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땀 - 여섯 살 소년의 인생 스케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스몰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이비드 스몰의 그림은 아이들이 어렸을 적 그림책에서 처음 만났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접했거나 소장하고 있을 <도서관>과 <리디아의 정원> 이다.

부인인 사라 스튜어트의 글에 남편이 데이비드 스몰의 그림이  잘 어우러진 그림책이다

아마 아이들도 좋아하겠지만 부모가 더 좋아하는 그림책들일게다.

책을 좋아하는 여자의 성장과정과 노년까지 책과 더불어 사는 삶을 따뜻하게 그린 <도서관>이 먼저 끌렸다가  건강하고 밝은 소녀의 낯선 곳에서의 성장과 뿌리내림이 담긴 <리디아의 정원>은 언제나 위로가 되고 좋은 힐링이 된다.

이후 <책 나르는 아주머니>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등을 읽었다

내 기억속의 데이비드 스몰은 환한 햇살 가득한 배경을 가진 밝고 따뜻한 그림으로 기억되었다.

 

<바늘땀>은 데이비드 스몰의 자서전적인 이야기이며 자기 스스로 치유의 방법으로 그려낸 자기 이야기다.

앞에 언급한 그림책들의 그림체와 다르게 어둡고 괴기하며 무섭고 두렵지만 차마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궁금증을 가지고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한다.

성인이 된 작가의 시점이 아니라 여섯살 어린 소년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철저히 그 아이의 시각이고 그 아이의 이해만큼 보여지는 가족의 풍경이며 모습이지만 그것이 설령 왜곡되고  각색되었더라고 그 분위가나 색채는 그 당시 그 아이가 고스란히 느꼈을 그 감정 그대로의 것이다.

 

도데체 왜이럴까 싶게 부모들은 무심하고 냉정하다.

우울증 혹은 다른 문제가 있는게 분명해 보이는 엄마의 말없는 폭력과 공포감 그리고 그 앞에서 침묵하고 다르게 발산해버리는 아버지의 냉정함 그리고 자기 세계로 가버린 형 사이에서 어린 소년은 스스로의 도피처를 찾아낸다.

말없는 침묵과 샌드백 두드리기 . 드럼 두들기기 사이에서 소년은 앓아눕기로 도망친다.

부비강의 문제를 가진 소년은 의사인 아버지에게 아마 당시의 치료법이었을 엑스선을 쬐는 방식으로 진료를 받아왔다.

모두가 무심하고 서로 관심이 없는 가족사이에 병약하기까지 한 소년은 제대로 성장할 수 없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경험하고 혼자 판단한다.

가끔 아이처럼 엄마를 부르기도 하지만 돌아보는 엄마의 표정은 무섭도록 무표정했다.

그리고열세살이 되던 해 목에 혹이 발견되지만 무심하고 무심한 부모를 그대로 방치했다가

3년 뒤에 수술을 받지만 그 수술은 두차례나 이어지고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목에 선명하고 괴기스럽게 새겨진 바늘땀들

소년의 목에 새겨진 그 흉터가  바로 그였다.

그리고.....

 

다  읽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든 이야기가 소년의 시각에서 기억되고 재생되었으니 어딘가 분명히 왜곡되고 잘못된 기억이 있지 않을까 자꾸자꾸 앞장을 들춰봤다.

설령 아이가 가진 조작된 기억속의 어둡고 기괴한 이야기들이라도 왜 그런 기억밖에 남지 않았을까?

 결국은 아이는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었고 어디에도 의지 할 곳이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자기 잘못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고

엄마의 무심함을 이해하기 위해 그 가족들까지 거슬러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모든 일이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더라도 그렇게 되물림되는 것을 당연하다고는 하기 힘들다.

 

시커멓게 변할만큼 해집어놓은 상처를 얼기설기  장화 끈 졸라매듯 이어놓은 바늘땀

그건 그 소년의 관계들이다.

부모와 그리고 사회와 모든 관계가 벌어질대로 벌어졌고 헤집어지고 겨우 얼기설기이어져있을 뿐이다.  위태롭게 아슬아슬하게

 

소년은 모든 걸 통과했다.

이겼냈다거나 견뎌냈다고 말하기보다 통과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 바늘땀은 여전히 흉터로 남아 잇을 것이고 냉정한 부모는 다시 돌아봐도 냉정하고 폭력적이었다. 그렇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소년이 조금 더 단단해졌고 다른 관계들을  따뜻하게 이어가는 경험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을 잘 지내왔다.

피하지 않고 그냥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사람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세삼 알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상사가 부하에게 멘토가 멘티에게 이리 저리 얽힌 모든 관계에서 인간은 인간에게 상처받고 인간에게 위로 받는다.

가까운 관계 믿고 의지해야하는 관계에서 금이 가기 시작하면 사람은 살 수가 없다.

물과 음식과 공기만큼 사람 사이에서 사람은 살아갈 근원을 얻는다.

새삼스럽다.

 

조용한 나레이션이 깔리는 흑백 무성영화를 한 편 본 느낌

다음 장면에서 잔인하고 무서운 것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하고  이제는 이제는 하며 마음졸이게 하지만 결국 가장 무서운 건 어떤 폭력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폭력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그 분위기라는 걸 책은 보여준다.

그리고 당연한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담담한 현재로 마무리 되어 더 감동스럽다.

 

 사족           주인공 엄마의 입장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드고 싶어졌다.

                  아들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냉담하고 무심한 폭력을 행사하지만 그녀 역시 폭력에서

                  성장했다. 선천적으로 아픈 몸과 불행하고 아픈 부모 그리고 레즈비언이라는 정체

                   성까지 그녀의 삶의 이야기도 귀 귀울여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8-12-3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희망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 제 서재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이 시작됩니다.
새해에는 항상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행복한 새해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