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녀의 짓궂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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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전에 바르가스 요사가 쓴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를 즐겁게 읽었던 기억때문에 샀다. 역시 사랑이야기에 재능이 있는 작가다. 노벨문학상 을 탄 작가에게 '재능이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긴 하지만. 요사가 풀어내는 사랑이야기는 사랑에 대해서 말하면서, 이야기에 대해서도 말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말하면서, 사랑의 행위, 그러니까 섹스, 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것도 아주 적나라하게. 

페루에서 시작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프랑스와 영국을 거쳐서 일본, 그리고 다시 프랑스와 페루로 돌아온다. 이 소설은 착한 소년이 나쁜 소녀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이야기이면서, 나쁜 소녀가 착한 소년을 끊임없이 속이는 이야기이다. 속으면서도 사랑을 하는 소년과 사랑에 빠지면서도 속이기만 하는 소녀의 밀고 당기기가 이 소설의 가장 큰 줄기라면, 파리의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런던의 히피들의 이야기는 이 둘의 사랑이야기에 껴있는 보너스 트랙인 셈이다.  

이 소설을 읽는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결국 두 가지일 것 같다. 하나는 왜 나쁜 소녀는 늘 거짓말만 하고 다니는 것일까? 와 그래서 결국 둘은 어떻게 될까? 다시 페루로 돌아온 주인공은 나쁜 소녀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되고 독자와 소년은 소녀의 '짓궂음'의 이유를 조금 알게 된다. 그래서 결국 둘이 잘 먹고 잘 살게 되냐고?  

더 얘기하면 미리니름이 되므로, 좀 돌려서 말한다면, 이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둘이 잘먹고 잘살게 되었다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 아니, 근데 어떻게 해피엔딩이냐고? 할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의 궁금적인 행복은, 나쁜 소녀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짓궂음을 끝내고, 다시 말해 병들고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몸을 팔 수가 없을 때가 되어서 착한 소년에게로 돌아가 의지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고, 착한 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나쁜 소녀와 평생을 사는 것이다, 그녀가 어떤 이유로 그에게 돌아왔건 간에. 글쟁이에게 사랑에 대한 추억을 영원히 남기는 것은 사진을 찍거나 그녀의 물건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다. 덧붙여 통역과 번역이라는 자신의 흔적이 남지 않는 유령과 같은 글쟁이가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방법은 뭘까?   

힌트를 거의 다 알려 준 것 같다. 생각해보시길, 그게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두 사람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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