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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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내 몸을 통과한다, 그 책이 통과한 후 나는 그 이전의 나와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사실 나는 여전히 늘 제자리이고 그 모양 그 꼴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고 무엇을?  어떻게? 왜? 늘 질문을 하며 읽었어야 했다,

늘 비슷한 책들 내 취향에 맞는 내가 소화시킬만한 양념이 듬뿍들어가고 연하게 숙성시겨서 입에 맞게 잘 잘라놓은  책들만 읽었다,

물론 사이사이 나름 독서근력이 필요한 책들도 읽었지만 그냥 읽었을 뿐이엇다,

읽는 동안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고 입에서 반사적으로 욕이 나올 때도 있었고 몸이 떨리는 내가 정말 무지하구나 하는 쨍한 두통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예전의 나였다,

처음 어딘가에 잘못끼워진 단추가 분명히 하나가 있는데 쓱 보기에 아무렇지 않고 멀쩡해보여서 그냥 계속 단추를 채워나갔는데 순간 마지막 구멍이 하나 남거나 단추가 하나 남은 꼴이었다,

나름 열심히 읽었는데 열심히 알게 되고 느꼈고 배웠는데 나는 여전히 나다,

 

 

생각 좀 하고 행동해~~

아이들에게 혹은 덜렁대거나 실수를 하는 사람에게 쉽게 하는 말이다,

생각을 하고 예측을 해서 행동하라 그래서 실수를 줄여라  아니 없애라.. 뭐 그런 의미겠지만

책을 통해 나는 이제 행동하고 생각하라,... 를 더 믿게 되었다,

자꾸 생각만 하고 계산하고 미루어 짐작하고 나면 행동을 해야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혹은 계속 불안하고 아직은 아닌거같다는 주저함만 남을 때가 있다,

생각이란 사건이 터지고 모든 일이 과정을 넘긴후에 되돌아보고 원인과 결과를 규명하고 그 의미를 찾는 일일 뿐이다, 늘 사후 약방문같은 거고  일 처리후에 남기는 보고서같은 것이다,

물론 미리 생각을 하고 계획을 하는 것도 있지만 정돈된 이론이나 관념은 늘 뒤에 따라오는 거였다.

내가 경험하고 행동하고 저질러보고 돌아보는 과정이 내게는 필요했다.

늘 준비하고 준비하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 챙겨야 할것들의 목록은 마법의 두루마리처럼 끝이 없이 계속될것만 같고 이대로 일단 저지르는 건 누군가 등쳐먹는 일이거나 사기치는 일같다는 스스로의 검열만 계속하고 있었다,

아직은 부족하다,

아직은 배가 고프다,, 뭐 그런 말만 되내이면서 계속 생각하고 준비하고 또 생각하고....

배가 덜 찼어도 옴직일 수 있고 부족한 건 하면서 혹은 살면서 채워도 되고 덜 채워진들 어떠하랴 하는 마음을 마흔이 넘어 쉰을 바라보도록 갖질 못했다,

그런 처지에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는 턱없이 높아서 왠만한 변화나 발전은 변화도 발전도 아니라고 생각하다보니 늘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고 배고픈 가오나시처럼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이름도 얼굴도 없이 끝없이 채워야 할 것들의 목록만 쥐고 있다,

내게 책 읽기는 계속되는 목록을 작성하는 일이지 이 이상의 무언가는 아니었다,

 

 

저자의 독서목록에서 내가 읽었거나 들어본 책은 열손가락을 채 꼽을 수가 없다,

대부분이 처음 듣는 책이었고 이런 책도 있나? 이런 주제의 책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무지한 끄덕임만 계속되었다,

몇권의 책은 장바구니에 넣고 몇권은 끌리긴 하지만 내가 읽을 거 같지않기도 했고 몇권은 나도 읽었지만 전혀 다른 감상이었고 ... 그랬다,

처음엔 말랑말랑한 문장들도 보여서 뭐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고 자만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파이이야기> 는 나도 꽤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라 좀 더 느낌이나 생각을 듣고 싶었는데 그저 리처드파커와의 이별을 통해 저자의 상실감을 이야기해서 조금 실망이긴 했지만 다른 글들에서 나도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참 잘 정리하고 표현했구나 싶은 문장들에 샘도 나고 그랬다,

연재를 했던 글이라 쓸 때의 감정이나  상황등이 제각각일테니 어떤 글은 너무 과잉된 감정이 보이고 어떤 글을 필사를 하고 싶을만큼 완벽하게 좋았다, 아주 잘 쓴 글 이라는게 사람마다 다른 거지만 아주 잘 쓴 글..이란 말이 주는 매끈함은 없지만 투박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파도치는 감정들이 모두가 절실하고 솔직했다, 투박할 때도  이게 뭐지 싶게 툭 끝맺음이 있기도 했지만 글은 경험하고 말하고 듣고 생각하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고  나름 자기가 찾은 자기의 답들이었다.

 

어릴 적 나는 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어른이 되고싶었다,

누구의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을 해내고 상대 코를 납작하게 해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 억울하고 이게 아닌데 싶은 일들이 참 많았는데 그 순간 말로 표현할 길이 없고 하룻밤을 자고 나면 그 일들이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는게 너무 답답하고 억울했었다,

부모의 말이라고, 어른의 말이라고 모든 것이 옳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반박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부들부들 떨리면서 잔뜩 약이 오른 모양으로 소리만 꽥꽥 지르는게 전부였던게 어린 맘에도 참 창피하고 분했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그런 마음도 책읽기의 한 시작이 되었던거 같다,

그러나 읽어도 읽어도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았고 점점 내가 알게 된 것은 나는 모르는게 많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입을 다물었다,

따지기 좋아하던 꼬마는 말없는 사춘기를 지나고 말없는 성인이 되었는데

속에는 말이 부글부글 끓어넘쳤고 그게 한쪽으로는 열등감도 되어허 누군가  몇 마디 하지도 않은 내 말에 딴지를 걸거나 내가 미쳐 표현하지 못한 언어들을 유창하게 드러낼때 바글바글 속만 태웠다, 나 내가 저랬어야 했는데,,.. 저건 내 생각이고 내 언어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몇번을 경험하고 넘어지고 상처받으면서 나는 점점 입을 닫고 책속으로만 들어갔지만

어려운건 이쪽으로 치우고 위험한 건 저쪽으로 치우고 맘에 안드는건 던져놓으면서 내 취향 내 수준에 맞는 독서만 게속이어갔다,

누군가가 권하는 책 누군가가 읽고 좋다는 책을 몰래 아닌척 읽으면서 왜 나는 좋지 않을까 왜 나는 이게 이해가 안되지? 그런 사소한 문제에만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 정작 책을 제대로 마주하려고 하는 태도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책이란 누구에게나 같은 내용을 보여주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고 그렇게 제각각 다른 책이 된다, 그걸 나는 몰랐다,

타인이 알아낸 것 타인이 느낀것 타인이 감동한 것을 나도 똑같이 알지도 느끼지도 깨닫지도 못해서 늘 동동거렸다,

저 사람은 저런 책도 읽어내는데,. 나는....

오랜 독서기간의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누군가를 따라하고 흉내내고 질투하면서 보냈었다,

차라리 누군가 한 사람읨 모텔을 놓고 따라하는 책읽기라도 했더라면 나았을까 싶게

마음만 급해서 이사람 저사람 마구잡이로 흉내내고 따라하다가 제풀이 지치곤 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선명해지는 건 여전히 내가 알지 못하는것이 많다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내가 아는 부분은 극히 일부이다,

그 때문에 조급하고 불안하기만 했다,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정말 내가 아는 것이며 그것을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고 내 것이 되었는가를 생각해야했다,  책이 누군가 타인에게 다다르는 길과 나에게 다다르는 길이 다른 건 당연하다,

내가 경험하고 생각하고 만났던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 내 감정 내가 했던 실수나  결과은 오롯이 내것이어서 그런 단하나의 내가 만나는 책은 또 다른 단하나의 타인이 만나는 책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나는 나름 괜찮게 책을 읽어왔던것일 수도 있다,

세상에 단 하나 내 방식으로 읽었던 것이고 그걸 굳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안달할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정희진처럼 읽기"는 내게 그걸 말해줬다,

계속 너의 방식으로 읽어라 대신 너의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라,,

읽을수록 불안하다는 건 읽을수록 겸손하다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마음이다,,)

읽고 함께 나누는 일 그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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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1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북플에 접속하면 관심 있는 책들을 많이 알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 취향과 거리가 멀고, 읽으려고 해도 다른 책에 눈길 가느라 읽지 못합니다. 선호하는 취향에 맞는 책을 읽을 때가 마음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