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고 모든 일이 있었던 디 아더스 The Others 4
제프리 무어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운명적인 사랑을 어떻게 재미있게 엮어 갈 수 있을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우연'이다. 우연한 날에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근데, 왜 그녀와 사랑에 빠져야 하지? 그건 '우연'으로 설명해서는 곤란하다. <한여름밤의 꿈>에 등장하는 마법에 걸린 주인공들이 아닌 다음에야  우연한, 첫만남의 사랑을 설명하는 마법아닌 마법이 있어야 한다.  

이 마법을 설명하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다. 영화 <세크리터리>의 남녀 주인공, 매기와 에드워드는 비서와 변호사, 매저키스트와 사디스트라는 기묘하면서도 과격한 조합으로 사랑의 마법을 설명한다. 좀 더 안정적인 방식은 <비포선셋>에서 보여준 낯선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의 낯선 하루밤이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셰익스피어처럼 이 마법에 대해서 전혀 설명하지 않는 작가들도 많다. 그런 작가들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남녀의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여러 장벽들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뛰어넘는 운명적인 사랑!, 또는 사랑이라는 운명! 

이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셰익스피어와, 운명과,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는 것. 좀 더 살을 붙이자면, 남자는 사랑에 빠지고, 그것은 셰익스피어라는 책속의 단어와 연결된다는 것. 몇가지 좀 더 덧붙인다면, 이 책의 번역자가 정영목씨이고 이 분의 이전 번역서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또한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소설이었다는 것도 이 책이 매력적일 것이라는 예상에 한 몫했다.  

하지만 이 책의 문제는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는 기본 전제인 운명적인 책, 운명적인 단어, 운명적인 사랑을 연결해주는 고리들이 느슨하고 평범하다는 것이다. 미리니름이 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지만 작가는 사랑이 넘어야 할 운명과 장벽을 현대적으로 바꾸었지만, 중요한 것은 '변화'가 아닌 '마법'이다. 마법 없는 사랑이 어찌 운명적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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