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런 문화는 없는 줄 알았다.

운동장 하늘에는 만국기가 휘날리고 운동장을 빙 둘러서 천막이 쳐지고  아이들은 와아. 함성을 울리며 달리고 뛰고 그리고 부모들은 옹기종기모여 함꼐 도시락을 먹고... 뭐 그런 운동회

나의 초등 6년은 그런 운동회의 연속이었는데 막상 내가 학부형이 되면서는 첫 경험이었다.

아이가 벌써 6학년인데 첨이다.

 

뭐 큰아이 2학년때 그런 운동회를 할뻔 했다.

주위 아파트에서 민원이 들어올 만큼 음악을 울리며 연습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는 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런데 그 운동회를 하루 이틀 앞드고 가족여행이 잡혀 있어 아이는 운동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만일 그때 아이가 그 운동회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우겼다면 아마 여행을 미루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는 너무나 쿨하게 운동회를 포기하고 여행을 가겠다고 했고

남녀학생 머릿수맞춰 짝을 지워놓은 선생님의 원망을 뒤로하며 운동회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교장이 바뀌어서인지

학부모가 참가하지 않는 아이들만의 운동회가 치러졌다.

그냥 하루 수업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게임하고 달리기하는 것

그리고 급식먹고 간식먹고 돌아오는 것

그래서 나는 그 시절 내가 경험한 운동회를 학부모의 입장에서 한번도 해보지 못하고 끝날 줄 알았다. 그게 뭐 섭섭한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좋았다.

힘들게 도시락을 쌀 필요도 없고 뭔가 먹거리를 준비하고 아이를 응원하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하는 거 없이 쿨하게 아침에 시원한 물이랑 간신 몇가지만 챙기고 나면 끝.

그리고 아이가 돌아오면 여느 때와 같은 일상

뭐 그렇게 흘러갔다.

아이도 경험을 못하였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고 부족함을 몰랐다.

 

그리고 전학..

6학년이 되어 첨응로 그런 고전적인 운동회를 경험한다.

물론 집에서 김밥을 싸고 닭을  튀기고 과일을 깍는 일은 없지만 반끼리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아이들을 응원하고....

아는 사람이 많고  엄마 참여가 있는 작은 아이반에서 주로 있었다

6학년 큰 빈이네는 아는 엄마도 없었고 잠깐 들렀을 때도 인원이 10명남짓이라 어색하기도 했다.

그렇게 작은 빈이네 엄마들이랑 밥 먹고 연습하고 참가하고 웃고 떠들다가 6학년이  공연이 되었다.

이제 다 크면 엄마들이 와서 사진을 ㅁ찍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동생만 챙기면 서운할거 같아서 신경써서 구경했따.

사회를 맡은 이가 말한다.

"이제   초등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6학년들 입니다. 열심히 응원해주세요.."

아... 그렇구나

이게 초등 마지막 운동회구나.

그리고 이런 고전적인 운동회의 처음이겠구나.

첫경험이 마지막이 되는 우리 큰 빈이

연습한대로 깃발춤이 멋있었고 무사히 끝났다.

1학년 꼬맹이들에 비해 키도 크고 몸동작도 크고 간혹 여기저기 시큰동하게 여기는 아이들 행동도 보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초등생들...

이런 것들이 이제 내년이면 중학생이다.

겨우 한 살 차이고 한학년차이지만  초등과 중등이 주는 말의 무게는 하늘과 땅차이다.

저 아이도 이제 어른이 되려고 하나보다

엄마 품을 떠나려고 하나보다..

코가 찡하고 맘이 뭉클하다.

어릴적 부터 유난히 키가 커서 늘  어리다는 생각을 못했다.

남들보다 목하나 더 큰 키때문에 늘 큰 애 취급 받았고 또 어울리게 의젓하고 혼자 알아서 잘 하는 녀석이라 당연하게만 생각했다.

키가 컸을 뿐이지 생각이 컸거나 더 성숙한건 아니었다.

그런데 초년병 엄마는 그것까지 몰랐다.

큰 키 만큼 큰 아이라고만 생각하고 엄마의 기준은 자꾸자꾸 높아가기만 했다.

받아쓰기나 수학문제 틀리는게 이상하다고만 여겼고

한번 이야기하면 이해하지 못하는게 화가 났고 짜증이 났었다.

남들보다 못하는게 도무지 마뜩치 않았고 키가 큰 만큼 다른 부분도 앞서야 하는 거 아닌가

잘하는 건 당연하고 못하는 건 콕콕 눈에 밟혔다.

그런 단점이 더 크게 보여서 맘에 들지 않았고 화가 났다.

아이에게 화가 나는게 아니라 내가 만든 내 기준에 나 혼자 안달복달하고 흥분했었다.

그런데 둘째를 학교에 보내면서..

아 3년전 그 아이도 이렇게 아기였구나 이렇게 서툴렀구나 ... 하고 처음 알았다.

그렇게 알았으면서도 이 엄마는 여전히 변한 건 없었다.

그땐 아기였어도 지금은 3년이 지났는데 좀 더 의젓하고 할일을 알아서 잘 해야하는 거 아닌가

공부도 좀 더 하고 .

작은 아이는 숙제만 해도 대견했고 시험지에 동그라미가 몇개 보이기만 해도 맘이 뿌듯했는데

큰아이는  빈둥거리는 꼴을 못보겠고 뭐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안했다.

그렇게 내마음을 볶아치고 아이에게도 다그치고 나도 모르게 그 아이의 유년을 빼앗았던 아이가

이제 정말 그 유년기를 졸업하려고 한다.

 

아이랑 씨름하고 볶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는데

막상 아이는 혼자 크고 있었다.

혼자 저만큼 자랐고 혼자 세상을 배우고 상처받고 치유하고  그렇게 시간을 쌓아가고 있었나보다

늘 큰아이로만 여기면서 한해한해 자라는 걸 놓치고 있는 내가 바보였는지...

큰아이답게 늘 기대하면서도 애틋함은 컸지만 그걸 표현할 줄 몰랐으니 그건 나도 엄마노릇 겨우 13살이라 그랬다고 변명해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도 함꼐 나이를 먹는다.

아이가 한살이면 엄마도 한살이고 아이가 초등하교 1학년이면 엄마도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아이가 철이 없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엄마도 함께 죄충우돌하고 후회하지만 늘 혼나는 건 아이몫이다.

왜 그렇게 야무지지 못하는지 왜그렇게 실수만 하는지.. 함꼐 한다는 걸 모르고, 내 눈엔 내 허물은 보이지 않는다. 항상  두눈이 나에게 향하지 않고 아이에게만 뻗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둘째를 키우면 또 나아지느냐.... 그것도 아니다.

또 다시 반복이다. 이젠 한 술 더 떠서 좀 안다고 ,., 선무당이 되어서 아이를 잡는다.

 

전교생이 함께 서 있는데도 내 아이는 눈에 띈다.

키가 커서 그런것 만은 아닌거 같다.

그저 내 아이라 그렇다.

어디에 묻혀 있어도 내 아이가 틀리는 건 귀신같이 잡아내고 어딘가 이상하고 아파 보이는 것도 귀신같이 잡아낸다. 엄마노롯하면 는건 그것뿐이다.

 

이제 초등을 마치고 중학생이되면 무서운 사춘기가 기다린다.

이미 스타트는 끊었다.

어떻게 달려나갈지 어디로 달려나갈지 알 수 없다.

또 엄마도 함께 사춘기를 앓으며 치열하게 싸울것이다.

우짜든둥 아이를 이겨먹으려고 철없는 없마는 엉뚱한 최선을 다할 것이고

돌아서면 후회하고 머쓱해하는 걸 반복하게 될것이다.

아이는 그러면서 자랄것이라고 믿는다.

여태 혼자 잘 자란것 처럼 쑤욱 자라서 나를 놀라게 할테지...

 

아이의 처음아지 마지막 운동회...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그러나...

 

집에 와서  피곤해하는 아이에게 놀지 말고 쉬지말고 학원가라고 등떠미는 엄마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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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1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눈물이 왈칵하네요.

푸른희망 2012-10-17 18:45   좋아요 0 | URL
^^ 쑥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