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의 "낯술"을 낭독으로 들으니 술냄새가 나는 거 같다.
막걸리 소주 이과두주가 뒤섞인 냄새가 공기속에 흐른다.
낯술의 장점은..
끝을 정하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낮에서 시작해서 밤까지 끝을 모르고 달릴 수도 있지만
짧은 틈에 강하고 짧게 혹은 한 점처럼 누구도 모르게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것이 낯술이다,
남들은 하루를 살아가는 시간을 나혼자 뚝 잘라서 햇살 아래서 마시는 낮술은 쉽게 취하지도 않는다
낮술은 애미애비도 못알아 본다고 하지만 짧은 시간을 잘라서 단시간에 마시는 낮술은 초각성상태로 마시는 거라 쉽게 취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다. 내가 낮술을 마셨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 라는 마음으로 마시는 낮술이어서 그렇다.
이렇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순간이 동시에 낮술의 순간이다.
풀어지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누구에게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충돌하는 순간 그래서 오히려 더 쨍한 마음으로 마시는 낮술이다,
이야기 속에 주인공들은 우연히 낮에 막걸리를 마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낮술을 익히고
낮술을 마시는 단골 장소가 있고
혼전 임신을 알고 낮술을 마시던 골목들을 돌아보고
아이가 정학을 맞았을 때 하소연할 친구를 그리워하며 중국집에서 잡채밥과 이과두주를 마시고
마지막엔 산더미같은 파전을 앞에두고 와인 글라스에 막걸리를 따라서 마신다,
아버지가 죽고 아이는 학교를 땡땡이 치고 혼자 집에 숨어들어 먹다 남은 떡볶이와 맥주를 마신다.
제목보다 덜 나오는 낮술 장면들이지만
그 순간의 낮술을 마시는 상황들은 충분히 이해했다.
낮술을 차라리 독한 술로 짧게 끝내거나
식사대신 막걸리로 배를 채울 수도 있고
가볍고 부담없는 캔 맥주로 시간을 떼울 수 있다.
쓸쓸하고 외롭고 그러면서 동시에 오기가 생기는 마음이 낮술의 안주가 된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동시에 누가 보던지 말던지 하는 마음이 함께 알콜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간다 안주는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비오던 일주일이 지나고 간만해 해가 쨍한 지금
밀린 빨래를 베란다 가득 널어놓고 그 아래서 낮술 마시기 딱 좋은 날이다.
지금 들은 윤성희의 낮술은 신의 한수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