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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다양한 옷을 입고,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장점과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갖는 '다양함'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소설, 드라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고, 그들은 세상의 사람들만큼 다양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실 속의 인물들이 아니고, 가상의 인물이며, 태어난 인물이 아니라 만들어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림없이 글만으로 이루어진 소설 속의 인물들은 더더욱 그렇다. 피에르바야르의 말처럼 소설 속의 세상은 불완전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이런 원칙들을 적용한다면, 세상에는 다양한 킬러들이 존재하며, 다양한 킬러들의 영화가 존재하고, 다양한 킬러들의 소설들이 존재한다. 만약, 킬러들을 다룬 이야기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면 그건 더이상 킬러를 소재로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조폭영화가 과도한 생산으로 인해서 한동안 폐기되었던 처럼 말이다. 어쩌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막장드라마식 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킬러들의 특별한 이야기 일까? 어떤 점에서?
최근에 읽은 가장 특별한 킬러이야기는 배명훈의 <얼굴이 커졌다>였다. 인생과 킬러라는 직업과 얼굴의 크기와 사회적 지위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답은 배명훈의 소설을 읽어보면 된다이다. <설계자들>은 킬러들의 이야기지만 어떤 특별한 부분을 찾아내기 어렵다. 덧붙여 이 소설을 작위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주제나 플롯과 같은 형식적인 것들이 아니라 인물들의 '말'이라는 사실이다. 천편일률적인 농담과 일관된 단조로움, 인생에 대한 무심함으로 무장한 인물은 하나면 족하다. 하지만 모든 인물들이 그렇다면 좀 곤란하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고나도 인물들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떠오르는 것은 킬러라는 단어이다, 그들의 얼굴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