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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탄생 - 옥스퍼드 영어사전 만들기 70년의 역사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영어공부를 하기 위한 워밍업 용으로 구입한 책이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 오래전에 샀다. 한 3-4년정도 책장에서 묵혀놓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이다. 최근에 <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산책>을 읽었는데, 연이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연하게도, 의도적인건가?, 미국과 영국의 영어사를 비교하면서 보게 된 셈이다.
'옥스퍼스영어사전-본문속에서는 OED (Oxford English Dictionary)- 만들기 70년의 역사'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몇가지 점에서 놀랍다. 우선 7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세월이다. 이 사전은 초기 시작단계에서 본격적인 사전작업을 하기까지, 다시말하면 헨리제임스머리라는 붙박이 편집자가 작업을 총괄한 후로도 5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에야 완성되었다. 머리는 사전의 결말을 끝내 보지는 못했다. 머리 이후에 편집인들 중에는 몇몇 낯익은 소설가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반지의 제왕>의 J.R. 톨킨과 소설가 줄리안 반스가 그들이다.
두번째는 이 OED의 편집자 중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머리(Murray)가 한국으로 따지면 중학교 중퇴 학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머리 외에도 수많은 아마추어 언어학자들이 자원봉사자로 이 사전에 참여 여했다. 사전을 만드는 단순한 이야기가 책 한 권이 된 것은 이 자원 봉사자들의 다양한 인생역정도 한 몫했다. 이것은 위대한 사전이라는 것이 한 개인, 또는 한 단체의 힘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조금 만 더 생각해보면 당시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토대라는 것이 얼마나 탄탄한 것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교수가 아니라 아마추어 언어학자의 감독아래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한 단어 한 단어를 쌓아올린, 지상최고의 영어 사전!
사무엘 존슨의 말처럼 '무해하지만 따분한' 사전 만들기를 70년이라는 세월동안 밀고 나가는 그들의 뚝심에 다시 한 번 부럽고 놀라울 따름이다. 비록 이 책을 읽는 것이 신나고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 말은 진짜 마음에 든다. 그리고 사전이라는 '무해하지만 따분한' 일을 이토록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물이 천상의 아들이라면, 말은 지상의 딸이다"
그럼 사전은?
그러니 사전은 지상의 딸들이 사는 집인 셈이다. 한국도 언젠가 '말'이라는 지상의 딸들이 살 수 있는 커다란 집을 만들 수 있으리라. 아니, 이미 만들었나?