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페이스북 보기도 재미없고, 이웃 알라디너들의 서재도 시들시들하다.

바야흐로 더위가 절정인 계절의 중심에 있어서일까?


긴글을 못 쓰는 나는,

짧은 단상이나마 남기려하는데, 잘 안된다.

모옌의 열세걸음을 읽다가 집어치웠다.

역겨웠다.

장의미용사가 시체 중 일부를 어쩌고 하는 대목에서 더 이상 이 책을 읽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민화와 환상 어쩌고 하는 용어들이 보이긴 했지만, 나는 이런 류의 소설 읽기를 중단하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도 읽다가 집어치운 기억이 있다. 내가 손을 대기 시작하고 중도에 그만 둔 책은 인생에서 몇 개 안되는데,

이 책이 그 중 한권이 되는 셈이다.


모옌에 대한 편견은 없다. 다만, 이번 책이 그냥 마음에 안들어서이다. 테드 창의 신간이 번역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헌데 장편이다. 9년 만에 나온 신작이긴 한데, 두려움이 엄습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 기억해 둔다. 그의 신작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책을 구한다. 그 책이 전작에 주었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나는 너무너무 힘들다. 그런 경험은 반복되기 십상인데, 이번에는 두려움이 먼저다. 

실은 최근, 두려움이 부쩍 늘었다.

테드 창의 단편들은 지적이고, 새로웠다. 지적이면서 새롭고 재미있기까지 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의 소설들은 드물게 그 세가지를 다 만족했다. 

이번은 장편인데, 과연 이 세가지를 다 만족시킬 수 있을까?


행복은 가질 수 없는 것이고, 즐거움을 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누군가 조언했다.

나는 그 말이 일리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삶은 대체로 불행하고 가끔 행복한 순간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나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인식의 방식이야말로 인간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진화했으리라. 고 짐작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박찬승 교수가 쓴 책이다. 

의외로 재미있다.

물론 질서정연하고 일목요연하게 머리속에 정리가 안되긴 하지만, 구한말 그 열악한 상황에서 민주공화제에 대한 관념을 세우고 새로 만드는 국가의 상으로 민주공화제를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을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것이라(나 대학 졸업자 맞어?) 재미있기도 하고, 제법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나조차도 우리 역사에 대해 이토록 무지하다니....그런데 여전히 민주주의와 공화제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리고 역시나, 역사에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명제는 명제가 아니라 우리의 바람에 불과하지 않을까..하는 회의가 고개를 처든다. 멀게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은 과연 관철되었는가? 그리고 역사는 진보하였는가? 우리는 어제보다 나아졌는가? 그러니까 우리의 인간조건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냐는 말이다...


그나저나 8월의 일요일들이 거의 다 가버렸다. 실비아가 사라진 니스의 해변은 지금 건조한 열바람이 지나가고 있겠지....꿈처럼 아득하고 몽롱한 그 해 여름 8월, 니스로부터 프롬나데 장글레로부터 어쩌면 편지가..어쩌면...소식이...나는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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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 신간 재밌다던데요? 저도 이 페이퍼 본 김에 구입할까 생각 중...

그나저나 역시 테레사님 글은 재밌고 좋아요.ㅎ^^

테레사 2013-08-22 14:32   좋아요 0 | URL
넹? 재밌다고요? ...^^; 처음 들어보는.......암튼 요즘 섬님 왜 예전만큼 안쓰시는지 궁금하던 ..차였어요..

무해한모리군 2013-08-2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드창의 신간이 나왔군요! 단편집을 읽고 한동안 꿈도 꿨어요 ㅎㅎㅎ

테레사 2013-08-27 17:44   좋아요 0 | URL
아..테드 창의 당신인생의 이야기, 멋진 책이죠? 상상력이란 그런 건가봐요.
 

캐롤 리드의 제3의 사나이를 본 것은,

그 남자의 친구와 였다.


날은 아마 더웠을 것이고, 영화관의 의자사이가 좁아, 조금은 불편했을 것이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책보다는 영화의 명성에 더 익숙했다.


나는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이 엄청 폼을 잡으며 자랑삼아 영화평을 이야기해 주던 때를 기억한다.

벌써 수십 년 전의 일같다.

나는 자랐고, 시간은 가차없이 흘렀으니, 그 기억인들 온전한 모습은 아닐 터이다. 그러고보니 그 체육선생님의 실루엣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이름조차 모르겠다.


그리고,

책을 뒤늦게 집어들었다. 그냥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읽고 나니 그저그랬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성찰이라니....거창한 기대를 부추기는 문구들이 책의 앞뒤에 붙어 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발견한 문구, '캐롤 리드에게'라는 제사.

그렇다면 이건 뭐지?

영화 제3의 사나이가 먼저 나왔나? 극본으로 먼저 쓴 건가?

아닌가?


헷갈리면서 책을 덮는다.

비엔나에 갔고 프라터 공원을 걸었던 기억도 떠오르는데, 안나가 롤로를 냉정하게 지나치던 모습의 장면은 책과 다르군...하는 생각을 하였다.

캐롤리드의 제3의 사나이가 선점해 버린 기억의 창고는, 좀더 감상적이고 아름다운 여운으로 차있다는 뜻인가?


문득,

영화와 문학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향유만 하는 존재일 뿐이지만,

.....


마음이 갈피를 못잡는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에서 멈추려는지, 그리고 공허함과 덧없음이라는 단어들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이렇게 오래도록 살아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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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팔월은 늘,

이 제목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번 팔월의 일요일들은 4일이다.

한개는 이미 써버렸고, 이제 곧 한개와 대면하게 될 터이다.


헌데 두려운 것은, 아마도 방콕하면서 더위에 열에 지쳐있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아, 왜케 더운건지...어제는 급기야 초열대야라는 이상한 용어까지 들먹인다. 


이것은, 우리의 자업자득이다!라고 반성하면서도, 가난한 이들은 부자들이 팡팡 써대는 전기, 가스, 석유 땜시 발생하는 환경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구나 하는, 몸서리쳐지는 사실에 화가 난다.


또한 

북극곰, 너무 예쁘고 사랑스런 이 하얀 동물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우리 인간이야, 혹시 천벌을 받아 이런 건 아닐까? 싶지만,


동물들이 모진 인간 옆에 있다 날벼락 맞는 격이라니....


하지만 나부터 너무 더우니 선풍기 안고 살고, 냉장고 문 불이 날 지경이고, 에어컨 빵빵켜는 사무실 부러한다. 덥다고 엘리베이터 타고 다니고...

밀양 송전탑 할머니들 생각도 나고, 과연 원전은 전력난 해소에 꼭 필요한 걸까? 원전 비리 어쩌고 하는 기사들을 보면, 것도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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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연관성은 없다.

그저 이따금 생각이 난다는 것외엔, 둘 다 단편이고, 마치 한여름 소낙비처럼 그저...


거미줄에 매달린 도둑의 처지,

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다는 자각.


여자는 임무나 대의보다 사랑을 택하지만,

남자는 사랑보다는, 거칠게 말하면 임무가 앞선 사람,

이구나...그리고, 이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은 여자의 몽상에 불과한 것인지,

남자는 '지금'  감당해야 할 것보다는 차라리 여자를 죽이는 게 낫다고 판단할 만큼, 사랑이란 아니 그런 사랑이란, 의미가 없는 것인지.


나는 자꾸 이런 생각에 잠기게 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소설과 현실을 별로 구분하려 들지 않는, 그리고 구분하지 못하는 나의 백치같은 인식의 한계 탓이기도 하려니


그런데..거미줄에 매달린 그 도둑 말인데,

실은 좀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거미줄이라니...그토록 가녈고 그토록 연약하고 그토록 힘없는 줄에라도 매달려 지옥의 피바다와 바늘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 거미줄에 매달린 사람이 자기뿐만 아니라 수천 수만명이라면?


이 시험에 통과하는 인간이란 도무지 어떤 인간일까?

하는 생각도 나는 더러,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나란 존재는 그 거미줄에 매달린 도둑과 아니 같다고 할 수 없는 처지라니...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색과 경계


영화 색,계와는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 색, 계는 보지 아니 하였다.

이안이라는 남자와 장아이링이라는 여자는, 다를 것임에, 번역자후기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기회가 있으면 스크린에서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고, 나는 마침내 생각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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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을 보았다. 벌써 한달 전의 일이다.

사실 라쇼몽에 대해서는 책으로 먼저 읽어서 알고 있었다. 


영화는  원작 라쇼몽의 얘기는 아니다. 라쇼몽은 다만 영화의 배경일 뿐이다.

구로자와 아끼라의 라쇼몽인 셈이다.


아무튼, 

생각난 김에, 아쿠타카와의 선집을 손에 들었다. 원작인 덤불속으로를 다시 읽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실은 두려워서였다. 혼자있어서 생각이 많이 드는 밤이.


집중애서 단숨에 읽기에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아쿠타카와의 인생이 짧았고 그가 자살을 하였고 가족력이 있었고...쉬운 성격이 아니었고, ....그리고 나의 정신상태는 뭔가에 집중하게 생겨먹지 못했고..또 그럴 처지도 못되었고..등등


켄카루산보라는 단편이 인상적이었다. 아니 인상적이었다기보나, 좀 소설적이라고 해야 하나...글쎄 평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작가가 전격 모습을 드러낸 건 아니라 쉽게 읽혔다고나 할까..아니 글쎄 ....


화가였으나 화가로서보다는 고무인특허로 돈을 번 켄카루가 폐결핵으로 죽어간다. 나이도 왠만큼 먹었으니, 인생의 수순이기도 하다.

그가 폐결핵으로 앓아 누워 죽을 때까지의 일상사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죽어가는 그가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나마 행복했던 시기가 어린시절 일순간이었다고 회상하는 장면은, 나에게 약간의 놀라움과 두려움을 주었다.


그러니까 우리 일생, 인간의 일생, 사람의 일생이란 무의미하고 덧없다는 강렬한 메시지, 물론 작가의 메시지였겠지만, 그런 것이 아닌가!

그가 회한으로 일생을 되돌아보면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목을 매는 그 순간 두려움을 느껴 그만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죽는다.

겨우 일주일을 남겨둔 그가 막상 목숨을 끊으려고 할때 엄습한 두려움이라니!

그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일생의 일주일을 남겨둔 병자가, 거동조차 할 수 없어 속옷조차도 자신의 손으로 갈아입을 수 없고, 이불에 희지해 앉아야 할 정도로 쇠약한 그가,불과 일주일 뒤에는 죽을 그가 느낀, 그 두려움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의 일생과 세월,

나는 과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던가?

내 지금까지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그리고, 

...

그런 저런 밀려드는 생각 속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순간의 실수란,

도무지 어떤 연유로 벌어지는 것인지,

인간이란 얼마나 위태롭고 약한 존재인지..얼마나 소심하고 겁이 많은 존재인지..새삼 나자신이야말로 그 표본이 아닐까 절감하였다.

시간의 비가역성에 대해,

존재의 불가사의함에 대해,

나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자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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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8-0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은 제게도 있다는.
위의 저 책과 같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 중 코, 라는 단편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것도 읽을 당시만 그랬다는 거고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
이 참에 다시 그를 꺼내볼까 싶기도 하네요. 여름 잘 나시어요.^^*

테레사 2013-08-08 16:20   좋아요 0 | URL
네 팜므느와르님..고맙습니다...대문의 프로필사진과 글이 참,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