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을 받아놓고 계속 노려보기만 했다. 첫 장을 넘기고 읽기 시작했으나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었다. 자꾸 같은 문장을 반복하게 되고 좀처럼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덮어놓고 다른 것들을 먼저 해치우고,, 그리고 늦게 손을 잡아든다. 이전 사놓고 읽지 못하던  작가의 자전거 여행을 다시 읽으면서 그제사 그의 미사여구 없이 단정하고 깔끔한 문체의 맛을 알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을 미쳐 다 읽지 못하고 다시 남한산성을 들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했다. 남한산성에 꼭꼭 숨어서 하릴없이 견디기만 하는 인조와 조정대신들이 남같지 않았다. 청이면 어떻고 명이면 어떤가 어짜피 우리가 아닌 남을 사대해야하는것 자체가 치욕이 부끄러움인것을 무엇이 도리이고 무엇이 오랑캐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고로 왕이라고 하면 아니 지도자라고 하면 백성들을 살피고 이끌고 그들이 겪어야 할 곤궁을 최소화하면서 지켜주어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게다가 세상은 바뀌고 있었고 명은 쇠약하고 청은 강대해지고 있는데.. 무엇이든 어떠한가 스스로의 실리는 살피는 것 그리고 스스로 자존하는 길을 모색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답답한 임금은 그렇게 성에 머무르면서 시간만을 견디고 혼자 고뇌하고 슬프한다. 그동안 백성들은 죽고 다치고 배반하는데... 그저 혼자 서글프고 힘들다.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한 건 바로 그 답답하고 찌질한 왕이 나랑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저 혼자 견디고 내가 제일 아파.. 하고 세상을 향해 응석부리고 종주먹이나 날리면서 숨어있는 사람.. 그게 나라는 생각이 자꾸든다. 청의 칸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저렇게 꼭꼭 숨어서 도데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하는 것 그게 바로 나 스스로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기분이랄까.. 

인조도 결국 남한산성을 떠났다. 그게 치욕이고 굴복이더라도 그렇게 발걸음을 내디뎌버리자 다시 시간이 흐로고 세상으 흐로고 사람들이 숨을 쉰다. 나도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시점이다. 그렇게 내가 지은 성안에 숨어서 주위사람들을 무기삼아 고뇌하고 견딘다고만 할게 아니라.. 그냥 발을 내디딜 용기가 필요하다. 설령 그 앞에 치욕이 두려움이 부끄러움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면서 견디어야지 그냥 웅크리고 견디기만 하면 서날쇠의 독에 묻어있는 똥물처럼 그렇게 독기만 올라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질 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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