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미스 해전 -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세계사를 다룬 책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사실 한국사라고만 해도, 또는 의학사나 수학사라고만 해도 그 분량을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운데 '세계사'라는 것은 범위 자체가 너무 광범위한 것이어서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래서 더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읽게 되면서 당대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문학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논리라면, 그리스의 역사를 잘 안다면 이 오래된 희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전에 사놓은 책들을 뒤지다보니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살라미스해전'은 역사적으로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왕이 아테네를 침략했던 마라톤 전투와 그리스의 패권을 놓고 아테네 주도의 델로스동맹과 스파르타 주도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벌였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사이에 놓여 있다. 모두 기원전 5세기의 이야기이다.  

원래 읽으려고 했던 시기는 소포클레스가 활동했던 시기인 기원전 5세기, 페리클레스 통치시절이었지만, 그 전 시기를 읽는 것도 그닥 나쁠 것이 없는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비록 소포클레스는 이 책에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스승인 아이스킬로스는 등장한다. 이 책의 서술은 대부분 헤로도토스와 아이스킬로스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저자의 추측에 따르면, 아이스킬로스가 아마도 마흔 다섯의 나이로 이 전투의 하급병사로서 참여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움을 받았던 것은 살라미스 전쟁의 전후로 있었던 전투와의 관련성과,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알력관계에 대해서 어렴풋하게 나마 개념을 잡았다는 부분이다. 해전의 묘사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그림이나 사진자료가 부족해서 매번 배의 모양과 지형을 떠올리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단노선과 그리스의 배를 비교한 그림을 넣었으면,만일 그런 그림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전투 지형과 관련된 사진자료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덧붙여 인물묘사, 인물과 인물간의 갈등, 정치적인 쟁점들에 대한 부분이 조금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 저자가 지나치게 사실에만 의존해서 기술하려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

아이스킬로스가 살라미스 해전 세대라면, 소포클레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세대이다. 헐리웃이 한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쭉, 2차세계대전이라는 소재를 써먹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글쟁이, 아니 극쟁이들의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추신: 이 책을 읽으면서 네이버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스파르타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결국 그리스는 쇠망의 길을 밟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운명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것은 전투의 승자는 존재하지만 전쟁의 승자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시끄러운 요즘,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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