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마지막 잔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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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루키 스타일의 시작인가. 초기 단편이라는군.
일러스트가 글과 어우러진 모습을 상상하며, 본다.
앗, 별로 없는데?
표지와 중간의 몇개.

나는 요새 슬프다. 내 인생 대부분에서 내 기대와 상상은 엇나갔다,그게 뭐든.
그런데 이것마저도 슬프다.
슬픔이 조금 날아가 주고 그 조금 만큼 기쁨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는,역시나.
여기 등장하는 50대 주인여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왜 그 여자는 그렇게 했을까.녹나무는 어떤 나무일까.도꾜에서 차로 한 두시간 떨어진 여기 주택가는 어떤 모양일까.잔디밭을 깎는 일은 어떤 것일까. 잔디냄새..햇볕..바람..그리고 여자친구..위스키와 보드카.. 음악이 빠질 수 없지..
젊은 하루키에게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나이의 나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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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주인들의 노래클럽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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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경비원을 잘 읽은 나는 어드리크를 상상한다.어슴프레하게 상상속에서 그려지던 어드리크는,이건 아니었다.표지의 사진을 보고 내 안의 무언가가 깨졌다.그래도 괜찮다.

내인생에서 상상이 현실과 맞아떨어진 적은 없으니까.

이번 소설도 재미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마지막 반전!

연희..내가 아는 그 연희인가.
번역가 이름을 보고 한참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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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이라면,내인생은 그 상실을 경험하기 전이구나.나의 시간은 그런 식이다.그게 나는 좋다.
나의 시간은 그렇게 그 한점으로부터 기원하고 또 수렴된다.

모든 시간의 기원이 된 그날.
.
.
.
.

유사과학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주류 식물학에 균열을 내는 연구와 실험을 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내가 할 수 없는 도전과 좌절과 좀더 현실적인 표현으로는 왕따를 당하면서도 호기심과 세계의 이치를 규명하고 싶은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최근 자기의심이 무엇일까에 집중하고 있던 나에게 이들은 존경을 넘어 경이의 대상이다.

식물은 과연 인간의 신경계가 하는 것과 같이 외부 환경을 지각하고 기억하고 예측하고 계획하는가?
진화나무의 오래된 가지에서 동물과 갈라지는 그 순간부터 식물은 식물의 방식으로 이 세계와 소통하고 작용하며 생존을 이어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현재 존재 자체가 증명하는 바, 살아남았다,산다,살아갈 것이다..라면 식물이라고 동물과 같이, 더 나아가 인간과 같이 지각하고 기억하고 예측하고 계획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나아가는데 약간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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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캐럴라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5
위니프리드 홀트비 지음, 정주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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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내눈엔 여전히 늙은 사람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평소 내가 갖고 있던 어떤 편견에서 그다지 많이 벗어나지는 않는 노인여자, 캐롤라인.
어찌보면, 70대 노인여자이면서도 여전히 어린시절의 그녀에게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꿈을 가지고 있어서, 차라리 더 나이에 어울리잖게 꿈을 꾸고,실은 그꿈은 몽상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여전히 운이 나빴고, 여전히 가난했으며, 빅토리아시대의 한물 간 노인 여자로서 시대의 행운- 교육과 기회, 직업-을 누리기에는 좀 늦은 감이 있는, 그래서 자신의 조카 엘리너에게 화를 내며 너가 내 운명에서 살아봤어? 라고 훈계할 수 있기도 했겠다만, 어쩐지 나는, 자신의 신념이든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듯하고, 주변 친척들에게 갚을 수 있을 법하지 않으면서 돈을 빌리고, 조카의 앞날을 사실상 가로막아(미국으로 갈 기회를 놓쳐버리게 했으니, 결과적으로 사랑을 찾도록 한 것인가?그러나 그건 이 책의 기조로 봐서는 더 나은 선택인지 의문) 자신이 저지른 형편없는 사업장을 처리하게 만든, 그야말로 전형적인 막무가내 노인네로 보였다(나 좀 꼬였음).
자신은 돈 한푼 없으면서 크리스천키네마를 만들어서 투자자를 만나기만 하면 성공할 듯한 망상이라니...물론 거기에 꼬여든 사람들 모두 손해를 본 것 같진 않지만, 엘리너 빼곤, 물론 인생사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긴 하지만.
뭐 그렇다는 이야기.
엘리너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이 아니었을까? 과학을 배웠고, 다른 여자들처럼 그저 상대방의 말에 웃으며 네네 거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관습적인 것에 냉담하니,
그나저나 불쌍한 캐럴라인....좀만 운이 따라줬더라면, 그녀 역시 진취적인 여성으로 나에게서 후한 점수를 받았을 수도.뭐 그런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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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착각 - 몸과 마음에 대한 통념을 부수는 에이징 심리학
베카 레비 지음, 김효정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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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금단현상처럼 마음이 떨렸다..앗, 이제 읽을 책이 없네...왜 아직 주문을 안했지? 하다가, 참..'불쌍한 캐럴라인'이 있었지하면서 안도했다.


그러나, 밤에 자기 전 읽을 책과 출근하면서 잠깐 전철에서 읽을 책은 다르므로, 책을 고른다.

나는 사 놓고 안 읽는 책을 보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화가 나서 되도록 읽을 만큼만 사는 축이다. 그러다보니 가끔, 이런 사태가 벌어지네.

두권의 책 사이에서 망설인다..

창조적 유전자와 진보와 빈곤



"부패한 민주정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악한 자는 더 악한 자에 의해서만 쫓겨날 수 있다. 국민성은 권력을 장악하는 자, 그리하여 결국 존경도 받게 되는 자의 특성을 점차 닮게 마련이어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 부패한 민주 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중


이 문장을 발견하고 나서 진보와 빈곤을 장바구니에 안 넣을 수가 없었다. 

현재의 상황을 이토록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책이라면, 당장이라도 사서 봐야지 싶은 마음.

헨리 조지는 토지공산주의자라고 알고 있었고, 그의 책을 읽은 적은 없다. 

아주 아주 오래 전, 부활의 네흘류도프가 자신의 토지를 포기하는 장면에서 헨리 조지의 논문을 언급하는 장면에서 그의 이름을 들었고, 찾아본 기억이 있다. 사실 너무 오래 전의 이상적 가치이거니, 그래서 현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낡은 이상주의적 관념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이 대목을 읽으면서..아니, 이건 지금의 현실에 너무 딱 맞는 진단이 아닌가...무릎을 쳤다.

너무 답답하던 차에, 누군가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의 부패야..하고 답을 딱 가르쳐준 격이랄까?


어제 저녁에 다 읽은 나이가 든다는 착각은, 사실 큰 임팩트는 없다.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남는다. 

나이가 든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세포가 제 기능을 조금씩 잃어간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않는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하느냐의 문제는 문화적,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저자가 하는 말이라고 이해했다. 물론 다양한 실험과 연구결과를 언급하고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내 주름살이 주름살이 아닌건 아니다. 다만, 늙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부정적인 것이 아닌 긍정적인 것, 이를테면, 연륜이 쌓이면 메타인지는 더 좋아지고, 뇌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나이가 들면 패턴 인식은 더 좋아지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운동능력이 쇠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놀라운 결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기억력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진짜인가? 의심이 드는 나도 연령차별주의자이겠지? 

일본의 노인에 대한 존경 문화가 장수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아닌가하고 제시하는 증거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정도의 동의는 되지만,확신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생각해 보니, 정년을 늘이는 것에 프랑스 사회는 반대한다지? 그건 노동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의미일까? 

그런데 미국의 노인차별반대 운동진영은 정년을 폐지하라고 하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대상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는데...일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 나라에 살면서 이런 상반된 이야기를 들으면, 혼란스럽다.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인간이 점점 더 오래 사는 시대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 노인으로 살아야 하는 기간이 더 길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 존재의 의미를 숙고할 가치는 충분하다.

내 삶은, 그동안 어땠는지,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남을 것인지.

그리고 노인이 되어서도 삶을 여전히 활력있게,자발적으로 일하면서..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도 가지게 되고..연령차별..이라는 용어도 알게 되었고..

주변에 존경하거나 롤모델이 되는 노인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긍정적 나이 인식에 도움이 될 것라면서...아무리 생각해도 없다..이게 문제다..나의 인간관계가 내 또래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관심갖고 볼 만한 노인이 없기도 하고, 노인 하면, 뭔가 잘 흘리고, 잘 안씻고, 젊은애들 훈계나 하려들고, 자신의 생각을 마구 강요하고, ...어버이연합 같은.....그런 노인들만 떠오른다.

하지만, 또 궁리해 보니, 최재천 같은 노인학자도 있다. 그 분의 생활은 내가 모르지만, 적어도 언행일치의 모습, 여성을 존중하는 태도, 약한 존재에 대한 배려, 자연과 우주에 대한 폭넓은 사유 그리고 사회에서 받은 것을 다시 되돌려 주려고 하는 선한 영향력, 무엇보다 조곤조곤하고 설득력있게 말하는 솜씨.....(ㅋㅋ 최재천 샘 광팬인가 싶을 정도군...)

그리고 또 없나? 없네..ㅜㅜㅜ일단 롤모델이 될 만한 노인 한명 더 생각해 보기를 나에게 숙제로 준다...고 하면서 이 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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