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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긴 만남 - 시인 마종기, 가수 루시드폴이 2년간 주고받은 교감의 기록
마종기.루시드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루시드 폴? Paul? Fall? 누구지? 그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마종기 시인의 시를 좋아해서 구입한 책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같이 하는, 또는 예술가이면서 과학도(의사와 화학자?)인, 구체적으로는 시인과 가수인 두 사람의 편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런 정도는 책 설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무엇을 기대하면서 읽는 걸까? 그건 곧 내가 이 책을 산 이유이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한 것이기도 하다. 때론 어떤 책들은 이런 목적 의식을 의식하면서 읽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한 대표적인 책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아닌가 싶다. 오랜 감옥생활로 부터 깨닫게 된 세상의 삶과 일상과 넘치는 자유와 평범한 것들이 주는 경이,기쁨들......
어쩌면 좋은 책이라는 것은, 또는 좋은 글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지나쳐 버린 삶의 의미들을 포착해서 다시 보여주는 것, 아니면 그런 포착을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것. 그런 면에서 보면, 편지나 일기와 같은 글들은 어떤 개인이 깨달은 사적인 통찰을 볼 수 있는 좋은 양식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예술가들의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니 그래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기대했던 것은 이 들의 편지 속에서 그들의 통찰들이 조금이나마 묻어 있지 않을 까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기대가 지나쳐서 인지는 몰라도, 이 둘의 편지는 인공적이고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마종기 시인이 시에서 보여줬던 섬세한 감각들은 편지 속 산문에서 무뎌지고 평범해졌고 루시드 폴의 편지 글은 동어반복으로 가득하다. 통찰도, 영감도, 날카로운 질문도 없다. 그래서 지루하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편지 속에서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나르시즘을 견디는 것이 더 괴로운 일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