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장 쓰기 오늘의 사상신서 15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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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말을 배우기 시작하자마자 영어를 가르치는, 또는 가르쳐야 한다는 영어 컴플렉스에 빠진 한국 사회에서 한국말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주장은 좀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 비단 말을 막 배운 아이들 뿐아니라 글쓰기와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갖고 있는 어른들조차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동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혹 한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 지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마치 남의 얘기처럼 말했지만 막막했던 사람들 중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언젠가 내 고민을 들은 선배가 추천해 준 책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책이다. 선배의 추천으로 두 권을 읽게 되었는데 그중 한 권이 '우리 문장 쓰기'이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 중에 나와 비슷한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꽤 있을 것 같아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갖고 있던 몇 가지 선입견을 적어본다.

첫째 '우리 문장 쓰기'는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학자의 글이다. 따라서 잘 쓰지도 않는 괴상한 순수 우리말 조합(?)을 써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할 것이다. 이런 선입견은 부분적으로 맞는 점도 있고 틀린 점도 있다. 이오덕 선생님의 주장이 한글을 주로 쓰자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분의 주장을 좀 더 정확하게(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표현하면 일반적으로 쓰는 한글을 쓰자는 것이지 민중들이 잘 쓰지도 않는 괴상한 순수 우리말 조합을 쓰자는 것이 아니다.

둘째 실용적인 부분보다는 한국말의 역사와 우수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책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키우려는 사람들한테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저자(著者)의 초점이 실용적인 곳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1부에서 한글 사용에 대한 저자 자신의 주장을 쓰고 있지만 그 부분 역시 예를 들어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의 부분에 예시된 문장의 대부분은 일반인들이 실제로 쓴 것이다.

셋째 '우리 문장 쓰기'는 소설가나 시인처럼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책이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적어도 이 책의 제목이 얘기하고자 하는 문장은 소설이나 시의 문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4부에서 제시된 문장의 종류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4부 여러 가지 글쓰기는 서사문, 감상문, 편지, 일기, 논문 등 생활 속에서 일반인들이 흔히 쓰게 되는 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래어의 홍수와 조기영어 교육의 열풍 속에서 올바른 한국말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올바름의 기준을 내게 묻는다면 감히 한마디로 답변할 수는 없다. 저자의 말을 빌어 답변을 대신한다면 삶과 말과 글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삶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言)이 말(言)이 아니듯이 말의 법칙에 어긋나는 글 또한 글이 아니다. 이 단순한 원리를 지키는 것이 올바른 한글 사용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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