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아가씨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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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반핵, 양키 고우홈


오래전 일이다.

그때는 영문도 모르고, 이런 구호들을 따라 했다.

서울 아닌 지방에서 나고 자라고 고등학교도 제2의 수도에서 다녔건만, 나는 언제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쑥맥이었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다 옳은 것으로 믿고 자란, 흔한 학생.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구호라니.

분위기에 흽쓸려서, 시절을 거스를 수 없는 환경의 산물로서 그리고 뭔가 불의에 항거해야 할 것 같은 시대에 부응하느라고, 

나의 대학시절은 그렇게 구호로 도배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척없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나 했던가? 깊은 사고의 결과로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정열의 표효도 아니고, 


그리고 나는 생활인이 되었다.


북한이 쏘아대는 무슨 미사일인지 뭔지, 정확하게 명칭도 모르지만, 뭔가 지금 상황이 이전에 비해 위험하다는 건 알겠다. 그리고 작년에는, 대명천지에 러시아가 이웃나라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우리는 무슨 한미일 합동 뭔가를 한다고 하지 않은가...무섭다. 

이런 와중에 나는 이 책을 읽는다.


우체국 아가씨와 그가 만난 남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냥저냥 중산층 그 누군가로 살아갔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전쟁은 이들의 삶,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저냥한 삶을, 뭉개버린다.  꿈을 앗아갔고, 풍족함을 빼앗았고 젊음을 훼손했다.


전쟁이 끝나고 6~10년이 흐른 시기이건만,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는 질기고 끈질지고, 죽음보다 나을 것이 없다. 순진한 국민들을 꼬드겨 전쟁터로 내몬 고위 공직자, 그 누구도 이들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ㅜ

그래서 그들이 감행한 건?


슈테판 츠바이크가 죽고 나서 발견된 작품이라고 한다. 

미완성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 정도의 끝맺음도 충분히 완성적이다.


더 무엇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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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7-25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레사님까지!!! 벌써 몇 분의 알라디너의 칭송을 받는 작품인지! 책 표지가 얇아서, 들고 다니며 책 읽는 저는 이 소설만큼은 실내에서 얌전히 한 장소에서 읽어봐야겠다 하고 있습니다! 완성적인 명작에 기대를 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