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빌브라이슨의 책 중에서 처음 읽은 것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알고 있는 빌브라이슨은 유머러스한 작가라기 보다는 뭔가 좀 삐딱하고, 불만 가득하고, 그러면서 박학다식 한 작가였다. 그 이후의 책들도 그러한 선입견을 강화시켜주었다. <셰익스피어 순례>이나 <발칙한 영어산책> 에서 보면 빌브라이슨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인물들에 대한 사전지식을 무시하고, 자신의 놀랍고도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그래서 우리의 뒷통수를 친다. <거의...>의 경우, 이름만 알고 있던 과학자들의 사생활과 기행들을 드러내고, 도대체 이 작가는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셰익스피어 순례>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셰익스피어에 대한 모든 지식들의 기반이 말할 수없이 위태위태하다고 그의 탄생일부터 시작해서 초상화에 대한 일화들까지 조목조목 알려주고, <영어산책>에서는 미국 역사에서 존경받는 인물들의 스캔들을 낱낱이 폭로한다.

 

그러니 이런 작가가 유머러스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사게된 결정적인 동기는 최근에 듣게 된 팟캐스트<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을 통해서 빌브라이슨이 유쾌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내게도 뭔가 유쾌한 읽을거리가 필요했다. '발칙한'이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이 책속에 드러난 저자는 하루종일 투덜거리고, 혼자서 수다를 떨다가, 주변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조롱한다. 이 책속에서 빌브라이슨에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묘사와 감탄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물론 감탄할 때도 있지만, 투덜거림과 수다와 조롱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저자의 끊임없는 조롱들이 비야냥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그에게서 전혀 악의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빌브라이슨은 몇 안되는 어떠한 시간과 어떤 장소에서도 코미디를 찾아낼 수 있는 작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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