 되더라도 가족과 함께 나이를 먹게 되더라도 생각해야할 것들이 많이 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그저 자녀들이 돌봐주고 뒷방에서 그렇게 잊혀져 가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면 가족이 있거나 없거나 노년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나는 나이고 여전히 욕구가 있고 취향이 있고 내일의 삶을 계획하고 기대한다.

우리 사회에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그리고 우리 생각이 어떻게 변해갈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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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케이크의 맛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혜진 지음, 박혜진 그림 / 마음산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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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맛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와 함꼐 먹었던 그 맛이 완벽했다면 그 맛만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

내가 경험했던 것들 내가 너에 대해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

그래서 너에게 꼭 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을 수도 있고 순간 떠오르는 걸 그냥 내뱉을 수도 있지만 

늘 이야기는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다시 이곳으로 흐르고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이 흘러가면서 우리는 더 잘 이해하거나 그 입장에 대해 공명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처받고  마음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그냥 나는 내 생각을 내 감정을 말하고 싶었는데

지금 꼭 전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야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들은 공간을 이동하면서 상대에게 닿는 순간 다른 의미가 겹쳐진다.

그건  그사람의 감정이나 입장의 문제이니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나는 전달했고 너는 받든 말든 알아서 하라...

이건 대화가 아니고 소통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 그렇게 내 마음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다.

상대에게 가 닿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힘을 발휘하고 어떻게  스며들지 그건 말을 한 사람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서로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건 쉽지가 않다.

단 한마디 말때문때 삐긋하기도 하고 무슴한 행동이나 늘 하던 버릇들이 그냥 순간 큰 덩이리가 되어 꽉 막아버릴 수도 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갖는 서먹함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것들 모르지만 굳이 물어보거나 맞춰보지 않은 행동들

불편한 가족의 망문에 대한 마음을 조그맣게 내놓는 그 순간

다 알고 있따고 믿었던 가족들의 다른 모습들 그러나 이해되는 알 수 없는 익숙함들 

책속의 이야기들은 

오랜 친구사에에 나못지 않게 상대도 참아내고  그러려니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

익숙해서 서로를 더 몰랐을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관계에서도 뭔가 작은 연결점을 찾아낼 수 있음을 소소하게 보여준다.

이 이야기들은 어쩌면 관계라는 것이 소통이라는 것이

서로의 속내를 뒤집어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적당이 모른 척하기도 하고 해야할 말들을 꿀꺽 삼키기도 하면서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조금 느어서 무뎌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그 지점까지 모두를 아우른다는 걸 보여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꿀꺽 삼켜야 하는 말의 수만큼 

용기내어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말들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그건 늘 어렵다

늘 고민해야하고 다시 되돌려봐야 하는 일

나이 먹어서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나이 들억아며 배운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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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절에 버리러 트리플 17
이서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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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이야기

세상에 많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있다.

왜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보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더 많을까

아들은 아빠를 넘어서야 한다고들 한다.

아빠를 넘어서는 순간 아빠를 극복하는 순간 어른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아들은 아빠를 떠나 자신의 길을 떠난다.


그러나 딸은 언제나 엄마 옆에서 엄마를 돌본다.

멀리 떠난 딸은 다시 돌아온다. (바리데기)

딸이 멀리 떠난 이유는 늘 가족 누군가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빠의 눈을 뜨기 위해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이도 딸이고

자신을 버렸던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먼길을 떠나 자신을 버린 바리데기도 딸이고ㅗ

리어왕을 마지막까지 붇틀고 있던 막내딸도 있다. 

(어쩌면 리어에게는 세 딸이 아니라 두 아들과 딸이 있었을 수도 있다.)

오빠들이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  입을 꾸욱 다물고 엉겅퀴로 옷을 지엇던 공주도 있다.

딸이나 여동생들은 언제나 가족을 돌보는 역할이다.

늘 돌보던 딸과 여동생들은 결혼을 해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다시 돌본다.

그들을 돌봐주는 건 다시 딸이다.

아들만 있는 집 엄마가 불행하다고 우스개처럼 하는 말은 결국 돌보기만 하고 나를 돌봐줄 딸이 없다는 데서 오는 불행이다.

딸이 엄마에게 친구같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엄마에겐 딸 아닌 누구도 없다는 말이다.

엄마가 딸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딸이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어야 한다.

엄마를 돌보고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딸은 가족에게 발목잡히고 가족을 떠날 수 없다.

길을 떠나려는 순간 죄책감이 또 발목을 잡는다

나쁜 년 저만 아는 년이라는 비난을 함께 짊어지고 길을 떠난다.


딸에게는 그런 돌봄의 유전인자가 뼈에 박혀있는 것일까

딸은 그냥 보통의 딸이 되거나 나쁜 딸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소설 속의 딸들은 나쁜 딸이 되기로 한다.

아버지 병시중을 들어야 하는 삼각관계에서 누구도 빠질 수 없다. 돈을 버는 내가 도망갈 수도 없고 돌봄을 맡은 엄마가 도망가서도 안된다. 다만 아빠가 죽으면 된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그런 아빠는 참 오래도 버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모든 돌봄이 끝난 것 처럼 말한다.

나의 돌봄은 나의 인생계획에 없던 일처럼

엄마는 절로 떠나려고 하고 딸은 엄마를 절에 버리기로 하지만

너무나 눈치가 빠른 스님때문에 실패한다.  아니 실패하기로 했다.

엄마는 늘 딸이 멀리 훨훨 날아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딸은 쉽지 않다.

서로 그 마음을 뻔히 알아서 돌봄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두번째 딸은 로맨스 소설을 쓴다

그리고 엄마도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약하고 물러터진 엄마가 아니라 몸에 서 털이나고 몸이 변해서 늑대가 되는 그래서 모든 불의를 해결하고 강해지는 이야기를 쓴다.

그러나 그 이야기안에도 로맨스가 있고 달달하고 나긋나긋한 관계들이 있다.

딸은 엄마를 그냥 엄마로 봤지만 엄마 역시 뭔가 꿈꾸는 소녀였고 여자였고 동시에 길거리에서 잠드는 그냥 아줌마이기도 하다.


세번째 딸은 아픈 엄마를 돌보는 딸이다.

돌봄이 너무 힘들어   변칙을 써서라도 뭔가 지원을 받고자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엄마가 너무 무겁지만 버릴 수도 없다.

코로나때문에 근처 허름한 모텔에서 지내야 하는 일주일이 오히려 휴가처럼 느껴질만큼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부담스럽고 힘들고 도망치고 싶은 관계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와 된장찌게를 함께 먹는 순간 역시 가족의 일상이 된다.


사회는 발달한다는데 돌봄은 여전히 가족안에 머문다.

가족안에서도 돌봄을 맡는 역할은 늘 정해져 있다.

일이 없어서 수입이 없어서 그래도 니가 가장 편하다고 하니까.. 등등등...

일을 그만 두는 딸과 며느리는 당연히 돌봄의 역할을 해야하고

일을 쉬는 남편과 아들은 다시 일하기 위해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

물른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누구도 돌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발가벗고 울기만 하는 아기에서 태어나서 저 잘났다고 으스대며 살겠지만 

결국 총기가 떨어지고 노화되어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시간은 돌아온다.

사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가 누군가를 돌봐야 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겪는다.

그렇다면 돌봄 역시 가족에게  사적으로 맡기고 눈을 감을 일은 아니다.


이 문제는 공공의료 공공 복지의 문제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 이미.... 지났다. 


책은 재미있게 술술 넘어가지만 순간 멈칫하는 부분이 꽤 있다.

부모가 나이들어간다고 생각된다면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면

내 가까운 이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진다면....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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