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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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나나 나기의 이야기

 

사랑이 넘쳐서 애자인 애자는 사랑하는 남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후 삶을 놓아버린다.

이미 사랑을 잃은 애자에게 남은 건 하나도 없는 셈이다.

그녀는 그대로 삶을 방치한다, 그의 삶의 일부였던 두 딸 소라와 나나 역시 그녀 곁에서 방치된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죽음 같은 삶을 사는 애자 옆에서  소라와 나나는   이웃집 순자와 나기를 만난다,

기묘하게 생긴 방을 절반을 잘라 생활하는  소라 나나와 순자와 나기

소라 나나는 순자의 밥을 먹고  성장한다. 그리고 나기와 오누이처럼 함께 자란다,

 

성인이 된 소라는 단 한명 소라만 있는 소라부족이 된다,

그녀는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오롯이 소라부족이 되어 언젠가 그 소라부족이 전멸되는 날을 기다린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누구도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안으로 안으로 스스로도 버거워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

가시나무처럼 그 속엔 소라만으로도 가득해서 소라는 누구에게도 쉴 틈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이미 애정이 없어진 애자가 보이지 않기도 하고 좋은 걸 늘 골똘이 생각하지만 자신은 전혀 좋지 않다, 어릴적 집 벽에 붙었던 나방처럼 이미 말라버린 씨주머리는 남기고 사라진 나방처럼 그렇게 조금씩 말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라는 애정결핍이다, 애자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애자에게 요구할 수 없었다,

애자는  어느 순간 사랑이 매말라 버렸고 스스로가 바삭하게 말라서 스스로 허물어져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언니 소라뿐이지만 그녀도 언젠가 자신을 놓아버릴거라는 게 느껴진다,

나나는 외롭지만 아닌 척 한다,

예민하고 소심한 나나는 엄마가 죽어간다는 걸 눈치 채고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지 않은 방법을 알지만 스스로 잔인해지고 있다는 걸 몰랐다,

어린 짐승을 괴롭히는 일

그러나 어느날 나기를 통해 남의 고통을 모르는 괴물이 되지 않기위해 노력한다, 아마 노력했을 것이다,

모세를 만나고 아이를 가진다, 그리고 그의 가족을 만나지만 나나는 알 수 없다,

나나는 애정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어쩌면 도심에서 늑대소녀처럼 키워졌는지 모른다,

세상의 통념이라는 것 당위라는 것이 나나에겐 없다,

당연히 그러해야하는 것이 없고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궁금해하고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타인을 통해 그것을 얻어간다,

원시적이고 예민하지만 그래서 나나는 괴물이 아니다,

모세는 지극한 당위의 세계 사람이다,

그가 말이 없는 건 어쩌면 모든  세상이 당연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부부사이란 의당 그래야 하고 가족이란 저래야 하고 연애란 이러이러해야한다는 당위성속에서 행동하지만 생각이 없고 행동이 서툴다, 타인을 알지 못한다,

자기를 둘러싼 당위의 세계를 깨지 못하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나나가 이상할 뿐이다,

그래서 둘은 헤어진다,

 

나기는 이웃의 오라버니이고 친구이고 가족이다,

말없이 들어주고 나이보다 늙어보이는 미소를 가진 나기

어느 날 지기들 모자의 삶에 불쑥 끼어든 소라 나나 자매를 처음엔 곧 사라질 사람이라고 여겼다, 불쑥 왔다가 불쑥 사라지는 도깨비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자매는 도깨비를 무서워했고 생각보다 오래오래 그 모자의 삶에 끼어들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자매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고 함께 음식을 하고 함께 등하교를 하고 ....

그러나 나기에겐 이루지 못한 사랑의 기억이 있다,

아름다워서 사랑했던 대상에게 비웃음을 산 기억이 있고 죽도록 맞은 경험이 있다,.

그 사랑이 어떻게 되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하면서 독백처럼 편지를 쓴다,

언젠가 내 엎에 나타나기를... 그런 기다름을 나기는 자매와 함께 보낸다

누구에게도 기다림을 제 사랑을 말하지 않고....

 

그 세사람은 나나가 모세와 헤어지기 위해 싸움을 하고 나나 혼자 아이를 낳겠다고 겲심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제 단단한 삶의 껍질을 깨기 시작한다,

소라는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고 나나는 조금 세상과 함께 하기로 했고 나기는 언제나 그렇듯 좋은 미소로 함께 지켜줄 것이다,

자기 아이를 가질 일이 없을  나기는 나나의 아이에게 아빠같은  삼촌이 되어줄 것이고

손자를 가지고 싶어하는 순자는 좋은 할머니가 될 것이고

소라는 아이의 이모가 되어 바람막이가 될것이다,

애자는...우리의 사랑을 잃은 애자는  그냥 애자가 될 거 같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이 말이 가지는 무게를 몰랐다,

삶을 이어가겠다는 말.. 그럼에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애쓰겠다는 말

누군가와 관계를 하겠다는 말

타인을 이해하겠다는 말

그렇게 힘들게 자기를 고백하고 삶을 이어갈 것을 계속하겠다고 나나는 몇번을 말한다,

어쩌면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선택을 했을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괴물로 보일 나나가

삶을 어떻게든 계속해보겠다는 말이 그래서 어쩌면 든든하다

 

계속 하겠다도 아니고 계속 해보겠다니...

잘 할지 알 수 없고 깨질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해보겠다고 쉬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해보겠다는 말이 참 묵직한 울림이다,

 

문장에서 묘하게 리듬감이 느껴져서 이걸 낭독하면 더 좋겠다 싶었는데 낭독해 놓은 게 있다고 설명이 되어있었다,

누가 낭독을 했을지 궁금하다,

묘하게 끌리는 황정은 작가의 목소리로 낭독이 되었다면 참 매력적이겠다

낯선데 묘하게 끌리는 문장의 리듬을 따라... 끊어내지 못하고 주욱 계속 읽어나갔다,

 

대단치 않은 인간들

그럼에도 사랑스럽고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들

사랑하지만 어느 정도  삶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의 사랑

그렇게 스쳐지나갈 지 모를 당신 과 나

역시 지금 여기서 계속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나나와 소라와 나기처럼....

 

 

논어에서 공자께서 말하시길..

알고 저지르는 잘못과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중 무엇이 더 큰 잘못인가 하는 질문에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이 더 크다고 하셨다,

왜 그런지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잘못과 알지 못함 이 두가지의 무게가 더 크다는 거...

흔히 알고도 저지르는 잘못이 고의성이 있으니 더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잘못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잘못이란 모르는 것도 배워야 하고 잘못도 인지해야하므로 그런 것일까

가끔 보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본인이 그런 말을 했던 걸 기억한다,

자기들이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위안부 문제라거나  일제 강탈기에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배우지 않는다고 그저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얼마나 당했는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를 배우기 때문에 몰랐다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배우지 못해서  조상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했고

그래서 사과를 요구하는 다른 나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배상했고 이미 지나간 일에  왜 연연하는지...

무엇때문인지 알지 못했다는 말을 했었다,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배우지 못했다는 말은 기억한다)

몰랐다는 게 그렇게 모든 일에 면죄부가 되는 일이 아니다,

모세는 몰라서 나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자기가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다고 믿었고 그것이 세상의 상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의 상식이 없을지 모르는 나나와 소라는 어쩌면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우고 익히는 중이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들을 그 이면까지 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상식의 평범한 세상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이상하고 기이한  부류이겠지만 그들에게는 모세야 말로 이해할 수 없는 당위성 덩어리였던것처럼...

명절의 가족간의 단란함이 누군가의 희생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누군가는 당연하게 요강에 변을 보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씻어야 한다는 것

나의 새로운 아파트에 기왕이면 임대주택은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들에게도 복지는 주어져야 하지만 그건 내 바운더리 밖이었으면 좋겠고

당연한 모성과 당연한 엄마로서의 의무가 사실은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는 것

모든 것을 모른 채 당연하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세상은 균열하고 세상은 팍팍해진다,

세상엔 모세도 있지만 나나도 있고 소라도 있고 나기도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나의 계속해보겠다는 말은 어쩌면 이 세상의 당위에 대해 더 생각해보겠다고

좀 더 타인을 이해해보겠다고 그래서 적어도 괴물을 되지 않겠다는 소심하지만 강한 다짐처럼 들렸다,

모르고 그랬어...

그런지 몰랐어

이 말이 주는 아주 말갛고 청순한 폭력이 아직도 세상엔 많이 있다고

그래서 배워야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고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야한다,

아 ... 이건 이 책과 상관이 없는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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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1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도 크지만,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을 모르는 것도 큽니다. 이런 사람과 엮이면 고구마 두 세 개 연달아 먹는 기분이 들어요... ^^;;

푸른희망 2016-10-10 17:55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