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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구역
이영수(듀나)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집 '면세구역' 속에는 장점과 단점이 이 책 속에 실려있는 단편들만큼이나 복잡하게 얼기설기 얽혀 있다. 우선 장점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단편들의 소재가 참신하고 전개가 재기 발랄하다는 것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참신한 설정과 그에 걸맞는 빠른 전개. 어려운 이론이나 소재를 가볍고 쉽게 풀어나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물론 이것을 장르가 가지는 미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뻔한 추리소설이나 구태의연한 환타지만큼이나 지루한 SF도 그에 못지 않게 많지 않은가! 어쨌거나 단편집 '면세구역'은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너무 빠른 전개와 급작스런 대단원으로 인해 독자들이 곤혹스러울 때가 더 많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신선하고 독특한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언급한 이 책의 장점들이 고스란히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속도와 아이디어에 의존한 글쓰기 방식은 독자들의 지루함을 몰아내는 것에는 성공하였지만 독자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이제 막 첫 소설집을 낸 작가에게 SF의 거장들의 철학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여운'은 필요한 법이다. 각각의 단편들이 머릿속을 맴돌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재미'에 비해 '감동'의 함량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 책에 실린 모든 단편들이 '읽어도 남는 게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읽을꺼리'에 불과한 괴담이나 꽁트의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와 반짝이는 아이디어 외에 뭔가가 더 필요하다. 그걸 뭐라고 해야할까?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감동, 여운, 진지함...... 이런 것들이 그 '뭔가' 속에 포함된 단어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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