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3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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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마음이 있어도 손에 잘 안잡히기 마련이다. 안나카레니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만 하고 읽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대전에 내려가게 되면서 읽기 시작했다. 다 읽는데 무려 세달이 걸렸다. 이 책을 읽으려고 생각한 것은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에서 R이 책에 대한 언급을 해서 읽은 것이 기억 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김영하의 어느 책에선가 현대문학을 이끄는 동력을 얘기하면서 이 작품을 인용한 글을 읽어서이기도하고,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어느 밀란 쿤데라의 문학에세이 <커튼>에서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어서 일 수도 있다.  

R은 '안나카레니나'라는 작품이 다루고 있는 것이 '인습의 굴레'라고 지적했고, 김영하는 현대 소설을 이끄는 동력 중의 하나인 '연애'를 언급하면서, 자유연애가 성행하고 이혼이 자유로워지는 어느 날엔가는 안나의 갈등이 별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올 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쿤데라는 절정 부분을 언급하면서 안나가 기차에 뛰어 들어 사망하는 부분이 안나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미학적 균형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이들이 지적한 부분들은 기억나지만 정작 내가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다. 아마도 무려 도합 15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을, 세달이 넘도록 읽어서 인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복잡한 내용이랄 것이 없는 것이 제목, 그러니까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안나카레니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특별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안나는 결혼한 여인지만 자신의 남편이 아닌 애인, 그러니까 정부, 브론스키를 사랑하게 된다.    

이렇게 써놓으면 마치 이 소설이 안나의 이중생활이나 불륜에 대한 작품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다른 부부들의 연애와 사랑이 비춰지면서 사랑이나 연애가 이 작품의 키워드이긴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소설은 안나를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산만하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것이 힘들었던 것은 내가 이 소설 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안나'라는 개인의 내면인데, 소설이 그리고 있는 것은 러시아라는 국가의 외연(정치, 사회, 제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이 작품을 기억하고 있는 연결고리는 인습과, 결혼과, 연애와, 죽음의 미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하나의 키워드가 더 생각났다.  

안나?  

체홉의 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의 주인공 이름도 '안나'다. 안나와 로모프. 생각해보니 둘이 왠지 닮은 것 같다. 불륜의 주인공이고, 사랑없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로모프와 브론스키라는 바람끼 있는 애인과 사귀고 있고..... 체홉과 톨스토이가 생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너무 오랫동안 읽어서 작품의 줄거리고 주제고 별 생각이 안 나지만 체홉의 소설의 주인공 '안나'가 톨스토이 소설의 주인공 처럼 죽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후반에 체홉이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그건 '진정한 사랑'을 어렴풋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안나가 죽은 것은 바로 그게 없었기 때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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