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의 귀환 - 인류 역사 최악의 연쇄 살인마
수잔 스콧.크리스토퍼 던컨 지음, 황정연 옮김 / 황소자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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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 특히 질병의 역사와 관련된 책들은 눈에 띄면 사는 편이다. 왜냐하면 언젠가 의학사와 관련되어서 강의나 발표를 해야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이 책을 사 놓은 지가 한 삼사년쯤 된 것같다. 최근에 페스트를 주제로 강의를 할 일이 생겨 읽게 되었다. 투박한 겉표지와는 달리 내용이 무지하게 알차다.    

이 책의 장점 중에 몇가지를 지적해보면, 첫번째는 페스트(또는 흑사병)의 기원과 전개과정에 대한 서술이 자세하다. 사실 기원전 5세기에 아테네에 유행했던 병이 페스트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들을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질병의 역사와 관련된 책을 읽을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론을 언급해놓지 않으면, 어느 것이 기존에 있는 정설이고, 어느 것이 저자들의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이 책을 읽고나면 5세기와 14세기부터 17세기 까지의 전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페스트의 역사적인 행보를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것이 꼭 어떤 정보 때문만은 아니다. 쉽게 말하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책의 저자들의 주장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기원전 5세기의 역병, 중세의 흑사병과 페스트가 같은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현재까지 페스트 원인균은, 여시니아 페스티스로 알려져 있는데 이 균은 림프절 페스트의 원인균이지 흑사병의 원인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책 속에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러니, 아테네의 페리클레스를 실각시켰던 전염병도 페스트가 아니고, 중세하면 떠올렸던 기독교와 페스트를 일으키는 쥐들도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이들의 근거를 읽어보면 그들의 주장에 고개가 저절로 주억거려진다.   

세번째는 문학작품 속의 페스트를 찾아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염병이 페스트라는 사실은 시공디스커버리 <셰익스피어 비극의 연금술사>에서도 읽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내용의 구절이 보인다. 하지만 약간 다르다. 어쨌든 그 질병이 페스트를 지칭하는 것만은 분명한가 보다.  

이 모든 정보와 재미와, 이것들이 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지막 부분은 좀 아쉽다. 틀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의 흐름과 좀 동떨어진, 역사를 얘기하다가 손씻기 교육을 하는 것같아서 좀 아쉽다.  

결핵과 관련된 의학사 책도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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