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를 보았나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주문을 했을 때였고, 그 보다 더 기뻤던 것은 책을 직접 받았을 때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첫번째 실망, 우선 책이 너무 얇다. 꽤 긴 공백기를 거치고 쓴 단편집 치고는 지나치게 분량이 적은 것이다. <책먹는 여우>의 주인공처럼 책에 침을 발라 먹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양이 뭐 그리 문제랴! 재미만 있으면 되지.  

책의 목차를 본 순간 두번째 실망. 이 책에 소개된 꽤 긴 단편들은 모두 다른 책에서 읽어본 것이다. 밀회, 마코토, 퀴즈쇼가 그렇다. 알다시피 퀴즈쇼는 단편은 아니지만 장편으로 이미 나오지 않았는가! 결국 이 얇은 책속에서 그나마 새롭게 읽을 부분은 얼마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작품들이 재미있으면 되지, 하고 자위를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세번째 실망을 한다. 단편들의 발상은 좋지만, 뭔가 부족하다. 로봇, 여행이 그렇다.  

왜 하필 로봇이라는 설정을 만들었을까?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를 등장시키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좀더 황당한 방향으로 끝까지 밀고나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고, 여행은 집착과 공포에서 끝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사라는 단편이 보여준 '공포'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한번의 실망이 더 남아 있다. 그건 나머지 대부분의 짜투리 단편들이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얘긴지 통...... 덧붙여 <악어>를 읽는 순간 번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그건 김영하 역시 악어의 주인공처럼 '악어'를 본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었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재능. 이 단편을 읽는 내내 불안했다. 다음 번에는 이전의 신선하고 발랄한 이야기꾼 김영하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