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읽으며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도 후덥지근한 한여름 밤을 나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웃기면서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읽는 것. 뭐? 웃기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 에이 그런 이야기가 어딨어, 라고 섣불리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함부로 속단하지 마시라. 짜짠. 물론 나 자신도 얼마 전까지는 그런 독특한 이야기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가짜 경감 듀>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일단 <가짜 경감 듀>는 추리소설이 갖고 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이 있다. 그리고 엉뚱한 인물들과 그들이 엮어내는 예상을 뛰어넘는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있다. 뭐가 하나 빠진 것 같은데... 참 여기에 하나 더 보태서 극적인 반전, 이 존재한다. 물론 이런 재료들을 두루 갖춘 것이 이 소설만은 아니다. 분명히 그렇다. 좋은 요리가 좋은 재료로만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말고 무언가가 더 있다. 이 웃기고 스릴 있는 이야기를 빛나게 하는 요소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중 첫 번째는 굉장히 정교하게 짜여진 이야기라는 점이다. '정교하다'라는 의미는 완벽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에 대한 것도 아니고 섬세하고 멋진 해결을 해내는 탐정에 대한 것도 아니다. 소설 전체가 말 그대로 한 올 한 올이, 아니 한 장면 한 장면이 정교하게 얽힌 이야기라는 것이다. 고전적인 추리소설들이 보여줬던 단서 제시를 위한 군더더기 장면들이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개는 없다. 찰리 채플린이 영국에 입성하는 첫 장면이나 대서양 횡단 여객선 난파 사건등 시대 묘사를 위해 삽입된 것 같은 군더더기 장면들도 결국 끝까지 읽어보면 모두 제시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소설이 끝나는 순간 독자들은 손뼉을 치며 '아하!'하는 감탄사를 신음처럼 내뱉게 된다. 이 소설을 빛나게 만든 두 번째 요소는 추리소설의 함량을 최소한도로 줄인 것이다. 어떤 추리소설이건 간에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은 비슷하다. 서두에 암시와 단서가 조금씩 나오고 그 후에 살인사건, 혹은 살인사건들이 터진다. 그리고 이후에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전개된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가짜 경감 듀>는 이런 전통적인 전개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소설을 빛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커다란 이유이다. 엄밀히 말하면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소설 속에 미스터리가 약간 가미된 것이라고 보는 게 이 작품에 대한 훨씬 정확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소설 속에는 범인도 있고 살인도 있지만 멋진 추리나 명석한 탐정은 없기 때문이다. 2% 부족한 추리 소설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부족한 2%를 대신해 찰리 채플린과 대서양 횡단 여객선 난파 사건과 잭 사건이라 불린 토막살인 사건이 들어있다. 덧붙여 경감 월터 듀 같은 멋진 탐정은 없지만 대책 없는 인물들과 그들이 엮어내는 황당한 해프닝이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정말 만족스럽다. 98%? 아니,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