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로널드 B.토비아스 지음, 김석만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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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하고 싶은데 좋은 안내서가 없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말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이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이나 플롯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약간의 도움을 얻을 수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소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의 장점은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실제적이고 방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은 플롯, 즉 이야기의 종류와 서술방식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신기한 점은 세상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무수한 플롯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스무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 책 속에 소개된 플롯에 대개 포함된다. 각 플롯마다 붙어 있는 점검사항이나 예시로 든 영화들이 비교적 대중적인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에서 쉽게 쓰려고 한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등장인물 없는 플롯은 성립할 수 없다. 인물들의 성격 구축과 플롯의 중요도를 저울질하는 것은 어려운 거지만 개인적으로 전자가 더 많은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불행히도 이 책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말이지만 이 책 하나로 이야기를 꾸미는 것은 다소 무리한 작업이 될 가능성이 많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많다.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보고서나 다른 실용적인 글을 쓰는 법에 대한 책들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들에 대해 두 가지의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부정적인 생각이다. 그것은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가 '소설가의 각오'에서 밝힌 것처럼 소설가가 되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 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에만 국한시켜서 말했지만 나는 그의 의견을 시나 희곡에까지 범위를 넓혀서 받아들이고 있는 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태껏 읽었던 글쓰기 책들로부터 얻은 긍정적인 생각이다. '시(詩)작법'의 테드 휴즈, '소설작법'의 피츠제랄드, '희곡작법'의 레이조스 에그리. 난 적어도 이들의 책이 비방(秘方)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안내서의 역할은 충분히 하였다고 생각한다. 좀 구태의연하지만 위의 두 가지 상반된 생각들과 이 책의 장단점을 종합해서 얻은 결론은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덧붙여 얘기하면 모든 책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책은 그나마 실용적이고 알기 쉬운 글쓰기 책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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