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고의 숲
로버트 홀드스톡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둠이 내려 주위가 캄캄해지면 굶주린 맹수가 기다란 산길을 따라 여행하는 나그네의 목숨을 노리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은 전생의 복수를 꿈꾼다. 자정이 넘은 시간의 으슥한 지하 주차장처럼, 또는 막다른 골목처럼 숲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다. 어둠이 내린 숲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공간이다. 하지만 꼭 그런가? 물론 숲이 반드시 두려움의 공간인 것만은 아니다. 상상의 숲에서는 나무 사이로 반짝이는 날개가 달린 요정들이 날아다닐 수도 있고 천년 된 불로초가 들꽃들 사이에서 자신을 발견해 줄 행운아를 기다리며 조용히 숨어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숲은 두려움의 공간일 뿐 아니라 무한한 상상이 가능한 신비스런 공간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홀드스톡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숲에 대한 두려움과 신비로움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시킨다. 그 숲 속에 신화 속 인물들이 산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괴물도 존재하고 역사 속의 영웅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작가의 상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사고의 숲이다. 비록 책 해설은 미사고가 신화(myth)와 이미지(imago)의 합성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미사고라는 말은 낯설게 들린다. 융의 집단 무의식이니 어쩌니 하는 말도 왠지 말장난처럼 들린다면 무릉도원쯤으로 생각하면 상상하기 쉽지 않을까. 시간이 흐름이 왜곡되어 아무도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무릉도원 말이다. 여기 살인과 사랑이라는 요소를 추가한다면 훨씬 더 미사고의 숲에 가까운 무릉도원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훌륭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소설의 진행은 후반으로 갈수록 특별한 사건도 없이 굉장히 느리고 차분하다. 왜 형은 죽어야하고 동생은 살게 되는 지, 도대체 귀네스는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지. 설명은 없고 암시만 구구절절하다. 사실 지루하다는 것이 좀 더 솔직한 표현일 듯 싶다. 참신한 설정은 빛나지만 세밀한 진행이 부족하다고 하면 적절한 표현이 될는지. 예고편만 거창한 영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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