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때 문예반이었다. 글을 잘 썼다거나 쓰는 걸 좋아했다기 보다 그냥 얼떨결에 들어간 특별활동반이었다. 막 중학교에 입학한 아직은 어리버리한 상태였고 책은 곧잘 읽었지만 글을 쓰는 건 경험이 없었던 그 때
시를 쓰는 것에 대한 수업이 있었다. 담당선생님은 몇학년인가를 맡았던 국어과 여선생님이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한 말을 다 기억할 수 없지만 최고 가수였던 조용필의 노래를 가지고 했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한다.
창밖의 여자 가사를 언급하면서 그렇게나 저질스러운 글은 본적이 없다는 그런 뉘앙스의 말을 했던 기억이다. ."그대의 흰손"이라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이건 뭐 병실안에 기브스한 손도 아니고 무슨 창밖의 여자를 훔쳐보며 그여자의 흰손이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유치하고 말도 안되는 것도 노래가사라고 불러댄다는 그런 뉘앙스였던거같다. 뭐 아주 심하게 욕을 하거나 한건 아닌데 아직 내게 남은 기억은 그 노래를 심하게 헐뜯는 투도 아니고 조근조근 안정감있게 이야기하는 톤으로 그렇게 가사를 잘근잘근 분석하고 씹어대는 게 참 놀라웠다.
당시 나도 조용필이라는 가수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그때는 지금처럼 가왕의 위치도 아니었던 가수였지만 나는 그 노래가 아니 그 가사가 그렇게 유치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거다. 그냥 조용필의 노래구나 이런가사구나 하는 생각만 했던거 같다. 하긴 겨우 중학교에 입학한 13살 짜리가 사랑과 이별의 슬픔이나 그 절절함 안타까움을 알 수 없는 것이고 어찌보면 유치한 오만감으로 조금 가사가 유치해보였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 선생님의 창밖의 여자 가사에 대해 언금한 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지금까지 조용필의 그 노래가 나오면 그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여선생님의 그 말투는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문예반에서 난 글을 거의 못쓰고 1년을 마쳤지만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가요톱텐에서 일등을 몇번을 했던거 같고 열성적인 내친구는 오빠를 부르며 그 노래를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어제 나는 가수다에 조용필이 나왔다. 그리고 창밖의 여자를 어떤 가수가 불렀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던가... 그대의 흰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그렇게 노랫말이 흐르는데 참 아픔답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 그 선생님이 틀렸다는 생각이 명확하게 들었다. 나도 시는 잘 모른다 시집을 읽고 좋아하기는 하나 좋은 시라는 것 어법에 맞는 교과서적인 시가 어떤건지 모른다. 학창시절 그냥 시험때문에 분해하고 쪼가리를 내며 암기했던 시들을 지금 얼핏얼핏 들으면서 참 아름다운 시였구나 하고 다시 느끼기도 하지만 시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선을 건드리고 뭔가를 느끼게 하고 위안을 주는 것 그건 좋은 시라는 건 안다. 그렇다. 조용필의 노래가 무먼가 유치하고 비유도 천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순간 내 감정을 건드리고 위안이 되고 눈물이 난다면... 그 이상 좋은 가사는 없고 노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시라도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지 못하고 아니 알지 못하고 사라지는 그런 안타까운 시부다 차라리 누구나 부르고 들을 수 잇는유행가의 가사 일부가 내게는 더 좋은 시다. 그대의 흰손이 주는 여리고 안타까운 느낌... 그걸 노래를 통해서 내게 느껴지게 한다.
유행가 가사가 주는 위안 혹은 소소한 감동은 시 못지 않다는 걸 그래서 뭐가 더 높고 낮은 건 없다는 걸... 그때 선생님께 말해드리고 싶다.
그대의 흰손이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