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다윈씨 - 찰스 다윈의 진면목과 진화론의 형성 과정,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시 보는 다윈이야기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한음 옮김 / 승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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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하면 진화론이고, 진화론 하면 적자생존이다. 그리고 여기에 좀 더 덧붙인다면, 진화론 하면 <비이글호 항해기>를 떠올리게 된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다윈은 자신의 책과 논문에서 한번도 '진화'라는 말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신중한' 다윈씨라고 한 것 같다. 이 책이 다윈을 다룬 이전의 책들과 다른 점은 바로 이 '신중한'이라는 수식어와 관련이 있다.  

대개의 책들은 다윈의 책 <종의기원>의 내용을 다루거나, 아니면 <종의기원>에 영향을 준 비이글호 항해를 다룬다. 하지만 이 책은 항해가 끝난 후 <종의기원>이 나오기 까지의 다윈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의 의도가 나쁘지는 않다. 뻔한 의도로 무임승차하려는 수많은 책들과 비교하면, 새로운 관점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저자의 문제이면서, 다윈, 좀 더 넓게는 과학자의 일상이 책의 전부가 되는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다윈의 사상은 혁명적이지만, 아마도 아인쉬타인이나 다른 과학자들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그들의 일상은 예술가들의 그것처럼 다이나믹하지도 극적이지도 않다, 아니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이라는 것이, 또는 미세한 데이터들의 차이와 연관성을 밝혀내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아무리 극적으로 꾸미고 치장을 한들 너무너무 재미있거나 감동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몇명의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는 것은 다윈이 신중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진화'-풀어서 얘기하면 하느님이 아담을 통해서 다양한 종의 이름을 붙여 준 것이 아니라 모든 종의 기원으로 부터 환경의 압력에 의해서 변이와 유전을 통해서 다양한 종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라는 주장-을 책을 엮게 된 이유에 대한 것이다. 그 외에는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무신론자의 모습만을 얼핏 엿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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