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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이윤기 외 대담 / 민음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21세기의 한국사회.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사람이 백 년의 세월, 그 이상의 세월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일에 대해서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궁금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춘아, 춘아, 옥단춘아......'는 13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의 주제당 두 명씩, 26명의 사람들이 이야기한 대화집이다. 주제의 가짓수가 꽤 되다 보니 전혀 모르는 분야도 있고 알고는 있으나 관심이 없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전혀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의 주제의 이야기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 주제를 가지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두 사람은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인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김화영, 이문열/90점이 아닌 70점짜리 문학은 가라'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에 속하고 '최인호, 윤윤수/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쓸 수 있다'는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어떻게 생각하는냐에 따라 달렸지만 전자의 경우가 후자의 경우보다 더 많은 편이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 속의 대화들이 갖는 의의는 두 가지 종류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라는 말로 요약될 것 같다. 그중 하나는 서로 같은 분야, 혹은 유사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간의 횡적인 의사소통이다. 헌책방 사장 노동환과 알라딘 서점 창업자 조유식의 대화가 그렇고 양명수 목사와 도법 스님의 대화가 그렇다. 같은 시대, 같은 위치의 대척점에 서있는 이들의 대화는 어렴풋하게나마 그들이 종사하는 분야의 윤곽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과거와 현대에 속한 이들의 종적인 의사소통이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대화인 부녀지간의 이윤기와 이다희의 대화가 그렇고 약간은 다르지만 최장집과 강유원의 대화가 그렇다. 이들의 대화는 그들이 혹은 우리들이 속한 시대가 가야할 방향과 숙제를 제시한다.
토론과 합의에 서투른 한국사회에서 같은 분야의 대척점에 있는 이들이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큰 성과이고 구세대와 신세대가 한자리에 모여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희망적인 여운을 준다.
책머리의 말처럼 정신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뒤를 돌아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여 준다는 점에서 이 대화집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자기성찰, 혹은 '페르세우스의 방패'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