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점에 갔다.

딱히 살 책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구경삼아 어떤 책이 들어왔나 보고 싶었다.

행여 내가 찜해둔 신간이 운좋게 들어왔을 수도 있고  내가 미쳐 생각지 못한 책을 발견할 수도 있을테니까..

책을 훓어보면서 내가 읽었던 것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보인다.

그리고 이제는 내손을 떠나 중고서점으로 보내졌던 책들도 있다.

아마 나는 알라딘에 직접 팔기를 이용하니까 내가 판 책이 중고서점 매장에 있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간혹 꼭 내것일거같은 책들이 눈에 띄인다.

내가 각진 것과 같은 책 같은 만큼의 손때가 묻고 낡아진 책들

혹시 책갈피에 내가 잊고 남겨둔 메모나 엽서가 끼워있지 않나 파라랑 넘겨본다.

당연히 없다.

이 책 주인은 무슨 마음으로 책을 여기에 넘겼을까

내가 책을 중고서점에 넘길때는 이미 읽었고 더 이상 읽을 것 같지 않은것들이 주였다.

집의 공간은 한정적이고 자라는 아이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점점 넓어지면서 줄일 곳은 내공간뿐이고 내공간에서 차지하는 책들을 줄여나가는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더이상 두어도 볼 것 같지 않은 책들  그래도 골라서 샀는데 의외로 실망한 책들

옷과 마찬가지로 지난 몇년간 잊고 있었던것

더 이상 두어도 아이한테까지 읽게 하지 않을 거 같은 책들이 주였다.

그러나 이사를 이유로 왕창 정리하고 나면 왠지 후회가 되고 아쉬운 책들도 있었다.

 

중고 서점에서 내가 판 책들과 같은 목록을 찾아보고

다시 그 책을 꺼집어 내어 읽어본다.

그때 내가 느꼈던 느낌, 기억이 조금씩 다시 떠오르면서 몹시도 복잡하다.

아...

이제 중고책은 그 상태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므로 혹시 어떻게 될지 몰라 책에 메모를 하거나 줄을 긋는 일이 없다.

다만 좋은 글은 어디다 옮겨 적거나 할뿐이다.

새책과 같은 상태의 중고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책을 소중히 다룬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나중에 상품성을 위해 내 사고를 정지시키고 있는 중이다.

사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중고로 산 책에서 줄을 그어놓은 건 이제 발견하기 어렵다.

공공의 책을 아껴 본다는 좋은 취지이기도 하고 책을 소중하게 다룬다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누군가의 낙서나 밑줄을 발견하면 기분이 새롭다.

나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감동을 받았거나 위안을 받았을 구절을 내가 다시 읽어보는 것

어쩌면 무심코 지나쳤을 어떤 구절이 의미가 되어 남게 되는 경험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중고서점의 헌책들은 지나치게 상태가 좋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서점에서 판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상품성은 좋지만 이제 중고책이 주는 누군가 낯선이의 정서를 훔쳐보는 일은 없어지고 있다.

 

혹시. 줄을 긋거나 뭔가를 꺼적여 놓은 것이 내 사고를 방해할 수도 있고 순간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손을 거쳐 내게로 온 책이라면 그 책이 가지는 오롯한 가치 이외에 또 누군가의 의미가 덧붙여져서 오는 기분좋은 덤도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중고 서점에서 그냥 한번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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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3-2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군요. 저도 중고책에 밑줄 하나 없으면 오히려 읽는 맛이 없습니다.
전 종종 헌책에서 밑줄을 그어놓은 것을 보면 오랫동안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까......

또는 내가 밑줄 긋고 싶은 책에 밑줄이 그어져 있으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도 합니다. 밑줄이 그어진 책이 더 비싼 가격이 됭야 합니다. ㅋㅋ.

푸른희망 2013-03-28 17:46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책을 보다 누군가 그은 밑줄을 보면 왠지 덤을 얻은것같기도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밑줄있는 책이 더 비싼 가격이 되어야 한다는 건 절대절대 아니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