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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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나쁜 아이구나. 어린 게 염치도 없이..."

그 순간 주인공은 정말 폭발했을 것이다.

전혀 관계없는 아이를 데려다 친 자식처럼은 아니겠지만 돌봐주고 걱정해주고 챙겨줬는데 돌아오는 것은 당돌하고  염치없는 짓거리라니.

원래 그나이는 다 그래.. 어른 말 안듣고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는 거 좋아하고 나쁜 짓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고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는거...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 라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관계에 금이 가고 상처만 남는다.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일과 그 아픔을 바라보는 일은 다르다는 것

결국 나는 나의 만족을 위해 공감하고 이해하고 행동했던 게 아닐까 주인공 작가는 생각했을것이다.

내가 그동안 생각하고 쓰려고 노력했던 가치들이 실은 내 속에서 우러나온 내것이 아니라 내가 그저 어딘가에서 읽고 받아들이고 저장해놓은 그래서 그 틀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았었던 것 뿐이라는 자괴감 같은 것 말이다.

 

소설은 곳곳에 그런 자괴감 수치감이 스며있다.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닌데 모두에게 친절한 바람에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도 그걸 전혀 모르는 교회오빠 강민호도 있고

의미없이 써준 좋은 인연이라는 글이 남긴 큰 파장을 알지 못한 작가도 있다.

나의 친절함이 타인에게도 그대로 전달될거라는 순진한 믿음 내가 하는 선한 행동은 어디에서도선하다는가치를지닐거라는단순한 무대뽀가결국 권순찬을 이상하게 만들고 마을에서 지워낸다.

타인의 말을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식으로 거쳐서 해석하고 수용한다.

저건 돈을 더 타내려는 수법일 것이고

내가 받을 모욕을 미리 짐작하고 내가 먼저 선수쳐서 모욕해버린다

별 것 아닌 일에 미리 제 발이 저려 고백하고 변명하며 차마 상대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스스로 자책하고 쪼그라드는 일들

 

일곱편의 단편과 단편보다 더 강력한 작가 후기의 에피소드는 그런 나만 아는 수치심 부끄러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각각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고유명사를 가진다.

그래서 소설이 그저 소설쓰고 있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일어났던 일. 내가 겪었던 일  혹은 내가 들었던 일로 다가온다.

강민호나 한정희나 최미진 권순찬 박창호가 그냥 내가 알던 그 누군가 처럼 말이다.

그리고 고유명사를 가진 이기호도 아직 어느 구석에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자꾸자꾸 파헤쳐보면서 혼자 질질짜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참 괜찮은 사람처럼 살아왔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데...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데

사실 아무도 모르는 , 혹은 모두가 아는데 나만 모르는 어딘가 수치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느낌, 생색내고 싶어하고 잘 알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사실 걸리적거리기 한량없는 모습이 바로 내가 아닐까

 이것이 소설을 모두 읽은나의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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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06-2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오늘 빌릴거라 기대됩니다. 이기호 맞을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