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다리 흔들리는 바람 흔들리는 빨래 흔들리는 암실의 액체
흔들리는 마음..마음.. 마음
영화는 음악이 없었던거 같다,
너무 고요해서 깜빡 졸거 같았다,
나오는 사람도 단출하다
타케루와 미노루형제 그 윗대인 이사무와 오사무형제
누군가는 고향에 남아 고향을 지키고 누군가는 타지로 떠난다,
남은 이는 자유롭게 훌훌 떠난 이가 부러웠고 혼자 고향에 남아 모든 걸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떠난 이는 자기가 고향으로부터 팽개쳐졌다고 믿는다,
너는 떠난 이였다,
고향에 남아 아버지의 주유소를 함께 경영하는 형은 남아 있는 이였다,
도회지에서 패션사진작가로 성공했지만 어쩌면 너의 마음속에는 큰아버지 오사무처럼 내팽개치고 혼자 잡초처럼 살아남았다는 억울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 좋은 형은 속없는 형은 그저 아버지 그늘아래서 다만 아버지의 그 불같은 성정만을 받아주기만 하면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적당히 무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너는 고향에서도 늘 겉돌았다,
어머니 기일에 맞춰 모두가 상복을 입을 때도 너는 혼자 튀는 옷을 입었다,
어머니의 유물은 필요없었고 옛 여자친구도 처음엔 모른 척했다,
고향은 그립지만 지겨운 곳이고 나를 버린 곳이고 이젠 필요없는 곳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너에게 고향이란 적당히 때맞춰가야하는 곳 이상도 아닐것이다, 이젠 어머니마저 없으니 더 그렇다,
형이 마음에 두는 낌새에 어쩌면 순간 욕심을 부렸을 것이다,
여자친구였던 치에코에게 관심을 보이는 형
내가 갖긴 싫지만 남에게 주기는 더구나 형에게 주기는 싫었던 욕심에 너는 치에코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어쩌면 그 일이 발목을 잡을까봐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치에코의 방에 있는 너의 사진집이 어떤 집요함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함께 놀러갔던 계곡에서 너는 무엇을 보았을까
흔들리는 다리위의 형과 치에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재판진행중 변호사인 큰아버지에게 노상 말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는 너의 말은 과연 진실이었을까
너는 형제간의 우애로 형을 도와주는 것이고 순수하고 착한 형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믿었고 형은 결백하다고 믿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순간까지는 형도 너에 대해 그 착하고 순박한 표정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형이 치에코를 밀었는지 떨어지는 치에코를 잡지 못했는지는 정확히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니 형 미노루도 모를지 모른다,
그 찰라의 순간 나는 치에코를 잡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대로 떨어지기를 바랬을까
내가 손을 내밀어도 내 의지가 없는 거였으면 내가 민것이나 다름잆을테고
내가 차마 손을 뻗지 못해도 마음이 다했다면 그건 노력한 것일테니까
어쩌면 미노루도 모르는 마음을 너는 진심으로 믿었을까
구치소 면회시간에 형을 만나면서 형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너도 변했다,
치에코가 술을 마지시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형
내가 그 날 밤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던 형
형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너가 내팽개쳐진 것이 아니라
너는 모든 것을 형에게 얹어주고 자유롭게 탈출했다고 형이 믿고 있다는 걸 알았을때
형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이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말할 수 없었던 그래서 여태 말하지 않았던 말들이 오가고 드러났을 때
너는 다른 것을 기억한다,
그 날 그 다리위에서 나는 떨어지는 치에코를 보았다,
그리고 손을 내밀지 않은 형을 보았다,
누구나가 알듯 너가 있던 그 곳에서는 형과 치에코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너는 너가 본 그것을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가 본 것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 장면의 의미는 달라져버렸다,
형이 차마 구할 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일부러 구하지 않았다, 밀지는 않았을지라도 구하려고 들지도 않았다고 그 사실이 다른 진실을 가진다,
그게 형을 위하는 길이라고 너는 법정에서 말한다,
사실을 말하고 진실을 알려서 형이 다시 좋은 형으로 돌아오라고....
그리고 7년이 흘렀다,
이제 바람부는 고향에서 늙은 아버지는 빨래를 널고 빨래를 걷고 애를 쓴다,
너는 아마 그동안 고향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떠났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찾아온 주유소 직원에게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형의 출소일에 가지 않겠다고
여전히 형이 다시 주유소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그 직원을 보면서
아직도 형이 모든 것을 가진거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빼앗긴건 형이 아니라 너라고...
그러나 우연히 보게된 어머니의 유품
그건 어린 시절 그 계곡으로 놀러갔던 가족의 모습이었다,
환등기속의 어린 너와 어린 형은 너무 다정했다,
나는 너무 겁이 많아서 흔들다리는 건너지도 못했지
그런데 타케루는 어려도 용감하게 건넜는데 나는 건너질 못했다고
형이 그 날 치에코에게 말했었다,
그런데 환등기속의 어린 너와 형은 둘이 손을 꼭 잡고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형은 한손은 너를 잡고 한손은 흔들다리의 난간을 꼭 잡고 한발 한발 너랑 건너고 있었다,
내게 꽇을 주고 손을 잡아주고 웃어주던 먀냥 좋아 보이던 형이 그때도 그랬었다,
너는 그 장면을 보고 왜 울었는지 나는 모른다,
짐작은 가지만 그게 틀렸을 수도 있다,
너는 너가 보고싶으 대로 보이는대로 보았고 그렇게 말했다,
세상사는 인간관계는 사진처럼 사물이 객관적을 적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어서 어떤 사실을 인지해도 결국 내가 가진 감정과 그 상황에서의 감각들 빛과 바람 냄새와 공기에 따라 다르게 저장한다,
사실은 내게로 와서 내가 걸러내고 첨가한 상태로 저장된다,
사람들은 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른다,
내가 보았으니 사실이다,
그러나 아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속의 상황은 아무것도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마다의 진실일 뿐이다,
너는 어쩌면 그걸 알았을 것이다, 똑똑했으니까
사진을 찍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모른 척했다, 아니 그땐 그렇다고 믿었을 것이다,
진실은 형이 손을 내밀지 않은 것 그래서 치에코가 사망한 것이라고....
그것이 사실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형이 그 순간 치에코를 미워하고 너에게 질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사실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도 가끔 착각을 한다,
내가 보았고 내가 들었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므로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기억한다고...
그러나 가끔 나도 나를 믿지 않아야 할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내 모든 기억을 뒤엎고 누군가를 그대로 믿어주어야 하는 순간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내마음이 그의 마음이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고
너는 내게 말해주고 있다,
덧붙여
이 영화는 오다기리 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